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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사건:
폭력적인 군대 기구가 낳은 충격적인 비극

육군 제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큰 충격을 줬다. 윤 일병은 올해 3~4월 고문에 가까운 집단 폭행을 당하고 사망했다.

윤 일병 사건 한 달여 전인 6월 21일에는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에 시달리던 제22사단 임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부대원을 죽인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군 사망사고 현황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총계 124 128 121 134 113 129 143 111 117
안전사고 50 50 39 58 32 46 42 38 37
군기사고 74 78 82 76 81 83 101 73 80
군기사고 중 자살 64 77 80 75 81 82 97 72 79

이 사건들은 사회가 민주화됐으니 군대도 군사 독재 시절보다는 나아졌으리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징병제 하에서, 또 부유층 병역 기피가 만연해 있던 터라 평범한 사람들은 큰 두려움과 분노를 느꼈다.

군대는 사회에서 가장 억압적인 조직이다. 계급 지배 질서를 수호하는 것이 군대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주로 노동계급 자녀들을 데려다가 다른 나라나 자국 노동계급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한다. 이런 본질 때문에 그 조직은 필연적으로 억압적이고 상명하복을 철저하게 따른다.

그러므로 엄격한 군기와 가혹 행위는 사실 군대의 본질에서 비롯한다. 국방부 발표를 봐도 군기사고 사망이 안전사고 사망의 갑절이다.

악랄한 폭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한 가해 병사들은 소외 하에서 자존감이 낮은 나머지 고참 병사라는 사소한 우월적 지위에서 ‘희열’을 느끼는 부류였다.

전투형 부대

그럼에도 진정한 책임은 군대의 위계와 고위 지휘관들에게 있다. 상급 지휘관들은 군대의 상명하복 질서를 유지하려고 병사들 사이에 ‘고참―졸병’이라는 위계적 서열 관계를 부추기며 이용한다.

윤 일병 사고 후 전역자들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을 봐도 장교 집단이 가혹 행위를 묵인하고 은폐한 장본인이라는 점이 명백하다.

“신고를 했는데 그날 저녁에 포대장이 와서 ‘누군가 이 번호로 참모장에게 전화를 했다, 누군지 나와라’”, “자길 폭행했다고 소원수리 쓰잖아요. 그럼 중대에서는 바로 옆 소대로 보내 버리는 거예요. 비겁한 사람, 그런 취급 해 버리고.”

윤 일병에 대한 폭력에 부사관도 가담했는데, 부대 지휘관들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 지금 엽기적 가혹 행위 사실들을 알아낸 군단 헌병대의 첫 수사 결과를 당시 국방장관이자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인 김관진이 보고받았냐 아니냐 하는 진실 공방이 있다.

진상이 무엇이든 군대의 고급 지휘관들이 이 사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되도록 군대 밖으로 알려지지 않도록 은폐하는 데 뜻을 같이했다는 점만큼은 명백하다.

한편, 군기사고 증가는 동아시아 불안정과 남북 관계 악화와도 관계가 있다. 국방부의 “군 사망 사고 현황” 자료를 보면, 2011년에 부대 내 자살 사건 수가 급격히 오른다. 이때는 2010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이 일어난 뒤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말 기존의 관리형 부대에서 실전적 전투형 부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연히 병사들의 군기를 다잡으려고 닦달했을 것이고, 그런 만큼 병사 간 가혹 행위도 더 심해졌을 것이다. 윤 일병과 임 병장이 있던 28사단과 22사단이 모두 전방 부대라는 점도 이런 추정에 힘을 보탠다.

철저히 반민주적인 군대의 본질상 고위 지휘관들은 자신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사건은 감추려 한다. 군대는 억울하게 죽은 청춘들의 죽음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국가 안보’라는 명분으로 은폐가 정당화된다.

그래서 사인도 못 밝힌 군 의문사 사고가 많다. 8월 6일 ‘의무복무 중 사망 군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전국유가족협의회’의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우리는 차라리 윤 일병이 부럽습니다. 최소한 부대에서 무슨 일을 겪었고 왜 죽게 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서도 헌병대 의견서, 최초 사건 상황 보고, 사망자 발생 보고 및 시체 처리 지휘 요청서 등 총 9건의 수사 기록이 재판 증거에서 누락됐다.

군대 자체가 극도로 비민주적이므로 자체 정화로 사고를 줄이거나 예방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웬만한 조처로는 군대 내 반인권 사고를 해결할 수 없다. 노동계급의 자녀들이 원치 않는 군대에 끌려가 끔찍한 사고를 당할 수 있는 강제 징집이 폐지돼야 한다.

물론 유가족들과 민간단체들이 군대 외부에서 군대 내 인권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

징병제에 비해 모병제는 ‘차악’일 것이다. ‘강제’라는 요소가 없다는 점에서 ‘덜’ 나쁘다고 할 수는 있지만, 노동계급 청년의 더 가난한 부분이 국내외의 노동계급과 적대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 일쑤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나쁜 제도다.

노동자계급과 반자본주의 운동은 더 좋은 것을 바랄 자격이 있다. 그것은 사회의 근본적이고 철저한 변혁 과정 속에서 군대의 민주화를 바라는 것이다. 사병들이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하고 언제든 소환할 수 있는 철저히 민주적인 군대 말이다.

물론 이 일을 위해서는 노동자 운동이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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