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부패 정치인 기업인이 아니라:
국가보안법 양심수들을 사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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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월 9일에 발행된 기사를 조금 수정한 것이다.
8월 12일 광복절 특별 사면·복권 대상자가 발표됐다.
조희연 전 서울교육감, 건설노조, 화물연대 조합원 등 184명의 노동자·농민 등이 사면·복권에 포함됐다. 당연한 일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부당하게 해고됐던 교사들을 복직시킨 대가로 유죄 선고를 받았었다. 건설노조와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윤석열 정부 탄압의 피해자들이다. 특히 건설노조 노동자들은 윤석열의 지시로 실시된 경찰·검찰의 “건폭과의 전쟁”으로 노조 전체가 혹독한 탄압에 시달렸고 그 와중에 고 양회동 열사가 희생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사면에는 뇌물과 횡령 비리를 저지른 국힘 정치인들과 SK·삼성 등의 기업인들도 사면 복권 대상에 올랐다. SK 최신원은 자기 회사에서 565억 원을 횡령했고, 삼성 최지성·장충기는 이재용의 삼성 재벌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최순실 일당에게 뇌물을 준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들이다. 회사가 부도날 걸 알고도 약속어음을 발행해 1조 3,000억 원이나 되는 손실을 무고한 사람들에게 떠안긴(금융사기) 동양그룹 회장 현재현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홍문종 등 부패 범죄를 저지른 국힘 정치인들은 요즘 국힘의 극우화를 주도하는 비대위원장 송언석이 대통령실에 사면·복권 대상으로 추천한 인물들이다. 모두 공직자 지위를 이용해 대가성 뇌물을 받은 자들이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사면권 행사에서 좌우 양쪽을 다 고려하며 지지층의 기대를 거스르는 결과를 빚고 있다.
진짜로 풀려나야 할 사람들
이런 부패한 정치인·기업인들이 사면되는 동안 억울한 국가보안법 탄압 희생자들은 여전히 9명이나 감옥에 있다.(양심수후원회)
박응용·박승실 등 청주 평화 활동가들, 석권호 등 민주노총 활동가들, 민중민주당 활동가 등은 그 누구도 해치지 않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평화운동·반미자주운동·반윤석열운동·노동운동 등을 해 왔는데, 어처구니없게도 최대 9년 반 징역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있다.
그밖에도 제주에서 법정구속된 현은정·현진희 활동가들이 있다.
윤석열은 군사 쿠데타를 통해 바로 이런 좌파들을 ‘수거’해 제거하려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은 계엄 선포 직후 심야에 긴급 대법관 회의를 열어 국가보안법 재판을 계엄사령부의 군사법원으로 넘기는 방안을 논의했다.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 기도는 민주주의를 억압해 좌파 전체를 국가보안법의 눈치를 보며 숨죽이게 만들려 한 것이었다.
따라서 윤석열 쿠데타 기도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던 사람들은 국가보안법 탄압을 받은 사람들 모두의 즉각 석방을 요구해야 마땅하다.
쿠데타 기도에 맞서고 대중적 탄핵 운동에 힘입어 집권한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보안법 구속자들의 석방 염원에 부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오히려 새 정부하에서 〈자주시보〉, 민중민주당 등이 체포되거나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국가보안법 수사로 여전히 고초를 겪는 실정이다. 이 수사들을 모두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를 지휘하는 서울경찰청장은 윤석열이 키운 박현수다.
형이 확정되지 않아 사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범죄의 종류를 대통령이 특정해 형벌권을 소멸시키는 일반사면을 하면 된다.
국군사이버사령부를 댓글부대로 동원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전 국방부장관 김관진은 윤석열에게 사면을 약속받고 항소를 포기해 조기에 형을 확정짓고 사면된 사례도 있다.
물리적 폭력이 수반되지 않는 평화적 정치 활동을 했던 활동가들이 왜 절차를 핑계로 계속 구속돼야 하는가.
국가보안법 구속자를 포함해 모든 양심수들이야말로 즉각 석방돼야 한다.
조국·윤미향 사면 논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민주당 의원도 이번에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구체적인 사안은 달라도 그 둘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법률 위반 문제라기보다는 도덕과 정치의 문제였다.
자녀 입시 개입 문제는 계급 불평등을 개의치 않아 윤리적 가치에 어긋나는 일이었는데, 특히 그가 법무부 장관 인사 청문회에서 사회주의자를 자처했기 때문에 그 문제는 사회주의를 희화화시키고, 우파가 진보와 좌파 전반을 내로남불 위선으로 공격하는 빌미가 돼 버렸다. 따라서 당시 그에게 실망해 항의한 대학생과 청년들을 극우로 취급하는 건 억지다.
윤미향 전 의원의 경우, 정의기억연대의 회계 처리 부실과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 사용처의 적절성 문제였는데, 실무와 정치적 판단에서 아쉬운 면이 있지만, 개인 착복 등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을 일반 활동가 지원으로 사용한 것은 돈을 낸 지지자들의 기대에 비춰 보면 불공정한 것으로 여겨질 개연성이 크다. 게다가 약속을 배신한 문재인과 연합해 국회의원이 된 과정을 성찰하지 않고 문제제기한 이용수 할머니를 이상한 의도를 가진 분으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
어쨌거나 이 문제들은 윤리와 정치의 문제로, 조국 전 대표와 윤 전 의원의 사면은 반대할 일이 아니다.(본지는 당시에도 조국 장관과 윤미향 의원을 정치적 비판했지만, 우파가 요구한 장관직 사퇴 요구나 의원직 제명 등에는 동의하지 않고 반대했다.)
당시 대통령으로서 조국의 약점을 알고도 장관에 임명해 놓고는 이후 상황이 정권에 불리해지자 윤석열을 편들고 조국을 사퇴시킨 문재인이 조국 사면을 건의한 것은 위선적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