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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위기를 노동자 투쟁 진보의 기회로 삼자

4주 연속 주말마다 서울 도심에서 10만 명이 넘는 반윤석열 시위들이 이어지고 있다.

명태균 스캔들 관련 윤석열의 거짓말이 폭로된 이후 윤석열 지지율이 임기 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동시에 반윤석열 거리 운동이 급속히 커졌다.

11월 23일 오후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주최로 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2차 시민행진이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특히 노동·농민 단체들이 잇따라 윤석열 퇴진 총궐기 집회를 열었다. 11월 9일 민주노총 중심 1차 총궐기에는 10만 명이 모였다. 촛불행동 집회도 11월 들어 부쩍 커져 매주 1만여 명을 넘기고 있다. 민주당도 최대 규모 장외 집회를 이어 가고 있다.

대학가에선 교수·연구자들의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이 70개 넘는 대학으로 번졌다.

다수의 시국선언이 윤석열의 경제 위기 고통 전가와 친미·친일 노선을 퇴진의 이유로 꼽았다. 한양대 시국선언은 윤석열이 화물연대 탄압 등 반노동 정책으로 “부자 천국, 서민 지옥”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단체들도 학내에서 퇴진 운동을 시작했다.

최근 윤석열 지지율이 소폭 반등했다지만, 국정수행 부정 평가는 70퍼센트에서 요지부동이다.

윤석열의 위기는 노동자들의 생계비 위기에 맞선 저항에도 자신감을 주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미흡한 1차 잠정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KT, 현대제철 등에선 사용자 측의 구조조정에 맞서는 저항들이 시작됐다.

12월 첫 주에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다. 철도,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이 임금, 정부의 긴축 예산, 인력 부족과 구조조정 문제 등을 놓고 파업을 예고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공공부문 시기 집중 파업에 “윤석열 퇴진”을 공동 요구로 포함시켰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하루 파업을 할 예정이다.

12월 7일에는 민주노총 중심의 윤석열 퇴진 3차 총궐기가 대규모로 열릴 예정이다.

노동자들은 진작부터 윤석열의 신자유주의 정책들과 경제 위기 고통 전가 정책에 반대해 왔다. 그로 인한 고통은 노동자뿐 아니라 농민, 소자영업자 등 중간계급 대중에까지 이르고 있다.

노동계급의 압도 다수가 윤석열에 대한 거부 정서를 갖고 있지 않다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7퍼센트나 윤석열 부정 평가 70퍼센트는 나오기가 어렵다.

대중의 정서가 달라지고 있다

지금의 윤석열 퇴진 운동은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통한 퇴진이든 국회를 통한 탄핵이든 당장 이뤄낼 수준은 아니다. 정권에 결정타를 가하는 훨씬 더 큰 저항이 없다면 윤석열은 위기 속에서도 임기를 이어 가며 경제 위기 책임 전가와 서방(미·일) 제국주의 지원 정책을 이어갈 것이다.

그동안 반윤석열 정서와 운동 규모 사이에 격차가 있었던 것은 경제 위기의 압박,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대한 환멸 등으로 노동자들이 다소 관망 상태였던 영향이 클 것이다. 그러나 앞서 봤듯이, 최근 기층 정서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럴 때, 반윤석열 운동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제공해야 한다. 운동 지도부의 강령과 전략보다 먼저 대중의 필요와 염원, 정서를 봐야 한다.

지금 거리 집회에 나오는 다수는 노동자 등 서민층이다. 노동자들은 철저히 사용자 편인 윤석열의 임기가 하루라도 빨리 끝나길 바란다.

지금 반윤석열 운동에서는 민주당, 촛불행동, 반미 자주파 주류가 주도하는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이 세 흐름이 주된 경향이다. 최근엔 엔지오 진영이 ‘윤석열을 거부한다’ 연합 집회를 제안하며 또 하나의 주체로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이 올해 총선에서 민주당과의 전략적 연합(민중전선)을 구축했었다. 목적의식적 전술로서 대통령 탄핵은 민주당과의 공조를 필요로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대한 환멸이 아직 가시지 않은 노동자·청년들은 민주당과 손잡고 윤석열에 맞서자는 계획에 의구심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각에서 현재의 윤석열 퇴진 운동을 민주당 좋은 일만 시키는 (비노동계급적) 운동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거리 행동에 참가하는 대중의 정서와 염원을 중시하지 않는 종파적 태도다.

반윤석열 여론이 다 민주당 지지로 수렴되지 않는다는 점을 좌파가 운동을 더 성장시키고 급진화시킬 기회로 봐야 한다. 퇴진 운동이 자신들의 선거적 성과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며 (이솝 우화의 여우처럼) ‘신 포도’ 취급하는 건 조급함의 발로일 뿐이다.

“윤석열을 거부한다” 집회 참가자 다수도 집회 공식 구호보다 “퇴진,” “탄핵” 구호를 더 선호한다. 물론 퇴진 구호와 탄핵 구호 사이의 정치적 차이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어떻게 운동을 키워야 할까

과제는 운동을 어떤 방향으로 키울 것이냐이다.

지금 세계적 추세인 정치적 좌우 양극화가 한국 정치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거리와 캠퍼스, 일터 등에서 윤석열 퇴진 운동 키우기는 민주당과의 제휴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다. 노동계급의 대중이 행동에 나서기 더 유리한 조건을 만드는 문제로 봐야 한다.

지배계급이 더 선호하는 정부가 약화되면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 자신감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노동자 투쟁이 보편화돼야 ‘윤석열 외의 대안’도 더 급진적으로 제시될 수 있다. 노동계급 대중이 반윤석열 투쟁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자체 행동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윤석열은 웬만해선 자리에서 물러나지도, 친기업·친서방·극우 노선에서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반대파를 집요하게 탄압하며 운동을 분열·약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경제·안보 위기는 더 깊어질 것이므로 정치적 불안정성과 휘발성은 더 커질 것이다. 이 때문에, 아마 ‘질서 있는 퇴진’ 구상이 가장 공상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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