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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일부 노조의 이주노동자 배척 비난할 자격 없다
노동운동은 이주노동자 유입 무조건 환영해야

7월 5일 〈조선일보〉가 “외국인 없으면 조선소 안 돌아가는데 … 노조는 ‘잔업 뺏는다’ 공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조선업 노동조합들이 이주노동자가 한국인 노동자의 일거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하는 것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조선일보〉가 이주노동자를 위하는 척하는 것은 역겨운 위선이다.

〈조선일보〉는 5월 17일 자 사설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을 주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특히 한국은행은 돌봄 서비스 …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적극 검토해야 할 제안이다.”

2018년에는 “한국인 근로자가 거의 찾지 않는 주물 등 뿌리 산업 위주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하는 방안을 도입하자”며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을 요구하는 기사를 사흘에 걸쳐 연재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이주민 가족의 건강보험 적용을 축소하는 개악을 추진했을 때도 〈조선일보〉는 이를 적극 뒷받침했다.

예컨대 한국인 사위의 피부양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한 한 50대 중국인이 한국에서 간 질환 치료를 받아 9000여만 원의 건보공단 부담금이 발생한 사례를 부각하며 “외국인 건보 먹튀,” “1억 원 빼먹었다”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비난했다.

이주민과 그 가족이 본국에서 진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고통받거나 죽어도 된다는 것인가?

결국 개악안은 국회를 통과해 올해 4월 시행됐다.

또 〈조선일보〉는 지난해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가 나자 “현장 인력 대부분 경험 미숙 외국인 … 시공 오류·품질 저하, 예견된 사태”라며, 부실시공이 마치 미숙련 이주노동자 때문인 양 호도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이주민 차별 조장하는 〈조선일보〉 기사들

〈조선일보〉는 이번 기사에서 조선업 사용자들이 이주노동자가 “건강하게 금의환향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한다고 소개한다. 이 또한 거짓말이다.

‘조선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금속노조, 2023)를 보면, 응답자의 평균 시급은 9680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월평균 3일 이하로 쉰다는 응답자가 30퍼센트를 넘었다.

응답자의 63퍼센트가 다른 곳으로 이직하고 싶다고 답했는데, 그중 약 67퍼센트가 “노동강도에 비해 임금이 낮아서”를 이유로 꼽았다. “작업장 환경이 너무 위험해서”라고 답한 응답자도 약 24퍼센트였다. 조선소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는 위험한 작업 환경이 첫째로(약 44퍼센트) 꼽혔다.

권준모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운영위원은 조선소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말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취업 알선비로 많게는 2000만 원까지 나간다고 합니다. 이 돈을 벌충하면서 고국의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야 합니다. 한국 물가가 비싸다보니 회사 회식 외에 외식은 꿈도 못 꾸고 편의점만 이용하는 처지예요. 그래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임금이 적은 것에 불만이 있고 잔업, 특근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처럼 사용자들과 〈조선일보〉 등 우파 언론들은 이주노동자를 저임금과 열악한 조건으로 이용하는 데 관심이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사용자들의 위선에도 불구하고, 조선업 노동조합들이 이주노동자를 배척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는 매우 근시안적인 태도다.

근시안적 태도

〈조선일보〉는 현대미포조선노조와 금속노조 현대삼호중공업지회 등의 소식지를 인용했다.

현대미포조선노조는 소식지 〈함성소식〉 6월 25일 자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이주노동자들이 포화 상태인 지금 조합원들의 잔업과 특근의 자리를 값싼 이주노동자들에게 빼앗기고 있는 현실이 왔다.” “사측은 이주노동자 확대 멈추고 잔업통제에 대한 대책 마련하라!”

그러나 조선소 노동자들에 따르면, 최근 HD현대미포 조선소에서 잔업과 특근이 줄어든 것은 도크 가동률이 일시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형 선박 여러 대를 건조하던 도크에서 대형 선박을 건조하느라 도크를 100퍼센트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일거리가 줄어든 것은 이주노동자 탓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잔업과 특근을 하려는 진짜 목적은 임금을 더 많이 받으려는 것이다. 사실 잔업과 특근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임금이 보장돼야 한다.

그런데 노조 지도부는 모든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투쟁을 조직하기보다 이주노동자를 배척해 한국인 조합원의 잔업과 특근을 확보하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설령 요구를 달성하더라도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모든 노동자들이 고물가로 고통받는 지금 임금 인상 요구를 분명히 하며 투쟁하는 게 개별 사업장을 넘어서는 지지를 받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 초기 화물연대와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이 그런 효과를 낸 바 있다.

반면, 이주노동자 배척 같은 협소한 부문주의적 요구는 사용자와 친사용자 측 언론들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양 위선을 떨며 노조를 ‘이기적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하는 데 이용당하기 쉽다. 이번 〈조선일보〉 보도도 이주노동자 배척 요구의 약점을 이용해 노동자들의 불만에 대응하려고 사용자 측이 〈조선일보〉에 ‘제보’한 것일 수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지회는 소식지 〈노동자 함성〉 7월 4일 자에서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는 조선소 작업 현장의 위험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작업 현장의 위험을 높이는 것은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 자체가 아니라, 사용자 측이 안전 조처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기존 이주노동자의 안전 대책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할지라도 이주노동자 신규 유입에는 반대하게 될 것이다.

이번 소식지에서 이주노동자 확대를 반대한다고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현대삼호중공업지회가 속한 조선업종노조연대는 그동안 이주노동자 확대 반대 입장을 내 왔다.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유입을 반대하는 노조에 신뢰를 보내기는 어렵다.

이미 조선업 노동자의 약 10퍼센트가 이주노동자로 추산되며, 앞으로 이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또 이주노동자의 체류가 장기화하면서 “숙련이나 기술에 있어서 대체 불가능한 노동자가 되고 있[다.]”(‘이주노동자가 만든 한국 배’, 김현미 등, 2020) 이런 이주노동자들이 노조에 반감을 갖게 되면 사용자에 맞서 효과적으로 싸울 수 없다.

조선업뿐만이 아니라 외국인 가사노동자, 건설플랜트업 등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에 노조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이간질을 더욱 부추기고자 이번 기사를 냈을 것이다.

노동조합과 좌파들은 이주노동자 유입을 무조건 환영하고 함께 투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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