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윤석열에 쩔쩔매는 특검, 극우의 기가 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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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윤석열이 김건희 특검의 체포영장 집행을 완강히 거부해 결국 윤석열의 특검 출두 조사가 무산됐다. 윤석열 측은 특검의 체포 시도가 “납치 시도”이고 “인권 침해”라며 길길이 날뛰고 있다.
12·3 계엄의 밤 때 총 든 군인들더러 국회의원들을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던 자가 적법한 영장 집행을 놓고 인권 침해니 납치 시도니 운운하는 것에 부아가 치민다.
지난 1월 3일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한 이래 지금까지 윤석열은 총 9번째 강제 구인에 불응했다. 법질서주의자 행세하던 자의 몽니가 가증스럽다.
그런데 뒤집어 말하면, 특검은 감옥에 가둔 윤석열 하나 조사받도록 강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검의 대응이 너무 무르다. 윤석열의 저항은 우리 같은 보통의 수감자들이라면 당장에 사지가 묶여 제압당했을 일이다. 윤석열에게 포승줄이나 수갑은 사용되지 않았다.
윤석열에게만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계급적 문제로, 전임 대통령으로서의 특혜, 윤석열을 지지하는 구치소 소장 측의 미온적 태도, 국힘과 극우의 압력 등이다.
법무부와 서울구치소
대통령 권한대행 최상목이 임명한 서울구치소장 김현우는 윤석열에게 변호사 접견을 무제한 허가하며 특혜를 주는 한편, 윤석열 체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앞서 서울구치소 당국은 물리력 사용을 거부해 특검의 윤석열 강제 구인 요청을 좌절시켰다.
특검 수사 협조에는 노골적으로 해태하던 지난 달(7월), 서울구치소 당국은 미국 극우 정치인 모스 탄의 윤석열 접견을 허가했다. 특검이 이를 불허해 무산됐지만, 성사됐다면 (친미 반중을 연결고리 삼아) 미국 트럼프 정부에 지원 요청 신호를 보내고 있는 한국 극우를 크게 고무했을 일이다.
그런데 서울구치소를 관할하는 법무부는 산하 기관의 해태 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체포가 계속 불발돼 서울구치소와 법무부의 책임이 불거지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체포 영장의 집행 책임은 특검에 있고 법무부는 특검에 협조할 뿐이라고 밝혔다. 서울구치소장을 당장 대기발령시키고 징계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정 장관은 후보자 시절부터 내란 전모는 밝히되 단죄를 최소화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참고 기사 : 7월 1일자 본지 ‘법무부 장·차관, 민정수석 인사: 쿠데타 세력 처벌 의지가 있는가?’)
‘내란 청산’의 칼이 돼야 마땅할 이재명 정부의 법무부가 오히려 그 과제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정 장관은 한 술 더 떠, 체포영장 집행에서 서울구치소 당국이 특검에 잘 협조했다며 감싸기까지 했다.
법무부 장관이 구치소장 하나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새 정부가 쿠데타 세력 척결과 사회대개혁을 이루리란 사람들의 기대도 점차 시들 수밖에 없다.
이재명 법무부의 미온적 태도는 오히려 국가 기관 내 쿠데타 잔당들의 기만 살려줄 것이다.
서울구치소장 김현우는 8월 11일 구치소를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당시를 촬영한 CCTV와 바디캠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딱 잘라 거부했다. 민주당이 야당인 듯했다.
그 와중에 내란 재판 담당 판사 지귀연(문제의 그 지귀연!)은 특검의 윤석열 강제 구인 요청을 기각했다. 서울구치소가 “사고 우려나 인권 문제 등이 있다”고 보고한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특검과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의 버티기에 쩔쩔매자 극우는 더욱 기세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힘은 더 노골적으로 극우화하고 있다. 국힘 당대표 후보 김문수, 장동혁이 윤석열의 ‘인권’ 운운하며 체포 시도를 규탄했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전한길이 대구 국힘 합동연설회에서 윤석열과 거리를 두려는 후보를 ‘배신자’라고 규탄하는 선동을 하며 기세등등하게 날뛰었다.
사법 개혁과 윤석열 체포
그런데 진보적 법학자 일각에서도 윤석열이 수사 거부를 천명한 상황에서 강제 구인까지 하는 것은 피의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하나를 잡기 위해 인권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윤석열이 강제 구인을 줄기차게 거부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여전히 권력자로서 특권을 행사하고 있음을 반영하는데, 진보적 법학자들은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윤석열이 그럴 수 있는 건 구치소장·재판장 등 국가기구 내 권력자들의 비호를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에게만 적용되고 있는 특별 대우를 바로잡지 않는 것은 쿠데타 세력 척결에 역행하고, 법 앞의 평등을 더욱 훼손시킨다.
윤석열에 대한 관용은 평범한 사람들이 사법 체계 속에서 보편적 권리를 향상시키는 기회를 확대하기는커녕 권력과 계급에 따라 편파적으로 작동하는 현 사법 체계를 더 노골적으로 정당화한다. 바로 그것이 윤석열이 총칼로 지키려 한 질서였는데도 말이다.
한국 현대사의 뿌리깊은 권위주의적·인권침해적 수사·재판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는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계급과 맥락을 따지지 않은 추상적 접근법은 의도치 않게 극우의 위선에 힘을 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