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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진보당의 민중전선 전략은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모순될 것

진보당이 국회에서 윤석열 국회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필자가 지난 호에 쓴 “민주노총의 윤석열 퇴진 투쟁 지지하자”는 진보당의 입장이 아래로부터의 정권 퇴진 운동인 듯 서술했는데, 이는 때이른 서술이었다. 그 직후 진보당은 윤석열 국회 탄핵을 목표로 의식적으로 표방했고, 그것은 그 당의 오랜 전통인 민중전선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진보당은 원내에서는 탄핵 찬성 의원 모임을 결성하고, 원외에서는 시/군/구 단위까지 지역 탄핵 운동 조직을 꾸리겠다고 한다. 전통적인 스탈린주의 민중전선 전략의 상층 통일전선과 하층 통일전선을 구현하려 하는 듯하다.(이것은 촛불행동 측의 투트랙 전략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진보당의 윤석열 탄핵 추진 기자회견에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농민·빈민 단체 대표들도 참석했다.

윤석열 탄핵 요구를 중심으로 진보당과 민주노총이 원내외에서 각각 역할 분담을 하는 이층(공중전과 지상전) 구상을 밝힌 것이다. 민주노총 주도의 운동은 윤석열 탄핵 국회 공조를 뒷받침하고, 진보당은 주되게는 원내 공조를 추진하는 구실을 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윤석열 퇴진 투쟁을 적극 건설하겠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상/하층 또는 공중/지상 투트랙 전략은 반윤석열 투쟁이 전 계급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게 하는 한계를 부과할 것이다.

민중전선에 내포된 계급 협력주의 논리는 좌파와 노동운동에 불리하다 ⓒ출처 진보당

국회 탄핵은 민주당(175석)이 없으면 불가능하고, 의회 내 세력관계 때문에 국회 탄핵 추진 여부는 민주당이 좌우하게 될 것이다.

설령 거리의 운동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국회가 그 압력에 밀려 탄핵소추를 해도 헌법재판소라는 국가기구가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박근혜 퇴진 절차가 그랬다.)

특히, 처음부터 국회 탄핵에 목표를 한정하는 것은 — 1단계 ‘민주변혁’이라는 용어로 돼 있겠지만 — 대중 항쟁으로 즉각 윤석열을 물러나게 만들고 국가기구에 타격을 주는 아래로부터의 정권 퇴진과는 달리 투쟁의 잠재력을 제한한다.

이처럼 처음부터 탄핵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2016~2017년 박근혜 퇴진 운동과도 다르다. 즉, 시작부터 민주당과의 전략적 협력을 추구하는 것이다.

진보당과 민주노총 다수 지도자들이 추구하는 투트랙 전략의 정치적 지향은 민주당과 동맹해 우익 정부를 합법적으로 하차시킨 뒤 민주당과의 연립정부에 (하위 파트너로) 참여해 사회 개혁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노선은 사실 박근혜 퇴진 운동 과정과 문재인 정부하에서 정의당이 취했던 전략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문재인의 민주당에 대해 정의당이 취했던 접근법을 이번에는 진보당이 이재명의 민주당과 해 보겠다는 것이다.

당시에 정의당은 민주당과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일부가 박근혜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에 동참하도록 하려고 박근혜 퇴진 운동의 도화선이었던 철도 파업을 종료시키는 데에 앞장섰다.

1930년대 프랑스 민중전선의 경험

민중전선은 파시즘이나 극우에 맞서기 위해 좌파가 자유주의적 중도파와 선거 연합을 통해 공동 집권을 하려는 전략이다.

민중전선은 광범한 대중에게 극우에 맞선 유력한 선택지를 선거에서 제공해 사람들을 극우에 맞서 단결시키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그 연합은 안정적일 수 없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계급에 기반을 둔 정치 세력들이 체계적으로 협력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극우 득표를 극대화하려면 극단적 입장을 자제하고 중간층 표를 최대한 끌어와야 한다는 선거 공학적 논리가 우세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민중전선의 강령에서는 좌파가 자유주의적 중도파에게 양보를 하고, 자유주의적 중도파에 대한 좌파의 비판도 억제된다.

이는 사실 자본가들이 민중전선의 집권을 용인하게 하도록 좌파와 노동운동이 급진적 강령과 투쟁을 자제하고 포기하라는 압력이다.

장석준 씨 같은 개혁주의적 좌파가 역사적 성공 사례로 언급하는 1930년대 중엽 프랑스 민중전선은 파시스트들이 독일 히틀러의 집권에 고무돼 준동하자 공산당과 사회당이 자유주의적· 친자본주의 정당인 급진당과 연합해 집권에 성공했다.

당시에 급진당은 집권당이었고 대불황기에 긴축 정책을 펴서 노동계급 대중의 삶이 더욱 피폐해지게 만들었다. 게다가, 금융 부패 스캔들로 휘청거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따른 생활의 고통과 절망, 환멸이 파시즘 급성장의 토양이 됐다.

파시스트들의 성장에 자양분을 제공한 급진당과 연합하려고 공산당과 사회당은 자본주의 반대와 그밖의 급진적 언사를 거둬들인 것은 물론이고, 급진적 재분배도 민중전선 강령에서 뺐다. 게다가 공산당은 애국주의 언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프랑스 민중전선이 집권한 1936년 총선에서 극우 연합과 민중전선의 의석 차이는 100석 넘게 났다. 하지만 총 득표수 차이는 불과 1.4퍼센트였다. 급진당의 득표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민중전선의 집권은 그 직전 2년 동안 반파시즘 투쟁에 적극 나섰던 노동자들을 고무했지만, 극우파의 세력이 약화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민중전선은 (공산당의 결정적 도움으로) 혁명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었던 1936년 6월 총파업과 공장 점거를 반대하고 자제시켰다. 극우에 맞설 매우 효과적인 투쟁 수단을 억누른 것이다.

민중전선에 내포된 계급 협력주의 논리는 좌파와 노동운동에 불리하다. 계급 협력을 깨지 않기 위해, 노동계급의 의식을 흐리고 파업 같은 노동계급 고유의 투쟁 방식을 억제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계급이 그 때문에 사기가 떨어지고 의식이 후퇴하면, 세력 균형은 지배계급과 우익에 유리해지고, 이는 민중전선 내의 자유주의적·친자본주의적 인자들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프랑스 민중전선은 2년 만에 끝장났다. 공산당은 불법화됐고, 사회당은 분열했다. 급기야 의회는 나치 독일의 침략을 받자 친나치 장군인 페탱에게 정권을 넘겼다. 민중전선이 승리한 바로 그 총선 결과로 구성된 의회가 벌인 일이었다.

전략적 야권연대

한국에서 민중전선이 집권에 성공한 적은 아직 없지만, 민중전선 전략은 씁쓸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명박 정부 때의 야권연대, 박근혜 퇴진 운동 때의 탄핵 공조, 문재인 정부하 개혁 공조 노선은 일시적 성공을 거두는 듯했지만, 모두 좌파의 분열과 약화, 우파의 회복과 재집권으로 귀결됐다.

민주당은 윤석열과 싸우며 개혁 염원 대중의 표도 받으려 하지만, 본질적으로 자본가 계급의 지지를 받으려는 분명한 친자본주의 정당이다.

지금 민주당은 자신의 집권이 정치와 경제, 사회의 안정에 유리하다는 걸 입증하려고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위기 극복을 위한 영수회담, 연금 개악, 부자 감세, 금투세 완화 따위를 제안하며 ‘국민 통합’과 정치 안정에 자신이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까닭이다.

8월 21일 민주노총을 방문한 민주당 소속 국회의장 우원식이 국회 중심(민주당 주도)의 사회적 대화 추진을 제안하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를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며 “대화의 조건과 경로 ... 신뢰”가 중요하다고 한 것은 이와 관련해 시사적이다.

복합 다중(특히 지정학적) 위기로 정치 위기와 양극화가 훨씬 더 심해진 오늘날에 박근혜 퇴진 같은 일이 단순히 재현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세계적인 극우 부상은 지난 30년간 신자유주의적인 중도 좌우파에 대한 환멸 때문이다. 윤석열의 집권도 이런 배경에서 가능했고, 지금 윤석열의 극우화에 대한 대중의 반발이 민주당 지지로 급속히 쏠리지 않는 배경이다.

따라서 윤석열 극우 본색에 맞서려면 자유주의적 중도파와 전략적 동맹을 할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 등 차별받는 사람들이 벌이는 여러 투쟁들을 서로 연결시켜 전 계급적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당의 절대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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