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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윤석열 퇴진 운동이 전진하려면

윤석열 정부의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추석 연휴 전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의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20퍼센트를 기록했다.

더 나빠지는 경제 상황, 의료 대란, 여권의 극우화 등에 대한 반감의 반영일 것이다. 물론 김건희의 권력형 부패 의혹들을 정권 차원에서 감싸는 것에 대한 반감도 크다.

20퍼센트 지지율은 전통적 우파 지지층 내에서도 이반이 있다는 뜻이다. 물론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지 않는 것을 보면, 우파 지지층이 완전히 등을 돌린 것은 아니다.

윤석열은 위기 속에서도 연금 개악 방향을 발표하는 등 친기업 개악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미일 군사 동맹 강화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딥페이크 성범죄 근절을 명분으로 권위주의를 강화하며, 시내 한복판에 특공대와 장갑차까지 등장시켰다.

윤석열이 극우 뉴라이트를 중용하고 그들이 잘 사용하는 용어로 “반대한민국 세력에 대한 항전”을 선동하자, 국가보안법 탄압과 중형 구형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위기에 대응할 아래로부터의 대규모 저항이 분출하지 않는다면 윤석열은 지지율을 소폭 만회하며 공격의 고삐를 계속 죌 것이다. 경제·안보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복합 위기의 시대에는 경제적·정치적 투쟁으로 기성 경제·정치 시스템에 도전해 뒤흔들려 하지 않으면, 개혁을 제대로 얻어낼 수도 온전히 지킬 수도 없다 ⓒ이미진

목표

민주노총과 여러 좌파 단체들은 윤석열퇴진운동본부로 결집해 9월 28일 윤석열 퇴진을 위한 전국 동시다발 범국민 시국대회를 시작으로 퇴진 운동을 본격화하자고 주장한다.

자민통계 인터넷 매체인 〈민플러스〉는 “9월 28일 퇴진 광장으로” 모이자는 사설(9월 21일)에서 각개약진으로 벌어지던 대정부 투쟁이 “[윤석열] 심판이냐 탄핵이냐 퇴진이냐를 따지지 않고” 윤석열 정권 퇴진 기치 아래 뭉쳤다고 자평한다.

실제로 크게 모여 투쟁을 하고, 민주노총이 파업도 한다면 좋을 것이다.

퇴진 운동이 민주당 좋은 일만 시킨다는 식으로 떨떠름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종파주의로 이끌릴 것이다.

그런데 국회 탄핵을 목표로 하느냐, 아니면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통한 퇴진을 목표로 하느냐 사이의 차이는 그 효과 면에서 매우 크다.

윤석열퇴진운동본부를 주도하는 민주노총과 진보당 등은 국회 탄핵(공중전)과 거리 운동(지상전)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일종의 이층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진보당 의원단은 민주당 탄핵파 의원들,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등과 함께 (가칭) “윤석열 탄핵 준비 의원연대”를 추진 중이다. 한편, 민주노총과 진보당 지역 조직들은 기층 투쟁체들을 건설하고, 9·11·12월에 대규모 동원을 하자는 계획을 내놨다.

그런데 거리와 국회의 투트랙 전략일지라도 탄핵을 목표로 한다면 그 중심은 국회가 될 수밖에 없다. 그 전략에서 실제로 윤석열의 퇴진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탄핵 절차이기 때문이다.

대중 스스로의 행동은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에 필요한 의석수를 확보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민주당과 동맹하(고 이 동맹이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보완 수단이 된다. 그래서 투트랙 전략은 실은 국회 대응을 더 상위에 놓는 ‘이층’ 전략인 것이다.

또, 탄핵을 목표로 하는 것은 가장 보수적 국가기관에 속하는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민주당이 나서고, 국민의힘 일부를 설득하고, 헌법재판관들까지 설득하려면 누가 봐도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할 만한 명백한 위헌·위법 사항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면 한미일 군사 동맹 추진이나 긴축, 노동 착취, 이태원·해병대원 참사와 같은 대중의 공분을 자아내는 진짜 중요한 문제들로 대중을 동원하는 것보다 각종 의혹 찾기를 더 중시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대통령에게 불기소특권이 있기 때문에 어쩌면 시간만 낭비하게 될 것이다.

진보당은 민주당과 동맹해 벌이려는 윤석열 퇴진(탄핵) 운동이 “개헌 등 탄핵 이후 사회대개혁 과제” 수립으로까지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탄핵’과 ‘개헌’을 처음부터 목표로 삼는 것은 기정 정치 시스템을 존중하고 그 절차 안에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는 셈이다. 국민 탄핵권을 도입하는 개헌을 하자는 일각의 주장도 진정한 급진적 대안은 아닌 것이다.

억압적 국가기관들에 타격을 가하며 지배계급을 압박하는 아래로부터의 퇴진 투쟁과 탄핵·개헌 등 헌정 질서를 존중하며 벌이는 운동은 다른 것이다. 헌정 질서는 대중의 압박이 위로 전달되는 것에 제동을 거는 과속 방지턱의 연속이다.

지금 같은 복합 위기의 시대에는 기성 경제·정치 시스템에 경제적·정치적으로 도전해 그것을 뒤흔들려고 하지 않으면, 개혁을 제대로 얻어낼 수도 온전히 지킬 수도 없다. 지배계급도 절박하고 강경해지기 때문이다.


세 번째 본회의 통과한 해병대원 특검법의 의미

추석 직후, 민주당과 야당들은 국회에서 해병대원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가결시켰다. 해병대원 특검법만 벌써 세 번째다. 김건희 특검법도 두 번째다.

물론 이런 도돌이표 입법의 일차 원인은 윤석열의 악랄한 버티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특검법 통과시키기에 몰두하는 것이 효과적인 전술인가 하는 의문을 던져야 한다.

참사 발생 후 1년 2개월 동안 어떤 진전도 없었다. 올해 초여름이 돼서야 ‘특검법 통과 → 거부권 행사 → 장외 규탄 집회 → 재표결 부결’ 과정을 두 번 반복했다.

윤석열이 두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해 대중의 반감이 더 커졌지만, 거부권 행사를 한층 더 강력한 대정부 투쟁으로 맞받아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거대한 항의 운동에 부딪힐 것이라는 우려가 없다면 윤석열은 앞으로도 거부권 행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재표결에서 국민의힘 이탈표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그저, 윤석열에게 불리한 여론이 다음 선거까지 지속되길 바라며 시간을 끌려 한다.

민주노총, 진보당·정의당 등과 주요 엔지오 등 개혁주의 지도부들의 의회 활동 중심주의(의회 협상과 입법으로 개혁을 도입하겠다는 전략)가 여기에 일조했다.

그 전략에서는 대중 동원이 의회 책략에 비해 부수적 수단이 되고, 법 통과를 위해서 민주당과 심지어 몇몇 국힘 의원들에 의존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 화물연대 투쟁, 일본 핵오염수 방류, 노란봉투법 등에서 반복된 패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