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혐오 이용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공격하려는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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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국가정보원이 연례 보고서 〈2023년 테러 정세와 2024년 전망〉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이슬람 혐오를 이용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공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마스 사태’ 이후 일부 국내 단체와 외국인 무슬림을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 세력들이 유대인·이스라엘 관련 시설 등에 대한 공격을 선동하거나 실제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이슬람 극단주의 선전·선동에 동조하거나 테러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외국인 수십여 명이 적발, 강제 퇴거되었다.”
마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테러리스트와 연계가 있는 듯한 냄새를 풍기며 운동을 공격할 빌미를 찾는 수작이다. 보안경찰 등 국가기관들이 허위·날조로 무슬림 이주민을 낙인찍으며 운동을 공격하거나 민주적 권리를 침해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2004년 국정원과 법무부는 한 무슬림 이주노동자 커뮤니티를 ‘반한’(反韓) 이슬람 단체라며 회원 3명을 추방했다.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과 우파 언론들이 나서서 이 단체가 해외 테러 단체에 돈을 보냈을 수 있다며 마녀사냥했다. 그러나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고 회원 3명의 추방 사유는 미등록 체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는 정부의 이라크 파병에 대한 반감이 광범했고, 고용허가제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반감이 증대하던 때였다. 국정원과 법무부의 마녀사냥은 이를 억누르기 위한 것이었다.
2010년 경찰은 대구의 한 이슬람 사원에서 성직자로 근무하던 한 파키스탄인을 탈레반 조직원이라며 수사했다. 이 사건은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서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찰력 강화의 명분으로 이용됐다. 당사자와 그 가족은 큰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경찰은 어떤 물증도 제시하지 못했고, ‘아니면 말고’식 여론몰이로 끝났다.
2015년 11월 파리에서 총기 난사와 자살 폭탄 공격이 벌어지자, 국정원은 테러 관련 동향보고라며 그해 “시리아 난민 2백 명이 항공편으로 국내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했고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무 근거도 없이 그저 시리아인이라는 이유로 위험인물 취급한 것이다. 보수 언론들은 이를 앞다퉈 보도하며 난민과 테러에 대한 두려움을 부추겼고, 정부는 이를 제2의 국가보안법으로 불리는 테러방지법 제정에 이용했다.
진정한 테러리스트
제국주의자들과 시온주의자들이야말로 테러리스트다. 지난 8개월만도 거의 4만 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했고, 그 상당수가 여성과 어린아이였다. 미국 정부는 스스로 말한 ‘레드 라인’을 거듭 옮겨 가며 이스라엘에 돈과 무기를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국정원 보고서의 주장은 이 진실로부터 사람들의 눈을 돌리려는 것이다.
제국주의적 개입이 전 세계에서 테러 위험을 높이는 진정한 원인이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쑥대밭을 만들고 종파간 갈등을 부추겼다. 미국의 중동 개입이 낳은 절망과 혼란 속에서 아이시스(ISIS) 같은 종파주의적이고 반동적인 조직이 성장할 수 있었다.
미국 정부는 중동 개입을 정당화하려고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이슬람 혐오를 의도적으로 부추겨 왔다. 그 결과 서방 세계에서 무슬림들은 온갖 천대와 차별로 고통받았고, 그들 중 극히 일부가 이에 대한 반발로 테러 전략에 이끌리기도 했다.
국정원 보고서가 하마스를 아이시스 비슷한 존재로 취급하는 것도 얼토당토않다.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에 맞선 하마스의 무장 투쟁은 정당하다. 하마스는 현재 팔레스타인 민중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당이다. 하마스가 2006년 팔레스타인 의회 선거에서 (부패한 부역자 집단인 팔레스타인 당국PA을 누르고) 승리했을 때 쿠데타를 획책한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과 이집트 독재 정권, PA였다.
국정원 보고서에서 “유대인·이스라엘 관련 시설 등에 대한 공격을 선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하며 굳이 유대인을 별도로 언급한 것도 다분히 의도적일 것이다. 이스라엘 비판이 곧 반유대주의라는 시온주의자들의 프로파간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온주의자들은 유대인을 대표하지 않는다.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서도 유대인이 참가해서 연설도 했다. 그는 이스라엘 규탄 발언을 했고, 참가자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줘서 참가자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저변을 확대하며 성장해 가자 윤석열 정부는 이를 억누르기 위한 조처를 취해 왔다.
정부(한동훈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난민이 정치 운동을 하는 것을 억압하는 난민법 개악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주민·난민이 능동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겨냥한 것이다. 올해 1월부터 출입국관리 공무원, 경찰, 국정원 직원으로 의심되는 자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가한 이주민들을 사찰·감시하는 일이 감지되고 있다. 또,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 3인이 올해 4월 총선이 끝나자마자 집시법 위반 혐의로 경찰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
이번 국정원 보고서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난민법 개악안을 입법 예고하며 당시 법무부장관 한동훈이 “테러리스트, 테러 우려자 등이 난민으로 인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힌 것의 연장이다.
이는 정부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등 서방의 이스라엘 지지에 대체로 보조를 맞춰 왔다. 그런 한국 정부 입장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성가신 일일 것이다.
최근 이주노동자가 다수인 수도권 무슬림 커뮤니티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가하면서 운동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이주민들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참가하는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정치 행동에 나설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이주민 유입을 늘리면서도 통제를 강화하려는 한국 정부는 이 또한 탐탁지 않을 것이다.
국정원 보고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일부 국내 단체와 외국인 무슬림을 중심으로” 열린다고 묘사한다. 그러나 국정원 보고서가 주려는 인상과 달리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한국인을 포함해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참가하는 매우 개방적인 운동이다.
무슬림뿐 아니라 비무슬림·서방 세계 출신 이주민들도 중요한 일부로 참가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지지도 늘고 있다. 한국은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이후 팔레스타인 지지 여론이 가장 급격하게 오른 나라이다.
차별받는 집단인 무슬림, 그리고 팔레스타인인들이 고국과 먼 타지에서 능동적으로 정치 운동에 참가하는 것은 찬양·고무해야 마땅한 일이다.
다양성이 핵심 특징인 이런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은 무슬림에 대한 편견에 단호하게 맞서며, 그들의 자체 활동을 더욱 고무하고, 더욱 다양한 사람들이 운동에 참가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국정원의 야비한 음해와 사악한 의도를 좌절시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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