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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미국, 베네수엘라 앞바다에 핵잠수함 등 군함 배치:
미국은 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자국 지배력을 재천명하려 한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베네수엘라 앞바다에 대대적으로 해군 전력을 투입해 전운이 감돌고 있다.

8월 28일 미국 해병대 등 전투 병력 약 4,500명과 강습상륙함, 핵추진 고속 공격 잠수함, 이지스함 세 척 등 군함 최소 일곱 척이 카리브해 남부에 도착했다. 침략 전쟁을 수행하기 충분한 전력인데 추가 투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대규모 군사 행동은 1989년 파나마 침공 이후 36년 만의 일이다.

트럼프 정부는 미중 갈등 심화 속에 36년 만에 라틴아메리카에서 군사 행동에 나섰다. 미 해군 이지스함 편대 ⓒ출처 미 해군

당시 미국은 파나마를 침공함으로써 베트남 전쟁 패배의 충격을 떨쳐내고 냉전 종식 후 미국의 세계 패권을 재천명하고자 했다(1991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도 마찬가지 목적이 있었다).

조지 H W 부시 정부는 파나마의 친미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가 마약 카르텔의 배후에 있다는 명분으로 파나마를 침공했다. 미국은 그 사실을 1972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1983년에 노리에가의 집권을 지원하고 후원했다.

진정한 동기는 제국주의적 이해관계였다. 노리에가는 1990년에 미국의 파나마 운하 관리권이 만료되면 독자 행보를 걷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는데, 이는 미국의 태평양 제해권에 해가 될 수 있었다. 또 미국은 노리에가가 당시 니카라과 좌파 정부에 맞서 미국의 대리전을 제대로 수행할지도 의심했다.

그래서 미국은 파나마를 침공해 노리에가를 사로잡아 미국 감옥에 수감했다.

지금 트럼프 정부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를 마약 카르텔의 배후로 지목하며 군사 행동에 나선 것도 제국주의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트럼프는 1월 취임 전부터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영향력을 재천명한다는 의도를 드러내 왔다.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미국 영토로 삼기 위해 군사력 투입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당사국들과 세계를 질겁하게 했다.

트럼프 취임 직후 미국은 베네수엘라·멕시코·엘살바도르의 마약 카르텔을 “해외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파나마 사례처럼 마약을 명분으로 (의회를 우회해) 언제든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위협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만에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선 배경에는 미중 갈등이 있다.

중국의 미국 ‘뒷마당’ 접근

미국은 19세기 말부터 라틴아메리카를 자신의 ‘뒷마당’으로 간주하며 걸핏하면 침략·간섭했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정권들을 뒤엎고 친미 독재자들을 지원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래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동에서 끝없는 전쟁의 수렁에 빠졌고, 우크라이나에서의 대리전, 인도·태평양에서의 도전 등에 직면해 거듭 힘의 한계에 부딪쳤다.

그로 인한 공백을 틈타 중국이 라틴아메리카에 접근했다. 중국은 여러 라틴아메리카 나라에서 원자재를 수입하고 사회기반시설 건설 등에 투자했다. 현재 중국은 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페루 등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의 나라들의 최대 교역국이다.

베네수엘라는 중국과 라틴아메리카를 잇는 교두보 구실을 하고 있다. 세계적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2000년대 이래로 미국의 고강도 제재를 받아 왔는데, 중국은 그 석유를 시세보다 싼 값에 사들이며 베네수엘라의 숨통을 조금 틔워 주는 한편(이는 베네수엘라의 중국 의존도를 키우는 효과를 냈다) 베네수엘라를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 대한 투자 통로로 이용했다.

최근 베네수엘라와 인접국 가이아나 사이의 분쟁도 미중 갈등과 얽혀 있다.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는 양국 사이에 위치한 대규모 유전에 대한 통제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 왔는데, 이 분쟁은 지난 4월 중국이 베네수엘라를 편들며 가이아나를 압박하고 미국은 가이아나 편에서 군사력을 투입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으로 비화했다.

이제 미국은 베네수엘라 제재 방침에서 더 나아가, 군사적 수단까지 동원해 마두로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시사적이게도 미국은 볼리비아의 사회주의운동당(MAS)이 궤멸에 가까운 선거 참패를 겪은 직후 병력 투입을 결정했는데, 볼리비아의 MAS는 베네수엘라와 함께 라틴아메리카 “핑크 물결”의 상징이었다.

현재 미국은 마두로의 신병에 5,0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는데, 2001년 9·11 공격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에 걸렸던 현상금의 두 배다.

“핑크 물결”의 종말

이에 대응해 마두로 정부는 전군 및 민방위대(정부 발표에 따르면 400만 명) 총동원령을 내리고 군함을 전진 배치했다. 아직 양측 병력은 충돌하지 않았지만, 긴장이 매우 고조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인들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공에 저항할 권리가 마땅히 있다. 그러나 반제국주의 수사를 동원하며 항쟁을 천명한 마두로 정부의 기반은 현재 매우 취약하다.

베네수엘라 국내 경제는 사실상 붕괴했다. 임금은 끊긴 지 오래고, 사람들은 배급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다. 공공 서비스는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인구의 60퍼센트 이상이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핑크 물결”의 상징이었던 베네수엘라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故) 우고 차베스 집권기 중 대중 운동의 활력 덕에 추진됐던 복지와 민주주의 확대 시도는 완전히 좌초했다. 긴축이 잇따랐고, 정부는 갈수록 군대에 의존해 통치하게 됐다.(관련 기사: 본지 450호 ‘베네수엘라 ‘핑크 물결’ 균형 있게 보기’)

한편, 베네수엘라의 우익 야당들도 매우 취약하다. 그들은 미국의 지원 하에 2019년 쿠데타를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노골적으로 미국 제국주의의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더 쇠락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는 우익 야당을 부추기는 것보다 베네수엘라 군부 내 균열을 유도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는 관측이 있다.

미국이 실제로 지상군 침공을 감행할지는 현재 불확실하다. 6월 이란 공격 때처럼 원거리 타격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 할 수도 있다. 반면, 베네수엘라인들이 미국의 무도한 개입에 성공적으로 저항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평범한 베네수엘라인들은 미국에 맞설 무기를 달라고 마두로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개입이 좌절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자원을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데에 쓰려면 대중 저항의 힘이 되살아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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