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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윤석열을 “악마화”하지 말라고?
악랄하고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체제의 지도적 수호자를 그렇게 규정하는 게 큰 잘못인가?

최근 강준만 교수가 민주당의 ‘윤석열 악마화’를 비판하는 책을 출간했다. 그러자 보수 언론들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강준만 교수는 그 책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을 적으로 간주한 것은 물론이고, 최악의 적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지지자들까지 가세해 ‘악마화’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설사 윤석열을 악마화한들 그것이 왜 문제인가? 윤석열이 노동자 등 광범한 대중에게 경제 위기의 대가를 치르게 하고, 친제국주의적 호전성을 드러내는데도?

민주당의 문제는 윤석열을 ‘악마화’하는 게 아니라 윤석열을 일관되게 반대하지 못하는 것이다

온건 좌파 일각에서도 윤석열 ‘악마화’를 문제삼는다. 나경채 정의당 전 대표는 지난해 말 자신의 SNS에 이렇게 쓴 바 있다.

“우리 시대의 병적 징후들은 … 기득권 정당들[국민의힘과 민주당 - 인용자]이 기존의 도그마를 수정하지 않고, 오직 좁은 의미의 정치진영의 이익에만 골몰하는 내로남불 현상이 그 첫째요, 상대를 악마화하고 우리를 천사화해서 악마대단결과 천사대연합 외에는 어떤 것도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된다는 아집과 독단이 그 둘째다. 이런 병적 징후들의 바깥에 존재한다고 스스로 믿지만 어떤 새로운 세력 구상도 내지 못하고 비판의 무기만 쏘아대는 진보좌파 세력의 무능이 그 셋째 정도는 되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2022년 12월 2일자)

위에서 보듯이, 정의당 내 ‘전환’계는 한국 정치의 상대편 악마화 행태가 양당 이분법적 진영논리를 강화해, 정의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보는 듯하다. ‘전환’계 친화적인 매체 〈레디앙〉은 한때 좌파였지만 대선에서 윤석열을 지지하면서 윤석열 “악마화”를 비판해 온 한지원 씨의 칼럼을 싣고 있다.

지난해 이은주 당시 정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재명이 국민의힘을 “광주 학살 세력 후예, 군사정권의 후예”라고 비난한 것을 두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증오 정치”라며 오히려 민주당을 비판했었다. “경쟁하는 정당과 지지자는 악마의 후예가 아니라 ... 동료 시민입니다.”

물론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모두 명시적으로 자본주의를 수호하는 정당이다. 민주당은 지난 세 번의 집권 내내 그런 본질을 분명하게 보여 줬다.

그러나 어떤 주장이든 때와 상황의 적합성을 따져야 한다. 지금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층에게는 국가의 일상 집행부를 운영하며 경제 위기 고통 전가 공격을 시작한 윤석열이 악랄하고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지도자이다.

윤석열은 경기 침체의 시기에 인건비 등 비용 절감이 절실한 기업주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윤석열은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 대중에게 전가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로 이미 고통이 극심해지는 상황에 말이다. 그래 놓고는 노동자들을 “기득권” 세력 취급한다.

그러니 화물연대 파업 때 한 화물노동자는 정부의 무지막지한 탄압에 “윤석열을 땅에 묻어버리고 싶다”면서 울분을 터뜨릴 만도 했다.

윤석열 악마화를 문제삼는 것은 국가를 중립적인 것으로 오해하고 적을 적으로 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래서 며칠 전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윤석열에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선물하는 장면은 고통 받는 대중의 눈에 볼썽사나웠다.

도대체 정의당은 누구 편인가? 고통 받는 가운데 저항하고자 하는 일부의 지지를 받고는 싶은 건가? 아니면, 방휼지쟁 속에서 어부지리나 얻고자 뒷짐지고 기회나 보는 그 유명한 “극단적 중도”가 되고자 하는가?

《난쏘공》을 읽는다고... 이정미 정의당 대표(사진 오른쪽)가 《난쏘공》을 선물하는 장면은 고통 받는 대중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까? ⓒ출처 대통령실

누구를 대변하려 하는가?

윤석열에 대한 분노가 광범하고, 이런 정서의 일부가 윤석열 퇴진 운동으로 표현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악마화’를 문제삼는 것은 정의당과 ‘전환’계가 누구를 대변하고 누구한테서 지지를 얻으려고 하는지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각종 여론 조사에서 윤석열 반대 정서가 60퍼센트에 육박하는데도 제1야당인 민주당 지지가 오르지 않는 것은, 민주당이 윤석열을 ‘악마화’해서가 아니라 일관되게 반대하지 못하면서 대안적 세력 구실을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직후 코너에 몰렸던 윤석열의 숨통을 틔워주는 구실을 했다. 또, 민주당은 현행 안전운임제 유지라도 얻어 내자며 화물연대 투쟁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의당 지도부는 몇몇 문제에서 민주당을 비판하긴 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문제들에서 — 민주당이 배신적으로 화물연대 파업을 종료시킨 것,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로 지엽말단에 사법적 책임 물으며 윤석열의 정치적 책임을 흐려 버린 것 — 민주당과 공조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 공격에 맞서려면 윤석열 퇴진 투쟁과 생계비 저항을 서로 연결시켜야 한다.

윤석열 ‘악마화’ 문제삼기는 그런 과제 수행을 방해한다. 윤석열 악마화에 대한 비판에는 이런 좌파적 취지가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을 비판할 때도 윤석열 ‘악마화’ 또는 윤석열 퇴진 주장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자기 제약이 작용해서 급진성도 제약 받는다.

결국 국회가 소모적인 갈등(정쟁)을 멈추고 머리를 맞대 ‘민생’ 위기를 해결하자는 식의 협치론 비슷한 주장으로 기울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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