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정의당 나경채 전 대표를 반박함
〈노동자 연대〉 구독
본지 이현주 기자가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의 윤석열 퇴진 운동 비판을 반박하자(👉“정의당 청년 대표의 윤석열 퇴진 반대론, 소심하다”), 나경채 정의당 전 대표가 그 반박 기사를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지만, 전 대표이고, 김창인 대표와 같은 전환 그룹 소속이므로 그의 비판에 답변을 하고자 한다.
나 전 대표 주장의 핵심은 이렇다: 박근혜 촛불은 누적된 분노가 폭발된 것이며 정의당은 처음부터 참여했지만 민주당은 나중에 들어왔다. 반면, 윤석열 퇴진 촛불은 대중적 불만이 누적돼 오다가 폭발한 박근혜 퇴진 촛불과 달리 민주당이 이재명 지키려고 시작한 시위다. 〈노동자 연대〉가 윤석열 퇴진 운동을 지지하는 것은 대중추수주의이자 민주당이 야당일 때 친민주당 성향을 보이는 기존 노선의 연장선이다.
합법주의
나 전 대표는 2016년 정의당이 처음부터 박근혜 퇴진 촛불의 일부였으므로 정의당과 민주당의 11월 20일 국회 탄핵 합의를 〈노동자 연대〉 측이 문제 삼은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정의당이 초기부터 박근혜 퇴진 투쟁에 참가한 것은 맞고, 잘한 일이다. 첫 촛불 집회에 고 노회찬 의원이 김종훈 의원(당시 무소속, 현재는 진보당 소속 울산 동구청장), 이재명 성남시장과 함께 연단에 올랐다.
그런데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표는 퇴진 운동 속에서 “질서 있는 하야”(사실상 국회 탄핵을 염두에 둔)를 주장했다.
나 전 대표는 대중 투쟁에 의한 즉각적 정권 퇴진과 합법적인 국회 탄핵을 구별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정의당이 국회 탄핵 절차에 참여한 것을 문제 삼는 본지 기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두 방식은 구별되는 효과를 낸다.
전자는 대중의 주도성이 발전해, 자본주의 국가와 기업주들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투쟁이 성장할 여유를 제공한다.
반면, 후자는 사회 상층 엘리트들이 체제를 구하고, 단지 대중에게 가장 혐오 받는 소수 인물들만을 나름의 속죄양으로 제거할 여유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 의회 탄핵은 철저히 헌법 절차 안에서 기성 정치세력들 사이의 조율로 박근혜와 그 일파를 제거해 근본적으로 기존 질서를 수호하는 것이다.
탄핵 트랙으로 가려고 정의당과 민주당은 12월 초순에 철도노조 파업 중단을 압박했다. 반부패 민주주의 운동이 계급투쟁으로 성장·변모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박근혜 탄핵이 위대한 승리이고 많은 정치적 퇴적물을 남겼음에도 촛불 운동이 “혁명”은 아닌 이유다.
민주당에 대한 전술
사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명시적 자본주의 정당이다. 〈노동자 연대〉가 일관되게 민주당과의 전략적 연대(정의당의 연립정부 노선이든 진보당의 민중주의 전략이든)에 반대해 온 이유이다. 동맹 전략이란 주요 사안과 주요 쟁점에서 모두 타협을 요구하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두 당 사이에 아무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그러듯, 국민의힘이 집권하면 지배자들에게 노골적으로 유리하게 국정을 운영한다. 반면, 민주당은 당내 진보파를 통해 포퓰리즘 전략을 추구해 운동의 온건한 경향들을 포섭하면서도, 결국 운동이 자신에게 타협과 양보를 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행정부 운영의 책임이 없는 야당일 때는 운동과 일부 공조가 이뤄진다. 좌파가 취약할 때는 특히 그렇다. 때로는 2012년 총선 전야처럼 사실상 전략적 공조가 이뤄지기도 한다.
지금 노란봉투법·안전운임제 문제에서 민주당-정의당이 공조하고 있는데, 이런 법들의 통과를 바라고 국회 내 세력관계를 고려해 〈노동자 연대〉도 이런 개혁입법 공조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다. 이것을 두고 친민주당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분별 있는 일이겠는가?
그러나 불가피한 전술적 타협을 인정할 때조차 민주당의 불철저함과 기만 위험을 경고하고 필요한 비판을 삼가지 말아야 한다.
정의당이 문재인 정부 대부분 기간에 ‘민주당 2중대’처럼 비친 것은 배신적 공조를 하거나, 아니면 어쩔 수 없이 공조할 때면 민주당을 (거의) 비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도 정의당은 오히려 민주당과 함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관철하고 고작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훨씬 큰 문제는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다. 민주당이 자본주의 행정부를 운영하면, 지배계급의 일상 집행부로서 국민의힘이 하던 일을 거의 똑같이 실행한다. 말만 다르게 하면서 말이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개혁 염원을 배신해 환멸을 일으키고 인기가 추락하는 이유다.
그러므로 민주당이 집권당일 때 좌파가 “친민주당”인 게 훨씬 큰 문제이다. 그런데 이게 바로 정의당이 문재인 정부 전반부 동안 벌인 실책이다(후반부에는 좌충우돌했다). 정의당이 문재인 정부를 ‘촛불 개혁 정부’로 규정하고 개혁 연합을 제안했을 때, 나경채 전 대표는 정의당 공동대표였다. 실패한 노선에 책임이 없지 않은 나 전 대표가 〈노동자 연대〉더러 “친민주당 성향”이라고 비판한 건 얼토당토않다.
윤석열 퇴진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 잘못인 이유
“대통령 하나 바꾸는 걸로는 부족하다”(김창인 대표가 한 말)고 주장한 것은 일견 급진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수동적 급진주의일 뿐이다. 게다가 “질서 있는 하야”를 박근혜 퇴진 운동 중에 강조해, 박근혜와 그 일파만을 제거하게 하는 데에 일조한 세력에는 정의당도 포함되지 않았던가.
나경채 전 대표의 말처럼, 박근혜 퇴진 운동과 윤석열 퇴진 운동이 같지는 않다. 섣부른 유비는 분석을 그르친다.
아직 윤석열 임기 초라서 박근혜 퇴진 촛불처럼 광범한 대중의 누적된 불만이 거대한 행동으로 표출되지는 않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때보다 빠르고 역대급으로 빠른 민심 이반 속도를 봐야 한다. 박근혜의 지지율은 퇴진 운동 시작 한두 달 전까지도 30~40퍼센트였던 반면, 윤석열은 임기 두 달 만에 지지율이 20퍼센트대로 떨어져서 넉 달째 회복의 기미가 없다.
신자유주의와 권위주의를 강화하려는 윤석열에 대한 반감은 계속 자라고 있다.
물론 이태원 참사의 영향도 크다. 윤석열 국정 운영과 경찰력 배치 우선순위 때문에 158명이 죽은 비극적 사건이다. 윤석열이 참사의 직접적 책임자이다.
윤석열 퇴진 운동 참가자들은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했다. 화물연대 파업 현장에서도 노동계급에 선전포고를 한 윤석열에 대한 반감이 팽배하다는 것이 확인된다. 이런 퇴진 운동을 지지하는 것이 ‘대중 추수주의’라면, 이런 대중을 추수해야 하지 않나? 그게 아니라면 나경채 전 대표는 엘리트주의(개혁주의의 고질적인)인가?
아직까지 윤석열 퇴진 운동과 박근혜 퇴진 촛불의 결정적 차이는 주요 좌파들이 반윤석열 운동(정서)을 앞장서 이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이야말로 반윤석열 정서 대중의 대안 부재감을 더 심화시키고, 오히려 민주당이 운동의 성과물을 가져가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