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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D.P.〉 시즌2:
학대와 폭력을 양산하는 국가를 법정에 세우다

팬데믹 기간 TV/OTT 드라마 시장이 한층 더 성장했다. “드라마 열풍”이란 말처럼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고 있다.

어떤 수준과 형태로든 (공상적/굴절되게라도)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를테면 큰 화제를 모은 드라마의 상당수는 탐욕스러운 부자·권력자·국가기구가 벌이는 부패·폭력·기만을 제법 잘 폭로했다.

아마 하루가 멀다 하고 그런 사건들을 실제로 겪게 되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이런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거대하고) 힘센 적들을 상대해야 한다. 그들이 저지르는 불의와 악행은 역사와 사회에 맞닿아 있다.

하지만 정의가 실현되거나 악이 파멸하는 과정은 현실과 격차가 크다. 사적 복수와 사법 심판이 대부분이다.

짓눌려 있는 자들이 아래로부터 들고 일어나는 다수의 복수와 심판은 보기 드물다. 그 끝이 패배일지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비록 희귀하고 개인적인 방식이더라도) 저항을 포기하지 않는 자들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강한 드라마는 현실에서 저항하거나 저항하려는 자들에게 의지를 북돋아 줄 수도 있다.

이런 드라마가 대중적 인기를 끄는 현상은 지배자들의 심기를 건드릴 것이고 그들은 하층계급의 의식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조바심을 낼 수도 있다.

지난주 금요일, 시즌2로 돌아온 〈D.P.〉 시리즈가 바로 이런 반향을 가져왔던 드라마다.

D.P.는 탈영병 추적과 체포를 담당하는 병사들이다. 드라마 속 탈영병들은 저마다 군에서 도망쳐야 하는 간절한 이유에 내몰리는 젊은 노동계급이다.

이번에도 우익과 군부는 이 드라마에 흠집을 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시즌1은 그들이 비난하는 바람에 더 돋보였던 터라 이번엔 조심할 것 같다.

시즌2는 시즌1의 시간과 사건을 그대로 이어간다. 역시 많은 부분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한다.

시즌2는 ‘임병장 총기 난사 사건’과 비슷한 사건의 책임을 묻기 위해 아예 국가를 법정에 세운다.

실제로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2011년) 당시 총상을 입은 병사는 2시간 반이 넘게 수술을 받지 못했고, 결국 사망했다.

‘임병장 총기 난사 사건’(2014년) 때도 1시간 이상 구조가 지연돼 총상을 입은 병사가 과다출혈로 숨졌다.

드라마처럼 군은 그 사실을 은폐했고, 가족이 밝혀내 비로소 알려지게 됐다.

정말로 국가의 죄를 물을 이유는 차고 넘친다.

지난 75년 동안 국방부는 병사의 생명과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한 비극의 진상을 군대가 가리고 숨기고 조작하게 해 왔다. 군 폭력과 학대의 피해자·생존자와 유족은 삶이 짓밟힌 데다 진실까지 도둑질당한 것이다.

유족들의 투쟁으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2006~2009년)가 설립됐지만, 군 병원 냉동고에 장례도 치르지 못한 시신 20구가 남은 채 활동을 접어야 했다.

진상규명 결과, 군 당국이 집안·연애·성격 문제 등 개인적 이유로 자살했다고 종결했던 군의문사의 원인이 구타·학대·괴롭힘, 성추행, 과중한 업무, 환자 방치 등으로 밝혀졌다.

“돌이킬 수 없다면, 일어나지 않은 일로 만들라.” 드라마 속 대사는 은폐와 조작을 공식처럼 만든 진짜 군 당국의 신조와도 같다.

최근 해병대 채수근 일병의 죽음으로 군이 군인을 소모품처럼 대한다는 사실이 또 한 번 드러났다. 그러나 이번에도 해병대가 자체 수사하고 진행은 더디기만 하다.

〈D.P.〉 시즌2는 완성도가 1화에서 6화까지 고르게 높지는 않다. 진정성은 역시 강하지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설정이 있어서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소모품의 이름으로, 당신이 다음의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 야만에 직면한 사람들이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로 저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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