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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12월 5일 파업 예고:
임금 인상, 인력 충원, 외주화 반대 투쟁 정당하다

철도 노동자들이 12월 5일(목)부터 파업 돌입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파업의 핵심 요구는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 외주화 반대이다.

11월 28일 서울 수색역에서 열린 야간총회에서 철도노조 서울기관차승무지부의 한 노동자는 이렇게 발언했다.

“제가 올해 철도 10년차인데요. 엊그제가 월급날이었는데, 월급 받아서 대출 이자랑 어린이집, 보험료 내고 나니까 60만 원 남았어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물가 인상률은 2.4퍼센트예요. 정부 기준 2.5퍼센트 임금 인상해도 0.1퍼센트 오르는 건데, 그조차도 안 주겠다니 실질적으로는 임금 삭감이지 않습니까. 열받죠.”

11월 28일 서울 수색역에서 열린 철도노동자 집회 ⓒ이미진

정부는 매해 공공기관 인건비 지침을 발표해 임금 인상률을 제한해 왔다. 철도 노동자들의 임금도 이 수준으로 정해져 왔다.

그런데 올해 철도공사는 인건비가 부족하다며 정부가 제시한 2.5퍼센트 임금 인상은커녕 기본급을 동결하겠다고 한다. 대폭 인상해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지난 몇 년간 철도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크게 삭감됐다. 2021~2023년 소비자물가가 12퍼센트 가까이 오르는 동안 철도 노동자들의 임금은 4퍼센트밖에 오르지 않았다. 실질임금이 무려 8퍼센트나 삭감된 것이다.

또, 기본급의 100퍼센트를 주기로 한 성과급도 삭감됐다. 성과급 삭감은 노사 합의 위반이라 명백한 불법이지만 철도공사 측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앞으로도 성과급을 삭감하겠다고 한다.

이에 맞서 노동자들은 기본급을 2.5퍼센트 인상하고, 합의대로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철도공사가 약속한 만큼이라도 달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한목소리로 “너무나 소박한 요구”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인력 부족과 외주화도 심각한 문제다.

노동자들은 인력 부족 탓에 연차도 제대로 못 쓰고 있는데, 공사는 인력 충원은커녕 정부 지침에 따라 정원을 1566명 감원하려고 한다.

또, 올해 서해선 등 9개 노선, 51개 역이 새로 개통되지만 공사는 신규 인력을 뽑지 않고 업무를 외주화해서 운영할 계획이다.

매해 노동자 2명이 안전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인원 감축과 업무 외주화는 노동자들과 승객들의 안전을 더욱 위협하는 일이다.

정부와 철도공사는 돈이 없다면서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강도를 옥죄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부자와 기업주들을 위해 수십조 원 감세 혜택을 준 것을 보면 결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최근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실과 검찰의 특활비만도 수백억 원인데, 이 돈만 있어도 철도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충분히 들어 줄 수 있다.

한편, 철도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주요 요구로 걸고 싸우는 것이 대중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일각에 존재한다. 진보·좌파 단체 중에는 이번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면서도 임금 쟁점을 부각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만큼도 오르지 않는 임금은 오늘날 대다수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이므로 임금 인상 투쟁은 노동자 등 서민층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잠재력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보잉 공장 노동자들이 7주간 단호한 파업을 벌여 4년간 기본급 38퍼센트 인상을 쟁취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 항만 노동자들은 물류를 마비시키는 파업을 벌여 6년간 기본급 62퍼센트 인상을 쟁취했다. 이런 사례는 경제 위기 시기에도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과 연대를 통해 임금 인상을 성취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잠재력을 보여 준 2016년 철도 파업

이번 철도노조의 투쟁은 윤석열 정부가 심각한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 달이 넘게 매주 주말 적어도 10만 명이 참가하는 반(反)윤석열 집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교수, 종교인, 학생 등의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노조의 파업 예고는 사람들에게 2016년을 떠올리게 한다. 2016년 성과연봉제에 맞서 74일간 벌인 철도 파업은 박근혜 퇴진 운동이 성장하는 방아쇠 구실을 했다.

당시 투쟁에 참가했던 많은 철도 노동자들이 박근혜 퇴진 운동에 자신들이 기여한 것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당시 투쟁으로 박근혜를 탄핵시켰지만, 노동자들 자신은 얻은 것 없이 희생만 했다는 목소리도 있는 듯하다. 파업 기간에 무임금이 적용돼 노동자들은 수백만 원씩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파업에서 노동자들이 얻은 것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파업의 핵심 요구였던 성과연봉제를 결국 막아 냈다.

물론 박근혜 퇴진 운동이 분출한 국면에서 노동자들은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도 있었다.(관련 기사: ‘계급 관점에서 본 박근혜 퇴진 운동’, 〈노동자 연대〉 201호)

2016년 12월 초순경 박근혜 퇴진 운동은 230만 명이 참가하며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그런 상황에서 12월 7일 당시 철도노조 집행부가 (심상정 당시 의원과 민주당 등의 압박에 응해) 일방적으로 파업 종료를 선언해 노동자들은 당장 손에 쥔 것 없이 복귀해야 했다. 이미 11월부터 지도부가 파업을 종료하려 할 때 노동자들은 두 번이나 저지하고 74일간 파업을 지속하며 투지를 보여 줬는데도 말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의 성장 속에서 자신감이 상승한 노동자들은 더 싸우면 양보를 얻어 낼 수 있다고 (옳게) 봤던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의 성장 속에서 철도 파업이 다른 노동자 투쟁을 자극하기를 바라지 않았던 민주당과 국민의당, 당시 정의당 등의 요구로 노조 지도부가 결국 파업을 종료시켰다.

2016년에 철도 파업이 더욱 전진했다면 노동자들이 더 많은 즉각적 성과를 얻고 박근혜 퇴진 운동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었다.

2016년 철도 파업이 보여 준 잠재력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현재 예고된 철도 파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월 5일 철도노조의 파업이 다음날로 예고된 서울지하철과 학교비정규직 파업을 자극하고, 윤석열 퇴진 운동을 고무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위기는 철도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기에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