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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무기 산업 지원 본격화하는 이재명 정부

이재명 대통령은 7월 8일 제1회 ‘방위산업의 날’ 기념 행사를 개최하며 대표적 군수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의 간부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각각 K9자주포 루마니아 수출 계약 성사와 지대공미사일 천궁Ⅱ 중동 수출 기반 확대를 치하한 것으로,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으로 긴장이 첨예한 곳들에 무기를 공급한 것을 공헌으로 추켜세운 것이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렇게 약속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더 … 안보 협력을 정부 차원에서 잘 이뤄 내서 기업들이 더 많은 수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군수 기업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재명. 7월 8일 제1회 ‘방위사업의 날’ 행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대통령실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군수 산업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 투자, 해외 판로 확대”를 도모하는 정부 부처 신설·개편, 민·관·군 합동 회의체인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 정례화를 지시했다.

한편 같은 날 한화가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수주를 따냈음이 보도됐는데, MRO 수주 확대는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K-방산’ 공약의 하나였다.

먹거리?

이재명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군수 산업이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하나”라며 정부의 지원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이재명은 군수 기업의 세금을 감면하고 투자금 지원 펀드 재정을 확대하겠다고 대선 기간에 공약했다. 정부 출범 후에는 기존의 군비 투자를 효율화해 확보한 약 2조 8,000억 원을 군사 연구·개발에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군수 산업의 수익성이 한국 산업 전체 평균보다 높게 집계되는 것은 사실이다. 군수 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9.2퍼센트로, 제조업 평균 3.3퍼센트보다 훨씬 높다(한국방위산업진흥회, 2023년).

이는 첫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무기 수출이 급증한 결과다. 둘째, 역대 정부의 막대한 지원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개인 간 거래가 아닌 정부 간 또는 정부와 업체 간 형태로 이뤄지는” 군수 산업의 특징 때문에, 한국 군수 산업의 84퍼센트를 차지하는 5대 군수 기업들(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풍산)의 수익에서 “정부 정상급 외교, 재정·금융·기술 지원 등 … 정부 지원[이 기여한] 비중이 70~90퍼센트에 이른다.”(한국국방기술학회)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데서 득을 보겠다는 ‘죽음의 상인’ 노릇의 도덕적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그런 득이 이재명 정부가 말하듯 일자리를 창출해 서민 생계난을 완화하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정부의 군수 산업 지원 증대로 일자리가 13만 개에서 많게는 20만 개 창출될 것이라는 보도들이 있다. 2024년 한국의 전체 신규 일자리 수(15만 9,000개)에 버금가는 숫자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진다는 것인데, 상당히 의심스럽다.

매출 대비 직·간접적 일자리 창출 효과가 군수 산업과 비슷하다고 평가되는 조선업이 (2020년대 들어 호황이었음에도) 2021~2024년에 걸쳐 창출한 일자리 숫자가 총 1만 개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군수 산업은 고도로 기술 집약적인 산업으로 “낮은 일자리 창출 효과는 심각한 문제[다] … 제조업 내 항공우주포함 고용기여율은 1.3퍼센트 내외에 불과하다.”(서강대학교 항공우주방산정책연구소 안영수 소장).

군수 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기도 어려운데, 한국 군수 기업 350여 개의 생산 규모는 2023년 22조 5000억 원으로, 같은 해 HD한국조선해양 한 기업의 매출(25조 5,386억 원)보다도 적다.

군수 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형성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국가가 있는데, 다름 아닌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군수 산업의 고용 비중이 16.9퍼센트(2018년)로, 한국에 견주면 제조업 최대 부문인 자동차 산업보다도 높다.

즉, 대규모 투자로 경제 전체의 중심을 군수 산업으로 옮긴다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방비를 대폭 증액해 군수 산업에 그런 대규모 투자를 하려면 다른 부문(대표적으로 복지)에서 재정을 삭감해야 한다는 압력이 훨씬 커질 것이다.

하지만 그 재정을 군수 산업이 아닌 다른 분야에 투입하면 훨씬 더 많은 노동계급 사람들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군수 산업의 투입 비용당 일자리 창출 효과가 보건의료 분야의 52퍼센트, 초중등 교육 분야의 29퍼센트에 불과하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군수 산업이 아닌 공공부문에 대한 지출을 늘리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이롭다고 지적했다.

군비가 아닌 복지 확대가 더 이롭다고 말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실업급여 예산을 1조 3,000억 원 증액해 18만 명이 추가로 혜택을 보게 됐다고 발표했는데, 군비에서 절감한 2조 8,000억 원은 단순 계산으로도 40만 명에게 더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돈이다.

위험

이재명은 군수 산업 지원이 필요한 이유로 한국이 “여전히 전쟁이 진행 중이고 세계에서 가장 군사 밀도가 높은 위험한 [환경에 처한] 나라”임을 들었다.

그러나 한국이 군사력을 강화하고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은 동아시아의 군비 경쟁 증대에 일조하고 긴장을 더 키우는 효과를 낸다. 위험한 환경을 더욱 위험하게 할 일인 것이다.

한국의 군수 산업 발전은 미국의 양해와 보증하에서 수출 판로를 넓히고 군사 기술을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그로 인한 한국 자체 무장력 강화는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그 결과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군비 증강이 중국의 군비 증강을 자극하고, 그것이 다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군비 증강을 촉진하는 악순환에 한국군 강화가 일조하는 패턴이 나타났다.

일례로 2018년에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로 중국과 갈등을 빚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첨단 레이더 시스템들을 도입하고 한화 등 군수 기업들도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자 중국은 같은 해 말부터 신형 탄도미사일 요격 시스템 HQ-19를 실전 배치하기 시작했다.

한편, 한국의 무기 ‘세일즈 외교’는 서방의 군사 동맹 나토가 동아시아로 더 발을 들이밀 발판이 되기도 한다.

나토는 2022년에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이후 동아시아로 세를 뻗칠 발판을 만들려 노력해 왔다. 당시 나토 회담에 참석했던 윤석열은 나토 주재 한국 연락소를 만들겠다며 그에 호응했었다.

그런데 지난달 말 이재명에게서 전권을 받아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국가안보실장 위성락은 나토 사무총장 마크 루터를 따로 만나 ‘한-나토 간 방위산업 협의체’ 신설에 합의하고 무기 개발·생산·조달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위성락 실장은 나토 회원국들에게 핵심 군수 물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판매)할 망을 확보하는 일보 전진이라며 이 합의의 의의를 평가했다. 그 직후 위성락 실장은 나토와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가 공동 주최한 특별 행사에 참가해 향후에도 나토와의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군수 산업 ‘세일즈 외교’와 나토의 아시아 진출 교두보 마련이 한데 얽혀 있는 것이다.

한국의 군수 산업 강화는 한국의 안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경쟁 격화에 일조해 상황을 더 위험하게 만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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