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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인상, 인력 충원, 외주화 철회:
철도 노동자 투쟁 정당하다

철도 노동자들이 기본급 2.5퍼센트 인상, 성과급 삭감 반대,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12월 5일 파업을 예고했다.

11월 18~22일에는 준법 투쟁을 벌였다. 청량리역, 용산역, 광운대역, 왕십리역 등 열차 종착역에서 기관사들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로 인해 열차가 20분, 30분씩 멈춰 줄줄이 밀리는 효과가 났다. 1시간 넘게 지연되는 경우도 많았다. 20일부터는 서울지하철 노동자들도 준법 투쟁에 나서 열차 지연 효과가 배가 됐다.

이는 기관사 노동자들이 그간 화장실을 다녀 올 여유조차 없이 일해 왔다는 것을 보여 준다.

임금 고통, 업무 고통 철도 노동자들 11월 25일(월) 청량리역 광장에서 진행한 청량리·성북지구 야간 총회 ⓒ크리스티아노 사비유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은 시민 불편 운운하며 노동자들의 준법 투쟁과 예고된 파업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철도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인력 충원, 외주화 철회 요구는 완전 정당하다.

철도 노동자들은 32개 주요 공기업 중 최하위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사용자 측은 올해 성과급을 삭감했고 앞으로도 삭감할 예정이다. 노사 합의를 어긴 것이므로 명백한 불법이지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철도공사는 정부가 공공기관들에 적용한 올해 기본급 인상률(2.5퍼센트)도 지킬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2.5퍼센트 올려달라고 하는데 돈 없다고 하면서 윤석열은 자신의 연봉을 4.2퍼센트 인상했습니다. 지난해 해외 순방비를 예산보다 더 써서 추경으로 그 비용을 메웠는데, 그 돈만 있어도 우리 임금 인상은 충분히 가능합니다.”(철도노조 성북승무지부 김종민 지부장)

“물가 인상 때문에 똑같이 일해도 오히려 임금이 깎이는 상황입니다. 정말 이래서는 안 됩니다.”(철도노조 청량리전동차승무지부 조합원)

노동자들의 승진이 어려워지며 임금은 더욱 정체되고 있다. 2015년 근속승진제가 폐지된 후, 사용자 측 눈 밖에 난 노동자들은 승진이 잘 안된다. 승진 시험도 매우 어려워서 통과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인력 부족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지금도 인력이 정원 대비 800여 명 부족한 마당에 철도공사는 정부 계획에 따라 1566명을 감원하려 한다.

4조2교대 근무 형태 변경에 따른 인력 충원도 수년째 묵묵부답이다. 정부와 사용자 측이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 되레 노동강도가 강화됐다.

사용자 측은 신규 노선 신설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기는커녕 외주화도 시도하고 있다. 차량·전기·시설 직종의 노동자들은 외주화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정부와 사용자 측은 인력 충원과 안전 시스템 보완 등 실질적인 대책은 외면한 채, 기관사 운전실을 비롯한 현장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노동자를 감시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이번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지는 크다. 조합원의 93.7퍼센트가 투표해 76.6퍼센트가 찬성했다. 투표율과 찬성률 모두 2017년 이후 가장 높다.

정부와 철도공사는 철도 부채를 이유로 임금과 인력을 옥죄어 왔다. 정부는 공공부문 총인건비를 제한하며 ‘경영 효율’(즉, 수익성)을 추구했다.

그러나 철도 부채의 상당 부분은 공공서비스와 교통 복지를 위해 꼭 필요한 ‘착한 적자’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은 철도 안전과 서비스의 질 향상과 직결되고 이는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이롭다.

윤석열의 위기는 노동자들이 싸우기 좋은 기회

12월 5일 파업 계획과 준비 행동이 가시화되자 최근 사용자 측은 지난해 파업에 참가했던 조합원 175명을 징계했다. 조합원들을 위축시켜 파업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이다.

정부와 철도공사, 보수 언론은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이 끼칠 파급력을 우려하고 있다.

윤석열의 지지율은 최저치에서 회복되지 않고, 매주 주말 서울 도심에서 10만~20만 명이 참가하는 반윤석열 집회가 열리고 있다. 전국에서 교수·연구자들의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반윤석열 운동의 성장은 철도 노동자들의 자신감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노동자 등 서민들의 생계비 고통이 심각한 상황에서,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은 생계비 위기에 대한 대안을 보여 주며 노동계급 대중의 광범한 지지를 끌어낼 잠재력이 있다.

서울지하철 노동자들과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실질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12월 초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철도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파업 투쟁에 들어가면, 위기에 빠져 있는 윤석열 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고, 윤석열에 맞서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을 수 있다.

2016년 성과연봉제에 맞선 철도 노동자들의 74일간의 파업은 박근혜 퇴진 운동이 도약하는 데 견인차 구실을 했고, 퇴진 운동 참가자들로부터 커다란 지지를 받았다.

진보정당들과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도 철도노조 투쟁을 지지하며 연대를 약속하고 있다.

윤석열이 위기에 빠진 기회를 활용해 철도 노동자들이 성과를 얻어 내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