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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미국 최대 항모전단, 베네수엘라 앞바다 도착:
‘마약과의 전쟁’ 빙자해 군사 압박 강화하는 트럼프

미국이 카리브해에서 군사 행동을 계속하는 가운데, 11월 16일 미국 최대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과 그에 딸린 항모전단이 카리브해에 도착했다.

그전까지 미군은 이곳에서 민간 선박을 최소 20차례 공격해 80명 넘게 죽였다.

지난 금요일 트럼프 정부의 ‘전쟁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서던 스피어(남쪽의 창)’라는 작전명을 공개하며 일련의 공격을 군사 작전으로 공식화했다.

세부 작전 계획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헤그세스는 작전 목표가 “국토 방위 및 안보를 보장하고, 마약 테러리스트를 서반구에서 제거하는” 것이라고 썼다.

‘서던 스피어’는 트럼프 2기 취임 직후 1월 28일 미 해군이 발표한 작전과 이름이 같다. 그 작전은 무인기와 자동 방위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남부사령부가 관할하는 카리브해와 중남미 전체의 제해권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미 해군은 설명했다.

이 작전에 따라 미군은 카리브해 바깥에서도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16일 헤그세스는 중남미의 태평양 연안에서 민간 선박 두 척을 격침해 6명을 살해한 영상을 공개했다.

이런 공격을 펴며 트럼프는 군사 개입을 확대할 토대도 마련하고 있다. 공화당이 다수인 미국 상원은 11월 6일에, 트럼프가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의회 사전 승인 없이 군사 작전을 시행하고 확대할 수 있도록 해 줬다.

중국 견제

이런 개입으로 트럼프 정부는 미국 제국주의자들이 본토의 연장선으로 여기는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그곳에서 중국을 밀어내고 싶어 한다.

현재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의 최대 교역국이고, 인프라 투자 등으로 그 지역에 진출해 있다. 칠레 전력의 57퍼센트를 중국 기업들이 공급한다.

중국은 2018년 이래 라틴아메리카 리튬 채굴에 약 1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리튬을 비롯해 “에너지 생산·전송·저장·보존 기술에 필수적인 … 50가지 핵심 광물 자원”(미국 에너지부) 중 43가지가 생산되는 이곳에서 미국이 중국을 밀어내는 것은 미국의 대중 경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군사 행동을 트럼프식 ‘고립주의’의 징후가 아니라,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씨름하는 제국주의 경쟁의 일환으로 봐야 하는 한 이유다.(관련 기사 본지 562호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서 손 떼라’)

베네수엘라가 트럼프의 일차 표적이 된 이유 하나도 베네수엘라가 중국의 라틴아메리카 진출의 교두보 구실을 해 왔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베네수엘라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이 됐고, 올해 9월부터는 중국 기업들이 아예 베네수엘라 유전 하나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 ‘2차 관세’(베네수엘라의 교역 상대국에 대한 징벌적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을러댔고, 공화당 의원들은 2차 제재(베네수엘라의 교역 상대국도 제재)를 거론하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이런 경제 공격이 시행된다면 그 파장은 결코 카리브해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라틴아메리카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것도 미중 경쟁의 일환이다 ⓒ출처 미 해군

정권 교체

한편,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압박을 키우면서 마두로 정부 전복 의도를 거듭 드러냈다.

마두로 정부는 우고 차베스가 주도한 ‘볼리바르식 혁명’의 급진적 희망을 저버린 부패하고 권위주의적인 정부이지만, 그럼에도 트럼프가 마두로 정부를 무너뜨린다면 이는 대륙 전체의 진보적 투쟁을 후퇴시키고 극우를 더한층 강화시킬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실제로 마두로 정부를 코리나 마차도 일당이 이끄는 친미 극우 정부로 교체하려면 만만찮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베네수엘라 국내 기반이 취약한 마차도 정부를 유지하려면 더 많은 자원이 들 것이다).

이전에 마두로 정부를 교체하려던 미국의 시도들은 모두 실패했다. 마지막 사례는 트럼프 자신의 것으로, 2019년 미수로 끝난 베네수엘라 친미 우익의 쿠데타를 측면 지원한 것이었다.

미국의 대표적 친제국주의 신문 〈워싱턴 포스트〉는 이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 정부가 마두로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 그 많은 역량을 베네수엘라에 쏟으면 러시아와 중국이 어부지리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런 우려의 근저에는 미국의 자원과 주의력이 분산돼 있다는 현실이 있다.

현재 트럼프는 공약과 달리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중동에서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적 제국주의 경쟁에서 선두를 유지하려면 모든 주요 지역에서 자신의 힘을 각인시켜야만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여러 군사적 옵션을 두고 고심을 계속하는 가운데 16일에는 “마두로가 대화를 원하니 들어 보자”고 말한 것도, 정권 교체라는 목표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역량 사이의 간극이 있기 때문일 듯하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막대한 미군 병력이 베네수엘라 앞바다에서 군사 작전을 펴며 베네수엘라인들을 계속 살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그곳에는 베네수엘라의 특정 시설을 목표로 제한적 타격을 가하기에 충분한 미군 병력이 투입돼 있다.

그 공격들은 라틴아메리카 극우를 자극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토요일 멕시코 우익은 ‘마약과의 전쟁’ 확대를 요구하며 중도 좌파 성향의 셰인바움 정부를 흔드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브라질에서는 COP30(제30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 개최를 앞두고 중무장한 경찰이 빈민가를 습격해 130명 넘게 죽였다.

극우인 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최측근이자 현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인 클라우디우 카스트루가 그 습격을 직접 지시했는데, 그가 내세운 명분도 ‘마약과의 전쟁’이었다.

멕시코와 브라질은 트럼프가 ‘마약 밀매와의 전쟁’의 전장으로 거론한 곳들이다. 이런 일들이 또 다른 곳에서 되풀이될 수도 있다.

희망은, 라틴아메리카와 미국의 노동계급 사람들이 트럼프와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 또 자국 지배자들과 극우에 맞서 투쟁하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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