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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난민을 환영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5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8퍼센트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총인구에서 외국인, 이민 2세, 귀화자 등이 5퍼센트를 넘으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 한국도 이에 근접한 것이다.

그만큼 이주민이 한국 노동계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고, 한국 경제에 일정한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 감소, 전반적인 교육 수준 향상으로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에서 그들은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고 있다.

여러분이 신선 식품 배송을 시키면, 이주노동자가 재배한 식재료가 이주노동자의 손을 거쳐 운송돼 집 앞에 도착했을 가능성이 크다.

‘농업부문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고용실태와 과제’(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1)를 보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농가는 작물재배업에서 64퍼센트, 축산업에서 84퍼센트였다. 오직 이주노동자만 고용하고 있다는 농가도 각각 25퍼센트, 40퍼센트나 됐다.

‘지옥의 알바’로 불리는 물류 창고는 최근 이주노동자의 유입이 활발한 분야의 하나로, 이주노동자가 과반수를 차지하며 유학생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외국인 비합법 노동시장 연구’, 한국노동연구원, 2019)

이주노동자가 차리는 한국 밥상 충북 괴산의 농가에서 일하는 외국인 계절 노동자 ⓒ출처 충청북도 괴산군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뿌리 산업’(원자재를 소재나 부품으로 가공하는 기초공정 산업)과 일부 지역의 산업을 이주노동자가 지탱한 지는 오래됐다. 이 때문에 정부는 애초 3년이었던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의 체류 기한을 일부에게는 점차 늘려 왔다.

현재 고용주의 동의 등 요건을 충족한 이주노동자는 (도중에 출국 후 재입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총 9년 8개월까지 한국에서 일할 수 있다. 정부는 숙련이 쌓인 일부에게는 그 이상의 장기 체류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주노동자가 단지 ‘저숙련’ 업종에서만 일하는 것도 아니다. 조선업의 일부 공정에서 “이주노동자는 최고의 기량을 가진 숙련 노동자로, … 유연화된 초국적인 배치노동자[또 다른 이주노동자]를 훈련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 내국인 숙련공의 고령화로 … 숙련 이주노동자의 유입과 정주화는 조선업의 경쟁력을 지속하는데 관건이 되고 있다.”(‘이주노동자가 만든 한국 배’, 김현미 외, 2020)

에너지

인구 감소로 곤란을 겪던 지역에 이주민이 유입돼 활력을 되찾기도 한다. 특히, 출생률 감소로 신입생이 줄어들자 지방 대학들은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학생들에게 희망을 거는 건 대학이나 인근 상권뿐만이 아니다. 고성군과 인근 속초시의 식당, 젓갈공장, 오징어 건조 공장 등 소규모 사업장들은 유학생들의 노동력이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지경”이다.(‘전국에서 가장 활기찬 지방대 캠퍼스, 휴전선 바로 밑 고성에 있다’, 〈한국일보〉 2023년 6월 9일자)

이주민의 재정적 기여도 커지고 있다. 예컨대 외국인은 2018~2022년 건강보험 재정에 누적 2조 2742억 원 흑자를 안겼다. 연평균 4548억 원이 넘는다. 노인들의 병원비를 평균 연령이 젊은 집단인 이주민들이 건보료 납부로 보조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노동계급의 일부 2004년 고용허가제 폐지를 요구하는 이주노동자들 〈노동자 연대〉 자료사진

이주민은 한국의 사회운동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1994년 경실련 농성, 1995년 명동성당 쇠사슬 농성, 2003~2004년 단속추방·고용허가제 반대 명동성당 농성 등 인상적이고 전투적인 투쟁을 벌였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며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연대를 이끌어 내며 일부 조건 개선과 권리를 쟁취했다.

현재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서도 팔레스타인인과 아랍인을 비롯해 이주민·난민은 세계적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에너지를 전달해 주는 중요한 존재다. 이들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민감하고 신속하게 반응하며 집회·행진에 열성적으로 참가한 덕분에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벌써 5개월 넘게 지속될 수 있었다.

이처럼 이주민은 한국의 노동운동과 좌파가 환영하고 연대해야 할 존재다.

현재 정부는 노동력 부족으로 이주민 유입을 늘리면서도, 이주민에게 열악한 조건을 강요하고 이주민들이 조직하고 정치적 운동에도 나서는 것을 억압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정부의 공격이 관철될수록 한국인 노동자들도 정부와 사용자들의 공격에 더 취약해질 것이다.

이주민을 환영하고 이주민의 조건 개선과 투쟁을 지지하며 노동계급의 국제적 단결을 추구해야 한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한국은행 보고서에 대해: 돌봄 이주노동자 환영한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반대!”를 읽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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