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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러 견제 위해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합병을 원한다

1월 7일(현지 시각)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미국의 영토로 삼기 위해 군사력 투입도 배제하지 않겠다.” 심지어는 고관세 부과 등 경제적 압박으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고 싶다고도 말했다.

이 발언에 당사국들, 특히 덴마크와 파나마가 화들짝 놀랐다. 트럼프의 말이 허풍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드러낸 이 영토 야욕의 배경에는 미국이 중국·러시아와 벌이는 제국주의간 쟁투가 자리 잡고 있다.

북극 항로 쟁탈전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자치령이다. 하지만 미국이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인 역사는 꽤 길다.

먼저,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구입한 당시 국무장관 윌리엄 슈어드가 그린란드 매입을 시도했다. 제2차세계대전 중에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잠시 점령했다가 전쟁이 끝난 1946년에 덴마크에게 재차 팔라고 제안했다. 그 제안이 좌절된 후 미국은 덴마크와 협정을 맺고 그린란드에 군사 기지들을 유지해 왔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북극 항로 중간에 그린란드가 자리잡고 있는 만큼, 미국 안보에 그린란드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그린란드의 중요도는 훨씬 더 커졌다. 우선, 기후 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그린란드의 자원 개발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린란드에는 천연가스, 석유 외에도 특히 희토류 약 4000만 톤이 매장돼 있다. 이는 세계 희토류 생산의 65퍼센트를 차지하는 중국과 엇비슷한 매장량이다.

기후 변화로 북극 항로가 열리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서유럽에서 동아시아로 가는 거리가 기존 항로보다 40퍼센트 줄어든다. 그만큼 북극의 군사적·경제적 가치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북극을 장악하는 데서 그린란드는 매우 중요한 요충지다.

그린란드, 파나마 등 영토 야욕을 드러낸 트럼프

중국과 러시아도 북극 항로 개척에 열심이다. 2024년 11월 중·러 정부들은 북극 항로 개발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린란드도 기웃거려 왔다. 가령 2018년 중국은 공항 건설에 자금을 대겠다고 그린란드에 제안했다가 미국의 간섭으로 좌절됐다. 또한 중국 기업들은 그린란드에서 아연, 납, 희토류, 우라늄 등 여러 자원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의 프랭크 세예르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린란드는 큰 안보 자산이기 때문에 … 미국의 관점에서 볼 때 [그린란드에 대한] 외국의 어떤 투자나 활동도 안보 위협으로 간주될 수 있다.”(미국 CBS, 1월 8일 자)

이런 맥락 속에서 2019년 트럼프는 그린란드 매입을 추진하려고 백악관에 특별팀을 꾸리기도 했다.

이후 바이든 정부는 그린란드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중국·러시아의 그린란드 침투를 차단하려고 했다.

재선된 트럼프는 한발 더 나아가려고 하는 듯하다. 동맹인 덴마크가 반발해도 미국의 이익을 확실히 챙기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덴마크와 그린란드 자치정부 사이에 긴장이 있다는 점을 파고들고 있다. 현 그린란드 자치정부 총리는 그린란드 독립을 위해 주민 투표를 하려고 한다.

트럼프는 그린란드 주민 투표를 방해한다면 덴마크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리고 그린란드가 독립하면 결국 미국에 편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미국 ‘뒷마당’ 개입 저지하기

한편, 트럼프는 미국에 매우 중요한 파나마 운하를 “중국이 운영하고 있다”며 이를 좌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직접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렇게 말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110년 전 파나마 운하 건설은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미국 제국주의의 야심 찬 프로젝트였다. 이를 위해 1903년 미국은 무력으로 개입해 파나마를 콜롬비아로부터 떼어 냈고, 이후 오랫동안 파나마와 파나마 운하를 직접 통제했다. 파나마 운하 덕분에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오가는 뱃길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고, 마침내 태평양을 지배할 수 있었다.

1989년 미국은 파나마를 침공해 대통령 마누엘 노리에가를 붙잡아 자국 감옥에 가두었다. 당시에 노리에가가 미국과는 독자적인 행보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침공으로 파나마인 거의 1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해서 미국은 파나마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재확인하고 미국의 힘을 과시했다.

하지만 오늘날 파나마 상황이 바뀌고 있다. 중국과 파나마의 관계가 많이 가까워진 것이다. 지금 홍콩 대기업이 파나마 운하의 양쪽 끝에 위치한 두 항만을 운영하고 있다. 트럼프 측은 유사시 중국이 이 홍콩 기업을 움직여 파나마 운하를 통한 미국의 운송을 방해할 수 있다고 의심한다.

2017년 파나마는 대만과 단교했고, 이후 중국의 대(對)파나마 투자가 늘었다. 파나마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트럼프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중국의 입김이 커지는 것을 두고볼 수 없다는 태세다 ⓒ출처 Team Trump

이런 변화는 비단 파나마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오늘날 중국은 중남미 나라들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지하자원·교통·에너지 개발 계획들의 주요 투자자다. 오랫동안 “미국의 뒷마당”으로 간주돼 온 지역에서 말이다.

얼마 전 페루의 태평양 연안에 중국이 건설한 창카이 항구가 개항하기도 했다. “라틴 아메리카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전략적 문제인 미국은, [창카이] 항구가 중국 군함에 의해 이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파이낸셜 타임스〉 2024년 11월 13일 자)

중국의 이런 중남미 접근은 미국의 ‘뒷마당’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는 중남미의 이런 상황을 보아넘길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태평양 지배와 직결된 파나마 운하부터 미국이 다시 확실히 통제해야 한다고 보고, 이를 위해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할 것이라고 파나마 측에 경고하는 것이다.

그의 말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제국주의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자신의 뒷마당 지배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미국 권력자 상당수가 인내심을 잃어 가는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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