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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맨체스터 유대인 회당 공격:
이스라엘 비판은 유대인 혐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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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유대교 회당을 노린 범죄가 벌어졌다. 가해자는 예배 시작 시간에 맞춰 회당 건물에 차량을 돌진하고 흉기를 휘둘러 2명을 살해하고 여러 명을 다치게 했다. 아직까지 알려진 정보는 제한적이지만,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에 대한 분노가 범행 동기였을 수 있다.
그러나 본지는, 시온주의 국가 이스라엘이 모든 유대인들을 대표하지 않으므로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의 책임을 모든 유대인들에게 물어서는 안 됨을 거듭 밝혀 왔다.
이 글은 유대계이자 저명한 작가인 마이클 로젠이 쓴 것으로, 2006년 〈맞불〉 13호에 처음 실렸다.
우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레바논 등을 얘기할 때 반시온주의나 유대인 혐오 등의 뜻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서 여기 몇 가지 개념 정의를 소개한다.
- 유대교는 전 세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지켜지는 종교다. 유대교를 지키는 사람들은 모두 유대인들이지만, 모든 유대인들이 유대교를 지키는 것은 아니다. 유대교를 지키지 않는 유대인들을 흔히 “세속적 유대인”이라고 한다.
- 시온주의는 이스라엘 국가를 창건한 정치 신념이다. 시온주의자들은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모국”이라고 부른다.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모국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유대인은 아니지만 시온주의자인 사람들도 많다.(서방 각국 정부의 대다수 인사들이 그렇다.)
더욱이, 그 신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이스라엘에 가서 사는 유대인들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도 다른 나라에서 살기를 원하는 유대인들 사이에는 실질적·객관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 꽤나 명백하다.
이스라엘
- 반시온주의는 이스라엘 국가를 창건하고 오늘날 그 국가를 운영하는 자들을 반대하는 정치 신념이다.
- 전 세계에 존재하는 유대인들을 순전히 종교나 정치 운동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유대인을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이 유대교[의 관행]을 실천하지 않거나 적극적인 시온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유대인을 자처하기 때문에 또는 어떤 외부의 세력이 그들을 유대인이라고 규정하기 때문에 유대인이 된 사람들도 있다.
흔히 그들을 유대인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들의 부모 중 한 명 또는 부모가 모두 유대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유대인다움”이라는 사상으로 포장된다. “유대인다움”에는 유대인의 언어와 속어를 사용하는 것, 유대인의 음식이나 음악을 즐기는 것, 유대인의 축제를 지키는 것 등이 포함된다.
- 유대인 혐오는 유대인들에 대한 인종차별 ― 언어적·신체적 모욕과 차별 또는 편견 ― 이다. 다른 모든 인종차별과 마찬가지로, 유대인 혐오도 역사상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가장 끔찍한 유대인 혐오는 히틀러의 나치가 저지른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대량 학살이다.
서방 지배자들과 주류 언론은 유대인 혐오와 반시온주의의 차이를 흐린다. 그래서 누군가가 ‘유대인들에게 자결권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방식은 안 된다’고 글을 쓰면 아무리 그가 유대인 혐오에 철저하게 반대하더라도(심지어 그 자신이 유대인이더라도) “유대인 혐오자”라고 비난을 퍼붓는다.
그리고 이스라엘 정부의 개별 정책들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시온주의의 핵심 신조를 비판하면 마찬가지로 “유대인 혐오자”라는 비난을 받는다.
서방 지배자와 주류 언론은 사람들이 유대인 혐오를 숨기는 방편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한다는 것을 근거로 들어 유대인 혐오와 반시온주의를 동일시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그들은 주로 자유주의 또는 좌파 단체들, 그리고 일부 무슬림들에게 유대인 혐오 혐의를 씌운다.
여기서 기묘한 것은 유대인들과 이스라엘 국가를 모두 미워하는 사람들은 솔직하게 그렇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유대인 혐오의 고전적 형태 가운데 하나는 “유대인들”이 세계 정복 “음모”를 꾸미고 있다거나 유대인들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때로는, “시온주의자들”의 세계 지배 음모가 존재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유대인들에 대한 증오를 교묘하게 위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런 음모론 안에 있는 유대인 혐오 사상은 “유대인들”이나 “이스라엘” 또는 “시온주의자들”이 미국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믿는 사람들은 솔직하게 그렇다고 말한다.
이것은 터무니없는 소리다. 왜냐하면 미국 자본주의를 지배하고 이른바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자본가들, 정부 관리들, 동맹국들과 군대들이기 때문이다.
서방 지배자들과 주류 언론은 유대인 혐오가 이스라엘 비판 속에 숨어 있을 뿐 솔직하고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암시해서 유대인 혐오 문제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정책들 ― 가자지구에서 자행되는 학살 등 ― 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효과를 낸다.
서방 언론은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대인들을 겨냥한 적대 행위와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이 오래된 유럽 식 유대인 혐오(가장 잔혹한 기록을 갖고 있는) 때문인지 아니면 중동 [문제]에서 비롯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우리는 이 매우 이질적인 인종차별이 융합되는 것에 맞서 싸워야 한다.
우리가 유대인들의 묘지를 모욕하려는 사람들에 맞서 행진할 때는 유대인 권력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지만, 우리가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주장을 할 때는 비방은 물론 위협까지 당해 본 경험이 많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유대인들에 대한 증오와 폭력에 계속 반대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에게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하는 폭력과 증오에 반대할 권리가 있다는 것도 주장해야 한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이스라엘 비판이 유대인 혐오인가?”를 읽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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