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유대인 증오는 극우 이데올로기다

좌파들의 유대인 증오가 큰 문제라는 주장은 신자유주의적 주류집단들 사이에서는 마치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실처럼 돼 있다. 노동당 우파 의원들의 탈당을 다룬 언론 보도들도 그런 주장을 거의 기정사실인 것처럼 다룬다.

그런데 좌파들의 유대인 증오가 문제라는 생각은 프랑스의 우파 저술가 알랭 핀켈크로트가 노란 조끼 시위를 놓고 유대인 차별을 당한 것에 대한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발언에서 강하게 표현됐다.

좌파들이 유대인을 증오한다는 비난이 순전히 노동당 우파들의 주장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그런 비방을 간단히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좌파들에게는 정말로 유대인 증오라는 문제가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오늘날의 유대인 증오 이데올로기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의 온갖 역겨운 인종차별적 편견과 마찬가지로 유대인 증오는 세상의 모든 문제들을 유대인들의 음모의 산물로 만드는 이론이다. 그 이론은 특히나 국제 금융 분야에서 많이 발견되며, 정치·언론·대학 등의 분야에서도 은근히 영향력이 있다.

유대인 증오 이데올로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독일의 사회주의자 아우구스트 베벨(1840~1913)이 왜 유대인 증오를 “바보들의 사회주의”라고 불렀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유대인 증오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 자체가 아니라 인종적 음모에 의한 왜곡이 문제라는 자본주의에 대한 피상적 비판에 문을 열어 주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문제는 (노동자나 자본가의 피부색이나 종교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본질 자체에, 특히 자본의 임금노동 착취에 있다고 주장했다. 《자본론》 제1권에서 마르크스는 자본가를 “경제적 범주의 인격화, 특정 계급 관계와 이익의 담지자”로 취급했다.

바로 이 때문에 유대인 증오는 극우파의 무기였다. 유대인 증오 이데올로기 덕분에 극우파는 반자본주의자 행세를 할 수 있다. 체제의 모순을 소수인종의 문제로 대체해 버리면서 말이다. 바로 이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나치는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다. 오늘날 극우파는 자유주의자이자 유대인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 비난에 집착한다.

민주축구사나이연맹이 주최하고 영국독립당 등이 후원한 브렉시트 지지 집회 ⓒ가이스몰만

그렇다면, 넓게 보아 좌파에게는 유대인 증오 문제가 전혀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좌파적 개인들도, 자본주의를 비인격적 지배 시스템으로 본 마르크스의 개념에서 멀어지고 음모론의 유혹에 굴복할수록 유대인 증오 사상에 더 개방적이게 된다. 이 논리를 잘 보여 준 최근 사례는 이스라엘이 9·11 공격을 벌였다는 잘못된 믿음이다.

노골적인 유대인 증오에 따른 비방과 갖가지 음모론은 고개를 들 때마다 반박돼야 한다. 그러나 유대인 증오 이데올로기는 마르크스주의적 좌파는 물론이고 제레미 코빈(노동당 대표)의 정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코빈은 평생을 반제국주의자와 반차별주의자로서 운동을 해 왔다.

오늘날 좌파를 유대인 증오자라고 비방하는 것은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 선명 좌파를 수세적 위치로 몰아넣는 것이다. 이민과 관련해 끔찍한 정책을 시행해 온 노동당 우파들이 이제는 “인종차별 반대자” 행세를 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둘째 효과는 이스라엘 비판의 정당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마크롱은 “반시온주의는 유대인 증오의 현대적 형태이다” 하고 말했다. 마크롱은 [시온주의 단체] 국제홀로코스트추모동맹(IHRA)의 유대인 증오 규정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 규정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가를 “인종차별적 노력[의 산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유대인 증오가 된다. 이스라엘 국가가 인종차별적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역사적 증거가 많은데도, 그리고 이스라엘 정치인들이 아랍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언행을 자주 저지르는데도 말이다.

유대인 증오와 시온주의 반대를 똑같은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체계적으로 억압하는 현실을 가린다. 그런 등식이 더 널리 받아들여지면,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야릇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신자유주의적 중도파와 우익 “포퓰리스트”들이 만난다.(마크롱 같은 [중도파] 인사들은 우익 포퓰리스트를 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말이다.) 오늘날 극우파는 대부분 이스라엘을 지지한다. 그들 자신이 이슬람 혐오자이기도 하고, 이스라엘을 서방의 중동 지배의 방벽으로 정확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유대인 증오는 여전히 극우파 이데올로기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유대인 증오 이데올로기 덕분에 체제의 심장을 겨누지 않고도 대기업을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좌파들의 유대인 증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진정한 유대인 증오를 사면해 주는 것이다.

주제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