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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인권 열외》:
억압과 차별 여전한 ‘요즘 군대’의 현실

군은 비극적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걸핏하면 개인을 탓한다. 사건을 축소·은폐·조작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건의 책임자들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일도 허다하다.

《군, 인권 열외 - 지켜야 하지만 지켜지지 못한 사람, 군인》 김형남 지음, 휴머니스트, 2022년, 300쪽, 18,500원

저자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군, 인권 열외》에서 윤 일병 사망 사건, 공군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 홍정기 일병 사망 사건, 트랜스젠더 변희수 하사 사망 사건을 돌아보며 군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억압적이고, 비민주적이고, 차별적인 집단인지 생생하게 폭로한다.

지난해 드라마 〈D.P.〉가 나왔을 때, 군 관계자들은 ‘요즘 군대는 안 저렇다’ 하고 불평했다. 그런데 이 책 1장에서 다루는 사망 사건의 희생자는 모두 1990년대생이다. 웹툰 《D.P.》 김보통 작가의 추천사처럼,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2010년대 이후 ‘요즘 군대’의 실상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군이 변화한다고 하지만, 너무나 느리고 또 보잘것없다. 어떤 큰 사달이 나서야 뭉그적거리며 대책을 내놓고, 그마저도 시늉에 그치고 용두사미로 끝날 때가 많다.

이 책 2장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군대에서 일어난 “더딘 변화”들을 살펴본다. 군사법원법 개정과 공관병(장교의 관사를 관리하고 보좌하는 병사) 제도 폐지, 성소수자 군인 색출 사건 무죄 판결, 기무사 ‘해편’ 등을 사례로 다룬다.

이예람 중사가 세상을 떠나고 군 사법체계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크게 일었다. 군대에서는 그 속성상 지휘관이 군사경찰(헌병), 군검찰, 군사법원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아주 기본적인 사법적 권리조차 보장이 안 되는 극도로 비민주적인 곳이 군대인 것이다. 군 사법체계 개혁 염원이 컸지만, “국회는 국방부가 허락한 범위에서 개혁의 고삐를 놓아 버렸다.”(149쪽)

‘박찬주 대장 부부 갑질 사건’ 이후 공관병 제도가 폐지됐다. 그러나 검찰은 박찬주 대장을 무혐의 처분했고, 법원은 박찬주 부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최근 한 말년 병장이 혹한기 훈련에 참가하라고 지시한 중대장에게 SNS 메신저 방에서 욕설 한마디 한 일로 전역 후에 징역 4월(집행유예 1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도 사병들의 편이 아니다.

군형법 제92조의6 조항은 동성애를 처벌하는 야만적인 법 조항이다. 2017년 ‘성소수자 군인 색출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군은 성소수자 군인들을 범죄자 취급했고, 색출 과정은 섬뜩할 정도다. 군대 밖에서는 성소수자 군인들을 방어하는 항의가 벌어졌다. 색출 사건의 피해자들은 5년 동안 고초를 겪고 나서야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군형법 제92조의6 조항은 아직 남아 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당시 기무사가 반동적 친위 쿠데타를 기획한 사건은 군의 체제 수호 구실을 드러낸 으스스한 사건이었다. 기무사는 세월호 유가족과 활동가 등을 사찰하며 ‘내부의 적’을 단속해 왔는데, 퇴진 촛불 때에도 계엄 선포 등 무력 진압을 모의했다. 이 계획이 담긴 문건 폭로 이후 문재인 정부는 기무사를 ‘해편’했다. “그러나 계엄령 문건의 진실은 밝히지 못했다.”(246쪽)

사실은 기무사 ‘해편’도 간판 바꿔 달기에 불과했다. 그래서 군인권센터·민주노총·참여연대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기무사와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선출된 권력이 군부를 개혁 못(안) 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안보지원사령부는 국군방첩사령부로 이름을 바꾸려 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 기무사의 촛불 무력 진압 모의 문건 폭로자들을 고발했다. 다중 위기 상황에서 정보기관들의 사찰·보안 기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인 3장에서는 군대 문제 해결보다 정략적 이익에 관심이 있는 정치인들을 비판하면서, 군인권보호관과 군인직장협의회 같은 제도적 대안을 모색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속 군대의 실태도 간략히 살펴본다.

저자는 더 나은 군대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물론 군 개혁 요구는 필요하다. 우리는 병사 처우 개선이나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등을 요구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제국주의 전략에 더한층 협력하며 한반도 긴장 고조에 일조하면서, 군 장병의 정신전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는 병사들에 대한 통제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8월에는 한 해군 병사가 주체사상 서적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일이 있었다. 군에 대한 감시·비판·폭로는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소수의 지배계급이 나머지 다수를 지배하려면 자본주의 국가의 무력이 필요하고, 군은 그 기능을 맡은 핵심 조직이다. 그래서 군은 본디 억압적이고 폭력적이다. 박근혜 퇴진 촛불 진압을 위한 친위 쿠데타와 같은 일을 벌이려고 할 때, 평범한 사병들이 이에 따르게 하려면 위계에 따른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볼 때 자본주의하에서 “군이 스스로 바뀌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은 애석하게도 실현 불가능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이 책은 병사, 여군, 성소수자 군인 편에 서서 군의 실태를 잘 보여 주는 분명한 강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