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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 탈북” 논란:
탈북민 각자의 자유로운 선택이 보장돼야 한다

탈북민에게 이주의 자유가 있었다면 애당초 국정원 등이 ‘공작’할 여지도 없었을 것이다 ⓒ출처 통일부

2016년 집단 탈북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 논란이 다시금 뜨겁다. 당시 종업원들을 데리고 남한에 들어온 식당 지배인 허강일 씨는 최근 JTBC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종업원들까지 데려오지 않으면 북한에 신고하겠다’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4월 총선이 코앞이던 당시, 국정원과 박근혜 정부가 이 집단 탈북을 불순한 의도를 갖고 이용했다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국정원은 신변 보호를 이유로 이들에 대한 모든 접견을 금지하다 4월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이들을 세상에 공개했다.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고 밝은 색 점퍼나 운동화를 착용한 채 이동하는 모습은 언론에서 큰 화제가 됐다. 우익들은 신이 나서 지지자를 결집하는 데 이 사건을 활용했다.

그런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등 일각에서는 국정원과 허강일 씨가 종업원들의 자유의사도 확인하지 않은 채 데려왔을 가능성(“기획 탈북” 의혹)을 계속 제기해 왔다. 이번 허강일 씨 인터뷰는 기존 의혹을 뒷받침하면서 증폭시킨 셈이다. 민변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면서 당시 국정원장 등 관련자들을 고소했다.

〈조선일보〉는 민변이 묻지마 식 의혹을 제기한다며, 마치 자기네와 국정원이 탈북민의 인권과 신변을 걱정하기라도 하는 듯 말한다. 그러나 이는 역겨운 위선이다. 국정원은 탈북 종업원들을 감시 하에 두고 있다.

민변이 인신구제청구(수용시설에 부당하게 갇혀 있다고 법원에 구제를 청구하는 것)를 신청해 열린 비공개 재판에도 국정원은 탈북 종업원들을 출석시키지 않았다. 민변이 북한에 있는 탈북 종업원들 가족의 동의를 얻어 소송을 위임받았음에도 민변의 접견 요청은 번번이 거부됐다. 그 뒤로도 국정원은 여태껏 탈북 종업원들의 모든 신변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이런 행태에 대한 민변의 추가적인 소송도 지난해 말 항소심에서 기각됐다. 재판부는 “탈북 종업원들이 센터에서 모두 퇴소해 접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국정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렇게 판결했다.

우파들은 일부 탈북민들을 불순하게 이용하면서 대다수 평범한 탈북민들의 처지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해 왔다.

서울시 공무원(유우성 씨)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이 탈북민을 이용해 조작 사건을 벌인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에 대해 분노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국정원이 어느 선부터 개입했고, 실제 종업원들이 속은 사실이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민변은 이 점에서 새 정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와 외교 관계를 이유로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대상에서 이 문제를 제외했다.”

만약 이번 의혹이 일부라도 사실이라면 이는 탈북민의 인권 문제와도 관련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외교적 계산을 앞세워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고 이산가족 상봉도 앞두고 있지만 자유롭지 못한 탈북 종업원들에게는 남의 일일 뿐이다.

근본적으로 평범한 남북한 민중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이주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런 문제들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기획 탈북”론? – 진보진영이 조심해야 할 것

한편 “기획 탈북”이라는 용어는 남측 국가 기관이 개입하는 모든 탈북이 문제라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면 브로커가 개입하는 모든 탈북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탈북민 대부분에게 그런 수단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굶주림에서 벗어나거나 병에 걸린 가족에게 돈을 보내 주려고 탈북을 결심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북한의 감시와 중국의 단속 때문에 힘겨운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그래서 무법 지대에서 돈 떼먹고 협박하기 일쑤인 브로커들에게라도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남측 국가 기관이 그나마 안전한 길을 제시하면 그것이 ‘기획’인지 아닌지, 불순한지 아닌지를 떠나 그들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남한 국가 기관의 손길을 잡았다고 해서 그 탈북민이 국정원과 한편이거나 아니면 완전히 속기만 했을 거라는 식의 흑백논리를 버려야 한다. 국정원과 박근혜 정부의 위선은 강력하게 비판하되, 탈북민의 현재 의사(남한에 남고 싶은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등)는 구별해서 봐야 한다.

그러려면 탈북민에 대한 국정원의 인신 제한과 감시가 먼저 풀려야 하고, 그들이 남한에서 자유롭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경험을 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진보 진영 내 일부가 이번 사건을 “납치 범죄”로 규정하고 “하루빨리 여종업원들을 북에 있는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줄 것”(민중당 대변인 논평)을 요구하는 것은 섣부르다. 탈북 종업원들 각자의 독립된 의사 판단이 먼저여야 한다.

탈북 문제에서의 혼란은 자유 왕래의 원칙을 바로 세울 때 분명해질 수 있다. 김정은과 문재인이 손잡고 쉽게 걸어 넘어간 그 경계선을 넘기 위해, 탈북민들은 목숨을 걸어야 했다. 애초에 자유 왕래가 가능했다면 국경에 브로커가 들끓고 탈북민이 남한 국가 기관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에서 살거나 북한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꼭 김정은 정권의 편인 것이 아니고, 탈북해 남한에 들어왔다고 해서 곧장 남한 사회를 무조건 옹호하는 우파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파들의 위선에 단호하게 맞서면서, 이미 3만여 명을 훌쩍 넘어선 남한의 탈북민들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울 수 있다. 그러려면 탈북민 자신의 뜻을 존중하고 그들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

좌파가 이주의 자유와 자유 왕래를 굳건하게 지지하는 원칙적 태도로 앞장설 때, 남북한 민중이 국경을 넘어 연대할 수 있는 날도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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