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를 무대로 제국주의 경쟁 하는 미국과 중국
〈노동자 연대〉 구독
최근 트럼프는 브라질에 50퍼센트 관세를 통보했다. 트럼프는 브라질의 전 대통령이자 극우 인사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부당하게 탄압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의 이런 극우적 태도는 미국 지배자들이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을 자신의 “뒷마당”으로 여겨 온 제국주의 전통에 기초한 것이다.
집권 후 트럼프는 중국 기업이 파나마 운하 출입항 지분을 판매하도록 강요했고, 운하 주변 미군의 활동을 강화했다.
4월에는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가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를 만나, 중국과의 150억 달러 통화 스와프 포기를 압박하며 그 대신에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대규모 대출을 주선하겠다고 제안했다. 또한 아르헨티나에 위치한 중국의 항공우주기지 폐쇄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조처들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꾸준히 커져 온 데 대한 대응이다. 현재 칠레 수출의 거의 40퍼센트, 브라질의 32퍼센트, 페루의 30퍼센트를 중국에 의존한다. 아르헨티나에게도 중국은 (브라질에 이은) 제2의 수출국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라틴아메리카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페루 창카이 항구, 창카이와 브라질 상파울루를 연결하는 대륙횡단철도, 콜롬비아 보고타 지하철 건설이 대표적이다.
라틴아메리카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영향력 쟁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5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는 ‘서반구 안보 회담’이 열려, 미국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군사적 공조를 논의했다. 그런데 같은 날 중국 베이징에서는 시진핑이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 공동체(CELAC)’를 만나 트럼프의 관세 공격을 규탄하는 취지의 문서를 발표했다.
이런 쟁투는 미국의 주장처럼 ‘민주주의 대 공산주의·권위주의’의 대결도 아니고, 중국의 주장처럼 “다자주의”나 반제국주의를 위한 투쟁도 아니다.
많은 진보적 지식인과 많은 좌파들은 중국을 미국 제국주의에 맞설 대안으로 여긴다. 그러나 중국은 결코 반자본주의 국가도, 반제국주의 국가도 아니다.
중국이 라틴아메리카 등지에 진출해 현지 경제와 맺는 관계는, 전통적인 열강의 나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국은 페루와 칠레에서 구리를,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는 대두를 대거 수입한다. 1차 생산물을 수입해 가고 공산품을 수출하면서 이 나라들을 원자재 공급원으로 묶어 두는 패턴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현지의 균형 발전과는 상관이 없다.
중국 산업이 요구하는 막대한 원자재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라면 그 나라 노동조건 악화와 환경 파괴도 등한시하기 일쑤다.
또, 중국의 해외 차관에는 가혹한 채무불이행 보상 조건이 달려 있기로 악명이 높다. (라틴아메리카는 아니지만) 스리랑카에서 중국이 함반토타 항구를 장악한 것이 대표적이다.
브릭스
한편, 이번에 브라질에 높은 관세가 통보된 것을 두고, 브라질이 트럼프가 눈엣가시로 여기는 브릭스(BRICS+) 활동에 앞장섰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브릭스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느슨한 경제 그룹이다.

이런 브릭스에 대해 좌파 일각의 기대가 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오직 미국 등 서방 국가들만이 제국주의이고 그에 맞서는 국가는 모두 반제국주의라는 잘못된 관점에 기초한 것이다.
제국주의는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이 세계적·지역적 패권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체제로 이해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중국 등 브릭스 성원들은 기성 제국주의 질서 속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울 뿐, 제국주의 질서 자체를 끝내려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인도처럼 미국과 군사적으로 매우 협력적인 국가도 브릭스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에서 보듯, 주요 브릭스 국가들조차 단일한 지향을 갖는다고 보기도 어렵다.
미국과 중국이 라틴아메리카를 두고 벌이는 경쟁에서 세계의 노동자들이 얻을 이익은 없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그들의 현지 동맹 국가·기업들이 가하는 억압과 착취에 반대하고, 제국주의 체제 그 자체에 도전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팔레스타인인 인종 학살에 눈감은 브릭스
특히 팔레스타인 연대 문제는 브릭스가 진정한 반제국주의와 얼마나 거리가 먼지 잘 보여 준다.
2024년을 기준으로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이스라엘산 물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이다. 이스라엘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사회가 가동되는 데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은 이스라엘에 석유를 하루 300만 배럴 가까이 수출한다. 심지어 석유 노조들이 룰라 정부에게 수출 중단을 요구했지만 브라질 정부는 듣지 않고 있다. 룰라 정부는 이스라엘 군수물품을 계속 수입하기도 한다.
인도는 이스라엘 군수기업의 가장 든든한 구매자로 이스라엘 전체 수출의 37퍼센트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