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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민주노총 후보:
좌파 후보라면 이주노동자 확대를 반대할 수 없는데도

2023년 상반기 조선업 고용 규모는 약 10만 4000명이었고 그중 이주노동자는 1만 5000명 내외로 추산된다. 조선업 노동자의 약 10퍼센트가 이주노동자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단결하지 않으면 사용자에 맞서 효과적으로 싸울 수 없을 것이다.

‘조선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금속노조, 2023)에는 아주 시사적인 조사 결과가 실렸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의 파업[2022년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을 보며 이주노동자들도 시급이 오르고 상여금이 생길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큰 파업 이후에도 자신들의 임금에는 변화가 없는 것을 보고 노동조합과 파업이 정주노동자[한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느꼈다.”

한국인 노동자들과 노조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이주노동자를 함께 투쟁하는 동지로 만들 수도, 관계가 소원해질 수도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런 점에서 울산 동구에 출마한 노동당 이장우 후보가 조선업 이주노동자 확대를 반대한 것은 잘못이다.

이장우 후보는 민주노총 후보이자 진보(노동당, 녹색정의당, 진보당) 단일 후보다.

이장우 후보는 1월 11일 ‘조선업을 위기로 몰아넣는 윤석열 정부와 HD현대, 이주노동자 확대 중단하고 임금을 인상하라!’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이주노동자 확대 이전에 먼저 이주노동자에 대한 가혹한 착취와 차별을 바로잡고, 철저한 보호 대책부터 면밀하게 수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고통받는 현실을 시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이장우 후보의 염려에 담긴 실질적 목적은 이주노동자를 환영하고 함께 투쟁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중공업 출입문에서 출퇴근 인사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이장우 후보 ⓒ출처 이장우 후보 페이스북

이장우 후보는 1월 15~27일 현대중공업 출입문에서 “비숙련 이주노동자 확대는 저임금 고착! 인력난 해법은 임금인상”이라는 문안의 팻말을 들고 출퇴근 인사 선거운동을 했다.

결국, 이장우 후보의 요구는 한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기 위해 이주노동자 고용을 늘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장우 후보가 이주노동자 차별을 문제 삼는 것은 민족주의적이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이유로 이주노동자의 유입을 반대하는 것은 당장의 생계를 위해 그런 일자리에라도 취업해야 하는 당사자들의 절박한 필요를 외면하는 것이다.

이 후보 자신도 인정하듯이 저임금 고착의 진정한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 “이주노동자 A씨의 통상임금의 20%[를] ... 숙박·식대 지원금으로 떼어가는” 것은 HD현대 사측이다. HD현대 사측은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조선업 불황 때문에 수년 전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임금을 약 30퍼센트 삭감하고, 또 많은 노동자를 해고했다.

그런데 이주노동자 유입과 임금 수준은 뚜렷한 인과 관계가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예컨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이주노동자가 계속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비정규직의 실질임금도 꾸준히 올랐다. 반면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돼 이주민 수가 급격히 떨어졌는데, 비정규직의 실질임금도 소폭 감소했다.

2017년 미국 국립과학원(NAS)은 이민자 유입이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을 연구한 저명한 연구자들의 자료를 취합해 방대한 증거를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민자 유입이 고용과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작다는 것이 보고서의 중요한 결론이었다. 이 보고서를 소개하고 있는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2024)의 저자 헤인 데 하스는, 그보다는 경기 순환과 노동조건을 공격하는 정책의 영향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비숙련 이주노동자 확대를 막더라도 임금이 그에 따라 저절로 오르지 않는다. 사실 정부가 최근 조선업에 이주노동자 유입을 급격히 늘리기 전까지 그런 상황이었다.

따라서 임금 수준은 경제 상태와 노동자들이 사용자에 맞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싸우느냐의 상호 관계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후자 요인이 더 강해지려면 노동자들은 단결해야 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유입 반대 주장은 저임금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를 사용자가 아니라 이주노동자에게 돌려 노동자 단결을 해치는 효과를 낸다.

사실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 반대 입장이 조선업 노동자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그들은 모순된 생각을 갖고 있다.

앞에서 인용한 금속노조 보고서에서 조선업종 노조 간부 126명을 대상으로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에 노조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질문한 결과 “이주노동자 총 고용규모를 제한해야 한다”는 응답(17.8퍼센트)은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27.1퍼센트), “이주노동자 동일노동 동일임금 주장”(20.4퍼센트)에 이어 세 번째였다.(복수응답)

이렇게 봤을 때 이장우 후보는 좌파 후보로서 선진적인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모순된 의식을 좌파적으로 파고들어 전체 노동자들의 의식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득표를 의식해 후진적인 노동자들의 의식에 타협하는 것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