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힘의 김영훈 노동부 장관 색깔론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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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김영훈 노동부 장관 (당시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난데없이 친북 색깔론을 폈다.
2010년 북한 김정일 사망시 조문을 위한 방북 신청을 한 사실을 따져 묻더니, 북한이 주적이냐 아니냐로 함정 질문을 던졌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자 원내대표인 송언석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과 함께 김영훈 후보자도 임명 반대 대상이라고 공언했었다.
쿠데타 지지 세력들이 이끄는 당의 의원들이 되도 않는 색깔론을 펴며 상대를 취조하듯이 고함 치며 몰아붙이는 장면은 시청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조지연이 특히 가관이었다. 변변한 경력이 없는데도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박근혜·윤석열 대통령실에서 근무한 이력으로 지난해 총선 때 TK에서 당선된 그는 김영훈 장관이 언제 민주노총 위원장을 했었는지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와서 호통을 치며 헛소리를 해 댔다.

미국과 쿠데타 세력이 진짜 주적
북한 주적론을 전제로 한 색깔론 공격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만 벌써 세 번이다. 그나마 나머지 둘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업무 연관성이라도 있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 노동부 장관을 하겠다는데, 북한 주적론이 왜 인사청문회에서 다뤄져야 할 쟁점인가.
노동자들에게 북한 독재 정권은 친구가 아니지만, 주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한국 노동계급에게 주적은 한국의 사용자 계급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윤석열, 그리고 쿠데타 가담 세력이다. 거기에는 국힘과 극우 세력들이 포함된다.
그리고 미국 제국주의다. 미국 지배자들은 한국이 자신들의 반중 노선에 복무하길 바라면서 윤석열 정권을 지원해 왔다. 미국 극우는 더 노골적으로 윤석열 쿠데타를 지지하고 윤석열 구하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미국은 세계 평화와 정의를 파괴하는 비용을 동맹국들과 나눠 부담하자고 압박하며 노동계급 지원에 쓰여야 할 돈으로 제국주의 권력 유지 비용을 충당하려 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평화를 위협하는 주범이다.
그런데 국힘이 극우화하면서도 ‘북한이 주적’이라는 공세를 펴는 것은, 중도 보수층을 포섭하려는 새 정부와 민주당을 압박하고, 안보를 앞세워 우익의 이데올로기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계산에서다.
헌법과 민주주의에 “헤아릴 수 없는 해악”을 가한 이유로 헌번재판소의 만장일치 판결로 파면당한 정권의 집권당이었던 자들이 “대한민국의 주적이 누구냐”고 따지고 다니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조문 건도 그렇다. 그가 비록 2대 세습 독재자였지만, 김영훈 위원장 등 한국 진보 인사들이 조문을 하려 한 것은 남북 화해를 통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것이었다(혁명적 좌파라면 북한 노동계급에 연대하는 의미로 조문하진 않았겠지만).
박근혜도 야당일 때 김정일을 만나 낯뜨거운 찬양과 선물을 교환했다. 이명박 정권은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하려고 측근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임태희(현 경기교육감)를 보내어 북한 고위 당국자들과 접촉했었다. 여러 선물을 약속하면서 말이다.
남한 대중이 그런 종류의 정상 간 만남(조문을 포함)에 굳이 반대하지 않는 것은, 기만적이더라도 그것이 위태로운 군사 경쟁과 갈등 격화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체제 수호
그런데 민주당의 각료 후보자들은 국힘 의원들의 북한 주적론 질문에 딱부러지게 반대하거나 반박하지 못했다. 국방부 장관이 되려는 안규백은 북한이 주적이라고 했고, 정동영과 김영훈은 북한군은 주적이지만 북한 정권은 주적이 아니라는 식으로 답했다.
그런 군색한 답변은 민주당도 중도 세력으로서 국가 안보 제일주의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가 국군 작전교범에 북한을 주적이라고 명시하지 않은 것은 남북 간 군사적 대치 현실에서 그런 규정이 굳이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남한 국가는 북한 핵전력의 고도화라는 안보 위기에 대응해야 함과 동시에 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최근 한국 해군은 일본을 가상 적으로 한 독도 방어 훈련을 했다. 제주도 남쪽 해안에서는 중국 해군과의 영토 분쟁에 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이 부른 북러 군사동맹은 한국이 러시아와의 갈등도 대비해야 함을 일러준다.
지난해 국힘이 현행 간첩죄 조항이 사실상 북한만 겨냥하는 것을 중국·러시아 등의 첩보 행위로 확대하자고 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그러고는 지금은 북한 주적론을 읊어대니 모순이다.)
이런 안보 위기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주적’이 누구냐를 강조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이데올로기적이다.
우익은 ‘북한 주적론’을 통해 대한민국 수호가 단지 ‘불특정 외부 세력’으로부터 한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공산전체주의”로부터 한국 자본주의(자유 시장 경제, 자유 대한민국)를 지키는 체제 수호여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국힘의 색깔론은 윤석열의 쿠데타 명분과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타협하거나 굴복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