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국회의장 우원식, 개헌 논의 제안:
민주당의 환영은 반윤석열 투쟁에서 빠져나갈 또 하나의 구멍을 파는 것

국회의장 우원식이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개헌을 제안했다.

우원식은 6월 말에도 “탄핵은 국가적 불행이고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개헌을 촉구한 바 있다.

우원식은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논의를 시작하고, 2년 뒤 열릴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우원식의 개헌 제안을 환영했다.

민주당 대표 대행 박찬대는 우원식의 개헌 제안을 환영하며 개헌특위에서 기후 위기, 인구 위기, 인공지능(AI) 대책도 다루자고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온갖 실정은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 비롯한 게 아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하고 있는 미국 정치가 지금 최악으로 망가지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던 미국에서 극우 정치인 트럼프가 귀환하고 극우와 파시스트들이 득세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이 제국주의·인종차별·친자본 정책 등을 펴며 대중의 삶을 파탄 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좌파가 민주당에 대한 대중의 환멸과 분노를 대변하는 데 실패하자 극우와 파시스트가 그 틈을 이용해 득세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 형태가 대통령제든 내각제든 이원정부제든 관계없이) 미국이나 유럽의 정부들은 안보를 핑계로 우익적 통치를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우원식의 개헌 제안과 민주당의 동의는 윤석열 정부의 실패가 그저 대통령 5년 단임제라는 정부 형태의 문제점 때문이라는 식으로 물타기를 해 주는 것이다.

반윤석열 정서가 재고조되는 지금, 국회 개헌 논의로 초점을 이동시키려는 것은 대중 투쟁이 커지지 못하게 막는 구실을 할 뿐이다.

우원식이 제안한 취지대로라면, 개헌 협상은 국민의힘과의 대화와 협력으로 진행돼야 한다. 앞으로 2년간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우는 대신, 국회에서 실효성도 없고 따분하기만 한 개헌 공방을 지켜보라는 얘기다.

그 사이에 윤석열 정부는 노동 개악과 긴축 등 경제 위기 고통 전가, 미국 등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 미국의 대중 군사 동맹 참여 등 온갖 반동적 공격을 할 테고, 개혁입법들은 거부권으로 계속 틀어막으려 할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개헌 논의의 필요성에 동의한 것은 대정부 투쟁에서 빠져나갈 또 하나의 구멍을 파는 것이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반윤석열 정서의 득을 봐 국회 다수당이 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정부 화전 양면 전술을 구사하면서 대중의 염원을 매우 불충분하게 대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정치 위기 악화와 그로 인한 여당의 자중지란이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 때까지 이어지기만을 바라면서 투쟁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그러면서 부자 감세 정책 등을 제시함으로써, 현 상황을 관리해 기업들이 바라는 정치 안정을 이룰 수 있는 것은 민주당뿐임을 지배계급에게 보여 주려고 한다.

우원식의 개헌 제안도 민주당의 그런 구상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과 노동당 등 좌파 정당이 제헌절에 개헌 논의의 필요성을 제안한 것은 그것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포착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물론 두 정당은 우원식의 개헌 제안과는 다른, 그들 나름 준비해 온 개헌안들이 있다. 그럼에도 어찌 됐든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함으로써 우원식의 개헌 제안에 힘을 보태는 효과를 낸 셈이다.

촛불행동의 옳은 비판

그런 맥락을 감안하면 촛불행동이 우원식의 개헌 발언을 비판한 게 옳다. 촛불행동은 100주 가까이 매주 윤석열 퇴진 집회를 주최하고 이번 윤석열 탄핵 청원을 주도했다.

“지금 [정치적] 갈등과 극한 대치가 발생하는 이유는 단임제와는 아무 상관없이, 민심을 역행하는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 때문이다. … 윤석열과 그것도 대화를 통해 개헌 국면으로 가자는 이야기는 국정 혼란의 당사자에게 생선을 통째로 물어다 주는 격이다. … [우원식은] 개헌을 운운하며 윤석열의 임기를 보장해 줄 궁리를 할 것이 아니라 탄핵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

촛불행동은 7월 20일 윤석열 퇴진 전국 집중 집회를 대규모로 열자고 호소하고 있다. 정의당은 공개적으로 이 집회에 참가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정의당은 같은 시각에 전국위원회를 열었고, 집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진보당 김재연 대표도 발언이 예정돼 있다.

이런 거리 투쟁이 더 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