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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도입 규모·업종 확대:
열악한 조건은 규탄하되 유입은 환영해야 한다

정부가 내년도 신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도입 규모를 올해보다 37.5퍼센트 늘린 16만 5000명으로 발표했다. 정부는 신규 도입 규모를 2021년 5만 2000명, 2022년 6만 9000명, 올해 12만 명으로 늘려 왔다.

또한 음식점업, 임업, 광업을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허용 업종에 새로 추가했다. 일단 내년에는 시범사업으로 도입한다. 호텔·콘도업도 신규 허용 업종에 포함시킬지 정부가 12월에 논의할 예정이다.(〈한국경제〉)

정부는 인구 감소와 몇몇 업종의 노동력 부족에 대응해 이주노동자를 늘리려 한다.

동시에, 현재 40만 명이 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5년 안에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강력한 단속추방을 벌이고 있다.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은 더 강화했다. 어렵게 변경 허가를 받더라도 일정 권역 내에서만 옮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조처들은 억압적이며 이주노동자가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한다.

주요 노조들은 이주노동자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정부 정책을 비판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도입 확대에 반대하거나, 명시적 반대는 아니어도 늘어날 이주노동자를 환영하는지 불분명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증가가 내국인 일자리에 부정적인가?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한국노총은 업종 확대를, 민주노총 소속 건설노조는 도입 규모 확대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인 노동자가 이주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건설노조는 윤석열 정부가 ‘공갈 갈취범’으로 매도하며 공격해 온 것 때문에 조합원들이 고용 불안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주노동자 확대로 고용 불안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듯하다.

그러나 이주노동자가 유입된다고 해서 내국인 일자리가 자동으로 주는 건 아니다.

한국 노동자들이 고용 위기를 크게 겪은 것은 IMF 위기와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직후였다. 당시는 이주노동자 유입이 는 시기가 아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이주노동자 수가 줄었지만 실업률은 올랐다.

이런 일부 기간 이외에 이주노동자의 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실업률은 큰 변동이 없었다.

이런 사실들은 일자리 감소가 주로 경제 상황의 악화 때문이지 이주노동자 증가 때문이 아님을 보여 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저숙련 부문과 건설업에서는 이민 증가로 내국인 고용이 적잖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이민 증가가 지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쳐서 내국인 건설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낸다는 점도 같은 연구에서 지적했다.

지난 8월 20일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 ⓒ이미진

이주노동자의 한국 유입이나 사용자의 이주노동자 고용을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주기적으로 단속추방을 벌이는데도 지난 몇 년간 미등록 이주민은 꾸준히 늘었다. 고용허가제로 오기 어려우면 유학생이나 어학연수생 등 다양한 경로로 한국에 와서 일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이주노동자의 고용·유입 제한 입장을 갖고 있거나 환영하지 않으면, 이주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신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국인 노동자들도 이주노동자를 단결해 함께 투쟁할 동료로 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는 정부와 사용자가 내국인과 이주노동자를 이간질하게 쉽게 하고 이주노동자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하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이는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끌어내리는 압력이 된다. 이주노동자 유입에 반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내국인 노동자에게도 해로운 근시안적인 태도다.

고용과 임금 수준은 노동자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저항하느냐에 따라 가장 크게 좌우된다. 정해진 몫이 있어서 이를 노동자들끼리 나눠야 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 몫을 줄이려는 사용자에 맞서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열악한 곳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이주노동자 유입 막아야 한다?

한국노총은 “국내 일자리 질 개선과 이주노동자 처우개선이 먼저”라며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에 반대한다.

반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정부가 이주노동자 수는 빠르게 늘리면서 이주노동자 지원 정책과 처우는 후퇴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금속노조는 이주노동자를 조직해 싸우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도입 규모·업종 확대를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주장도 했다.

민주노총은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이유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과 조선업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에 반대한 바 있다. 금속노조도 조선업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에 반대했었다.

이런 입장으로는 이미 들어온 이주노동자는 조직하지만, 더 많은 이주노동자가 들어오는 것은 반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유입을 막는다고 그들이 열악한 일자리에서 고통받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행이 막히면 그들은 다른 나라의 열악한 일자리로 가거나, 자국의 더 열악한 일자리에 취업하거나, 더 나쁘게는 실업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애초부터 미등록 신분으로 한국에 올 수도 있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이유로 이주노동자 유입을 반대하는 것은 그들의 절박한 필요와 바람을 외면하는 것이다.

내국인 노동자든, 이주노동자든 투쟁을 통해서만 필요한 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 노동자들 사이에 차이와 차별이 있고 이 탓에 분열 압력이 작용해도,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처지 개선을 위해 단결할 잠재력이 있다.

한국에서도 몇몇 금속 사업장에서 노조가 이주노동자 조직에 나서고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한 덕분에, 복수노조의 제약을 뚫고 노조 설립에 성공한 사례들이 있었다. 이주노동자와의 단결을 도모하는 것이 내국인 노동자에게도 이익인 것이다.

그러나 자연스레 단결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투쟁적 활동가들은 노동계급 내 인종 간 단결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정부와 사용자들이 이주노동자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내모는 것을 당연히 규탄하고 개선을 요구하면서도, 유입·고용되는 이주노동자를 환영해야 한다. 비록 임금과 노동조건이 열악한 부문에서 일하게 될지라도 말이다.

그래야 노동계급의 단결을 도모할 수 있다. 노동계급의 단결과 연대는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하는 데서 단연 필수적인 요인이다.

이 글은 필자의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 발제문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논란: 왜 이주노동자를 환영해야 하는가?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는?’에서 일부 원용해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