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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참사:
아리셀 사측은 책임 회피 골몰, 정부와 화성시는 수수방관

다수의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23명의 목숨을 앗아 간 아리셀 참사가 발생한 지 20일이 지났다. 그 사이 희생자 중 여덟 가정이 장례를 치렀다.

참사의 직접적 책임자인 아리셀 사용자 측(대표 박순관)은 시간을 끌며 유가족들을 압박하고 있다.

유가족협의회와 민주노총 등이 설립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7월 5일 아리셀 사용자 측과 산재 사망 보상 등을 논의하기 위한 첫 교섭을 했다.

이 자리에서 사측은 “100퍼센트 사측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며 뻔뻔하게 나오더니, 이후 유가족협의회와 대책위의 교섭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죽음의 일터 7월 3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아리셀 참사 추모 집회 ⓒ이미진

그러면서 최근 사측은 유족들에게 개별적으로 ‘화재사고 보상 관련 사측 합의 제시안’이라는 문서를 휴대폰으로 보냈다.

이 문서를 단독 보도한 〈충북인뉴스〉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이 문서를 보고 “사람 죽여 놓더니 오히려 협박까지 한다”며 크게 분노했다고 한다. 〈충북인뉴스〉 소속 기자의 배우자가 이번 참사의 희생자이기도 하다.

사측은 해당 문서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들의 산재 보상금을 한국보다 임금이 낮은 중국 지린성 평균 임금으로 계산해 산정했다. 그동안에도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 시 출신국의 임금을 적용해 ‘목숨 값’을 차별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한 아리셀 사측은 사망한 중국 동포 노동자들이 재외동포 비자 소지자에게 허용되지 않는 ‘단순노무 행위’에 해당하는 작업을 아리셀에서 했었다며,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퇴거 대상” 즉, 미등록 체류자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7월 19일까지 사측이 제시한 합의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공탁하겠다고 압박했다.

희생자들에 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체류 자격을 이용해 유가족들을 위축시키고 보상을 적게 하려는 것이다.

미등록 체류자로 인정되면 산재 보상금 산정 시 한국 평균 임금을 적용하는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사측은 바로 이런 조언을 받으려고 반인권·반노동 행태로 악명 높은 김앤장 로펌을 변호인으로 선임했을 것이다.

사측은 이 문서를 한 한국인 희생자 유가족에게도 보내는 황당한 일도 저질렀다. 희생자 한 명 한 명에 대해 도통 관심이 없다.

아리셀 사측 고소고발에 나선 유가족들 ⓒ출처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한편, 화성시는 유가족들의 숙식비 지원을 현행 기한에서 더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희생자의 직계 가족 지원은 이번 달 말까지고, 그 외의 친인척 지원은 7월 10일로 이미 종료됐다. 화성시장 정명근은 민주당 소속이다.

유가족협의회와 대책위는 이런 방침에 반발해 숙식비 지원 연장을 요구하며 9일 화성시장실 앞 농성에 돌입했었다. 다음 날 화성시의 지원 유지 약속을 받았다고 발표하고 농성을 풀었으나, 화성시는 대책위의 해석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리셀 사측이 시간을 끌며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이주민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한국에 체류하며 이에 맞서는 활동에 동참하려면 숙식비 지원이 필요하다. 화성시의 지원 중단은 사측을 편드는 매몰찬 결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참사 직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며 잠시 요란을 떨더니, 조용히 뒤로 물러서 있다. 12일부로 중대본을 해체하고 대책지원본부로 전환했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을 유가족 숙식비 지원 같은 문제조차 강 건너 불구경이다. 대책지원본부는 도대체 무엇을 지원한다는 것인가?

아리셀 공장에서 이전에도 동일한 형태의 사고가 반복됐음이 드러났다. 심지어 불법 파견 정황도 드러났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런 책임은 이행하지 않아 놓고 이제는 희생자와 피해자 지원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유가족협의회는 앞으로 에스코넥·아리셀 공장 앞 규탄 시위와 대표이사 항의 행동에 나서고, “수사 진행과 관련해 경찰과 고용노동부로까지 [항의를] 확대”하겠다고 15일 밝혔다.

아리셀 사측과 정부·지자체가 참사에 제대로 책임지게 하려면 항의 행동이 기층에서 확대돼야 한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의 주체적 참여를 고무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