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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혐오와 유대인 혐오가 왜 둘 다 늘고 있을까?

영국의 최신 통계를 보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이 시작된 이후 증오 범죄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공식 통계가 말하지 않는 현실을 이사벨 링로즈가 살핀다.

증오 범죄가 늘고 있다. 최신 통계를 보면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야만적 반격 이후인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증가했다.

그 통계는, 적어도 지금 발표된 것은, 불완전하고 또 정치적으로 왜곡돼 있다. 구호 단체 ‘텔마마’는 10월 7일 이후 무슬림 혐오 신고 접수가 600퍼센트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식 통계에서는 그런 급증세를 찾을 수 없다.

런던 북부 핀즈베리파크 모스크의 의장인 무함마드 코즈바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슬림 혐오에서 비롯한 공격은 꽤 오래 전부터 늘고 있었습니다.”

“2018년 내무부 통계는 무슬림 대상 증오 범죄가 40퍼센트 늘었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특히 무슬림 여성을 향한 공격이 두드러집니다.

“저희 모스크에 다니는 몇몇 신자들은 아이들을 등교시킬 때 불안하다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밤에 혼자 집 밖에 나가기 두렵다고 말합니다.

“단지 개인들만 시달리는 게 아닙니다. 기관, 모스크, 공동체 사무실, 학교를 겨냥한 물리적 공격과 온라인 공격이 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증오 메시지가 담긴 편지나 그림들을 받았다고 알려 왔습니다. 그중에는 이슬람이 테러리즘을 가르치는 종교라고 비난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어떤 혐오 편지에는 ‘너희 나라로 되돌아가라’는 내용도 있습니다. 정말 끔찍합니다.”

무함마드 의장은 증오가 이렇게 늘어난 것이 미디어 탓이라고 말한다. “영국 언론들이 무슬림을 부정적으로 다루는 것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더 많은 무슬림이 공격 대상이 됩니다.

“각종 세력이 거짓 정보를 부추깁니다. [전 총리] 보리스 존슨이나 전 내무장관이었던 수엘라 브래버먼 같은 정치인들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들은 명백히 증오 범죄에 해당하는 발언을 했지만 별로 문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은 또한 극우에게 자신감을 줄 것입니다. 경찰은 우리를 지키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지 않습니다.”

무함마드 의장은 자신의 모스크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증오 범죄를 경찰에 꼭 신고하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신고해야 하냐고 반문합니다. 다들 신고해 봤지만 아무런 조처도 취해지지 않은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경찰에 신고할 자신감을 사람들이 갖게 하려 합니다. 경찰이 조처를 취하도록 압력을 넣는 것이죠.

“그러지 않는다면 인종차별주의자들은 거듭 증오 범죄를 저지르면서 아무 처벌도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할 실질적 조처는 아직 취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런던만이 아니라 모든 무슬림의 현실입니다.”

이런 무슬림 혐오에도 불구하고 무함마드는 무슬림들이 “인종차별주의자들 때문에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위축될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위해, 그리고 즉각 휴전을 위해 계속 운동을 벌일 것입니다. 이 정부를 계속 압박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합니다.

“이곳 런던 북부에는 팔레스타인인 공동체가 상당히 큰 규모로 있고, 그중에는 [이번 학살로] 가족 40~50명을 잃은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합법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시위에 기여하도록 당부하고 있습니다. 그런 행동은 어떠한 잘못도 아닙니다.”

인종차별주의자들에 맞서 모두의 단결을 호소하는 랍비

허셜 글럭은 런던 동부 스토크뉴잉턴에 사는 랍비로, 그 역시 유대인 혐오와 무슬림 혐오가 는 것이 정부와 미디어의 탓이라고 했다.

“정부는 유대인 공동체를 위하는 양 시끄럽게 떠들지만, 실제 필요한 일이 생기면 나타나지 않습니다.

“정부는 다른 이들을 공격할 때는 유대인 혐오자라는 비난을 공성 무기처럼 휘두르지만, 정작 자신이 유대인을 위해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은 것에 관해서는 침묵합니다. 모든 정당이 그렇습니다. 정치 스펙트럼을 막론하고요. 미디어는 무슬림과 유대인들을 이간질하려 하지만 대체로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럭은 그 증오가 “남들을 깔아뭉개면서 자신이 강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서 온다고 설명했다. “분열과 인종차별을 받아들이는 이런 사람들에게는 무슬림과 유대인 모두 만만해 보입니다.”

“저는 지역 숌림[유대인들의 자율적인 순찰대]의 대표인데, 우리는 증오 범죄가 늘고 있다는 것을 매우 분명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대부분은 백인 남성입니다. 또한 버스 기사가 유대인 승객을 위해 버스를 세우지 않거나 유대인 탑승을 거부하는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욕설을 듣거나, 이유 없이 폭행당한 사례들도 있습니다. 지극히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글럭은 최근에 나온 증오 범죄 통계가 “정치적 스포츠 게임”에 이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인종차별 범죄 가해자들에게 합당한 벌이 내려지도록 재원을 들이는 것이 우선돼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그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인종차별적 공격은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중동 상황이 유대인과 무슬림을 공격해도 좋다는 신호 또는 핑계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인종차별적 공격이 벌어지면 그 대상이 사회의 어느 집단이든 그에 맞서 연대를 보여 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인종차별 반대 활동가들은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는 활동을 계속해야 합니다.”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에 반대하자

무슬림 혐오가 늘고 있는 이유는 사회 최상층부가 그것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정부 장관들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거나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이여 독립하라”고 외치는 것이 유대인 혐오를 표현하는 잘못된 행위라고 주장한다.

거기에 더해 무슬림이 테러리스트라는 공격이 이전부터 이어져 와 무슬림에 대한 공격을 부추겼다. 유대인 혐오 사건이 늘어난 것은 명백히 가자지구에서의 학살과 연관성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만행에 몸서리치고 이스라엘을 향해 분노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적이 시온주의와 제국주의이지 유대인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일부 유대인들이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함께하면서 그런 이해가 더 높아졌다.

이는 유대인들을 단일한 반동 집단으로 뭉뚱그리는 신화를 무너뜨린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들 중 아주 작은 소수는 가자지구 학살의 책임을 모든 유대인들에게 물을 수 있다고 오해한다. 우리는 이런 잘못된 관점과 가차없이 대결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그런 류의 유대인 혐오가 늘어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8년 7월 이스라엘 정부는 이스라엘이 유대인들의 “민족-국가”라고 명시한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는 “이스라엘 국가를 통해서 민족 자결권을 온전하게 행사할 권리는 유대인에게만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동일시하는 경향을 강화시켰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저지른 범죄임에도 이를 구별하지 않고 모든 유대인들에게 그 책임을 묻는 과오를 저지른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유대인들의 피난처를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유대인을 향한 반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