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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참사 항의:
윤석열 정부에 책임을 묻는 행동에 나서다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이 폭우 속에 영정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아리셀 참사 발생 34일째인 7월 27일, 유가족들이 희생자 영정을 들고 용산 대통령실 앞에 섰다. 유가족 지원과 사측의 책임을 묻는 데에 정부가 적극 나서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행진을 하기 위해서다.

아리셀 사측은 7월 5일 산재 사망 보상 등을 논의하기 위한 첫 교섭을 한 이후, 유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대책위)의 교섭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다수가 이주민인 희생자와 유족들의 불안정한 처지를 이용해 유족들에게 불리하게 개별 합의를 추진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한편, 화성시는 유가족들의 한국 체류 숙식비를 지원하지 않으려 한다. 희생자 직계 가족들에게 이번 달 말까지만 지원하고, 직계 가족 외의 친인척들에 대한 지원은 7월 10일로 이미 종료됐다. 민주당 소속인 화성시장 정명근은 시간을 끌며 유가족을 압박하는 아리셀 사측을 사실상 편드는 것이다.

7월 2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희생자 가족 영정 행진에 앞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미진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희생자 가족 영정 행진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태윤 아리셀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이미진

유가족협의회와 대책위는 오후 4시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에서 정부에게 유족 지원 대책을 내놓으라고, 또 아리셀 사측을 압박해 교섭에 임하도록 적극적인 조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족과 참가자들은 서울역 광장까지 행진했다. 영정을 품에 안은 유족들이 앞장섰고, 방송차에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며 거리의 시민들에게 참사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알렸다.

서울역 광장에 도착한 유족과 참가자들은 수차례 폭우가 쏟아졌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궂은 날씨에도 자리를 지키며 추모제를 이어 갔다.

유족들이 직접 나서 절절한 사연을 말하고 아리셀 사측과 정부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고(故) 김지현 님의 유족 지경옥 님은 준비해 온 편지글을 낭독했다. 편지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저는 고 김지현 엄마, 고 이향단 이모입니다. … 우리 아이들이 독가스에 질식하고 1000도가 넘는 불길 속에서 몸부림치는 모습이 시도 때도 없이 떠오릅니다. … 울분으로 가득 찬 가슴은 미어집니다. 아픕니다. 미칠 것 같습니다. 아리셀 대표, 본부장, 그놈들 죽이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저는 세상을 바꿀 생각도 힘도 없습니다. 또 그렇게 조용히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하나둘 바뀌어야만 하지 않을까요?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게 … 유족 여러분 우리 다 같이 끝까지 싸웁시다.”

알음알음 소개받아 일자리를 구했던 탓에, 희생자들 중에는 부부·자매·이종사촌 등 가족과 친인척이 한꺼번에 변을 당한 경우가 많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폭우 속에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희생자 시민추모제에서 유가족들이 영정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있다 ⓒ이미진

한국인 희생자 고(故) 김병철 님의 아내 최현주 님도 발언에 나서 사측의 표리부동한 태도를 성토했다. 고 김병철 님은 아리셀에서 연구소장으로 일했었다.

“아리셀의 실제 사장 박중언은 제 남편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청주에도 여러 번 왔었습니다. 제 남편에게 신뢰한다며 함께여서 너무 좋다고 말했습니다. 최소한 살아있을 땐 그랬습니다. … 함께해서 좋다던 박중언과 [아리셀 대표] 박순관은 … 사고 직후 제가 아닌 기자들에게 사과했고, 김앤장을 선임한 이후에야 저에게 전화를 걸어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 빨리 합의하면 5000만 원을 더 주겠다고도 합니다.

“제 남편의 진심을 짓밟은 박순관과 박중언의 끝이 어떤지 저는 꼭 지켜볼 것입니다. 만일 사법부가 안 된다면 저 혼자서라도 그 죄를 반드시 물을 것입니다.”

유족들의 절절한 호소에 주변을 지나던 많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경청했다. 주최측이 나눠 주는 파란색(아리셀 참사 상징색) 리본을 받아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씨도 발언에 나서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에 연대를 표하고 정부의 무책임을 규탄했다.

“외국인들을 대거 영입해 좋아라 힘들고 험한 일 시킬 때는 언제고, 사고 터지니 정부의 태도는 나 몰라라 생색내기에만 일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사고 당사자들이 대부분 이주민이다 보니 사건 해결보다 유족들이 알아서 본국으로 돌아갈 시간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 아리셀 참사는 정부의 관리 감독이 허술함으로 발생한 인재(人災)였습니다.”

안전 규제를 완화해 온 윤석열 정부는 이번 참사에 책임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안전 규제로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사업장 위험성 평가에 관한 고시’조차 지난해 5월 개정해 사업주가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셀프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2차전지(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공장에 “필요 이상의 과도한 안전 기준이 적용돼 공장 건설이 지연되거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다”며 일부 안전 규제를 완화했다.

정부의 이런 정책 기조 때문에 아리셀 공장은 정부가 실시하는 위험성 평가에서 3년 연속 ‘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리셀 공장에서는 2021년부터 이번 참사와 규모만 다를 뿐 동일한 형태의 사고가 4건이나 벌어졌다.

유가족협의회와 대책위는 향후 8월 8일 추모제, 8월 11일 희생자 49재, 8월 17일 ‘희망버스’ 등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아리셀 사측과 정부가 참사에 제대로 책임 지도록 항의 행동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

영정사진과 현수막을 들고 있는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 ⓒ이미진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이 폭우 속에 영정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이 폭우 속에 영정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폭우 속 행진 내내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이 영정 사진에 묻은 빗물을 닦아 내고 있다 ⓒ이미진
거리 행진을 마친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서울역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희생자 시민추모제를 열고 있다 ⓒ이미진
김용균재단이 선물한 옷을 맞춰 입은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이 추모제에 참가한 시민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