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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사회대개혁위원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회대개혁위원회가 12월 15일 김민석 국무총리 직속 자문기구로 출범했다.

국민의힘은 극우 DNA를 숨기지 못하고 “종북 위원회” 운운한다. 행여나 작은 개혁이라도 추진될까 봐, 진보당을 표적 삼아 미리 어깃장을 놓는 것이다. 특히 국가보안법 폐지 입장을 문제 삼았다.

군사 쿠데타를 옹호한 자들답게 희대의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옹호하는 것이다. 이런 극우 쿠데타 잔당들을 해산시키는 것이 정치 개혁 1순위 과제일 것이다.

사회대개혁위원회 출범의 기초는 윤석열 파면 한 달 후인 5월 9일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광장대선연대)’와 제정당 연석회의가 발표한 공동 선언이다.

광장대선연대는 윤석열퇴진비상행동을 주도했던 한국진보연대와 시민사회연석회의 등이 주축이 돼 대선 단일화를 위해 만든 연대체다.

사회대개혁위원회는 집행 기구가 아니라 자문 기구다 ⓒ출처 국무조정실

이들은 당시 야 5당(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 함께 이재명 민주당 후보로의 대선 단일화, 여러 개혁 과제에 합의하고 합의한 개혁 과제들을 정권 교체 후에도 함께 실현하자고 약속했다. 대선 단일화를 넘어서 정권 출범 후에도 민중전선을 계속 가동하자는 합의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 사회대개혁 합의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시민사회·정당·정부 소통협의체 구성’은 포함돼 이번 위원회 출범으로 이어졌지만, 개혁 과제의 내용들은 후순위로 밀렸다. 뿐만 아니라 한미일 군사동맹 진전 등 이른바 광장의 요구에 역행하는 일들이 점점 늘어 왔다. 겨우 반년 남짓 동안에 말이다.

그런 불만들이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1년째인 12월 3일 국회 앞 ‘12.3 내란외환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 집회에서도 드러났다. 이재명 정부의 친미 일변도 외교·안보 정책 등 지지부진한 사회 개혁에 대한 불만들이 많이 표출됐다.

그런데 그 집회를 공동 주최한 것이 바로 5·9 공동선언 합의 조직들이다. 사실상 민주당을 뺀 나머지 정당과 사회단체들이 사회대개혁위원회 같은 기구를 빨리 출범시키라고 여권에 압박을 가한 것이다.

그런 목적에 부응하지 않는 정의당·노동당 등 좌파는 공동 주최에서 배제됐다.

자문기구

지금 내란 청산 과제가 지지부진해져 사회 개혁 염원 대중 속에서도 여당 책임론이 자라고 있다. 그 때문에 여권 내에서도 분란이 있고, 극우 국힘은 자중지란 속에서도 여당의 회피와 소심함을 이용해 반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자기 왼쪽의 우군인 좌파 정당과 단체들에 손을 내밀고 사회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사회대개혁위원회 위원장에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박석운 씨, 공동 부위원장에 김경민 한국YMCA 사무총장과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임명됐다. 민간위원들에는 민주노총·한국노총, 시민·사회 단체들,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의 파견자들이 포함됐다.

범엔지오 경향과 범진보당계가 두드러지는데, 그 면면에서도 진보파 달래기라는 목적이 엿보인다.

참가 단체들은 사회대개혁위원회를 시민사회·정당·정부가 함께 개혁 과제를 함께 협의·결정하는 거버넌스(협치) 기구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기구는 협력 기구는 돼도 집행 기구는 아니다. 그저 자문 기구다.

게다가 결정권조차 없다. 또한 대통령 직속도 아니고 대통령의 행정 비서 격인 국무총리 산하다.

이미 개혁 과제를 많이 뺀 상태에서 국정 과제를 확정하고 반 년이나 임기를 진행한 정부에게 이런 기구가 개혁 조치를 강제할 수 있을까?

기구의 상징성 때문에 그저 광야의 외침, 허공의 메아리 꼴은 안 당하더라도 이 기구는 정부에 개혁을 권고하는 것이지, 개혁을 관철·집행하는 곳이 아니다.

따라서 결정권도 집행권도 없는 기구에 기대를 걸고 응원을 하겠다는 태세로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이 기구의 상황에 개의치 말고 내란 청산, 사회 개혁, 극우 반대 같은 정치 투쟁들과 노동자들의 생계비 저항이 고무돼야 한다.

진정한 개혁 동력은 대중의 자주적 행동에 있다. 지금 같은 경제 침체기에는 투쟁으로 얻은 성과도 뒤집힐 위험이 존재한다. 정부와 기업주들이 투쟁으로 압박받아 어쩔 수 없이 양보한 것을 되돌리는 것은 만만찮은 일이다.

자력 투쟁으로 양보를 얻어 내면 의식·사기가 고양돼 노동자 조직들도 성장한다. 특히 진정한 좌파 조직들의 성장이 관건이다.

반면, 노동자들이 정치적으로 수동화되고 좌파가 약해져 주변화돼 있다면, 정부와 기업주들이 역습을 펼치기가 쉬워진다.

민중전선

사회대개혁위원회는 민중전선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민중전선 전략은 애초 국제 스탈린주의 운동이 1930년대 중엽 파시즘의 위협에 맞서겠다며 각국의 자유주의 정당들과 연합을 추구했던 전략이다.

민중전선은 반파시즘과 사회 개혁을 약속했지만, 언제나 이 연합의 진정한 목적은 파시즘의 위협으로부터 기존 체제를 보호하는 것이었고, 따라서 그 수단은 전투적인 노동계급 대중 투쟁이 아니라 선거를 통한 반파시즘 세력의 집권을 통한 체제 안정이다. 그래서 민중전선은 그 목적과 역학 때문에 대중 투쟁이 선거에 종속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세계 도처에서 목도하듯이, 첨예한 다중 위기의 시기에 파시즘과 극우 세력을 선거로 약화시킬 수 없다.

체제 안정 대신 불안정을 불러올 계급투쟁은 개혁주의자들에게 후순위가 되고, 그래서 개혁 염원 대중 속에서 환멸이 자라 정권도 거듭 잃는다. 민중전선은 실제로는 극우-파시즘 퇴치도 사회 개혁도 둘 다 실패하는 막다른 골목이다.

민주당 정부가 안정돼야 개혁을 잘 추진할 수 있다는 논리가 위험한 이유다. 그 논리를 받아들여 실권 없고 말잔치인 사회대개혁위원회를 바라보며 행동을 미루면 오히려 기회를 놓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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