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트럼프 방문에 항의해 1만 명이 거리에 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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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수요일 영국에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국빈 방문에 항의해 다양한 단체들이 행진을 벌였다. 그 다양함은 트럼프가 제기하는 위협이 얼마나 큰지 보여 준다.
‘트럼프 저지 연합’이 조직한 그 시위에는 약 1만 명이 참가해 의회 광장으로 행진했다. 노동당 총리 키어 스타머는 트럼프를 환대할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반면, 여성 운동 단체, 기후 운동 활동가들, 팔레스타인 연대 단체, 인종차별 반대 운동 단체들은 트럼프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하나의 구호 아래 결집했다.
포틀랜드 플레이스 거리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가운데 시위 참가자 콜린 씨는 본지[〈소셜리스트 워커〉]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는 다양성이 인정되는 통합된 사회를 반대합니다.
“제가 나고 자란 세상은 온갖 분단선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15년 동안 여성과 성소수자 권리가 어느 정도 진전된 듯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물거품이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정확히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케리 아벨 ‘임신중단권 UK’ 대표는 트럼프가 여성에게 제기하는 위협에 관해 연설했다. “트럼프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다고 으스댑니다. 2022년 그 판결이 뒤집힌 이래, 임신을 중단시키지 못해 사망한 여성이 적어도 10명에 이릅니다.
“트럼프는 극우 세력에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그를 환대하는 것은 임신중단권을 공격하는 자들을 고무할 뿐입니다.
“임신중단 금지는 여성과 임부가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땅에서 후퇴를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어느 곳에서도 후퇴는 안 됩니다.”
시위에서는 파시즘과 극우의 위협에 대한 우려도 두드러졌다. 이날 시위는 나치 토미 로빈슨이 지난 9월 13일 토요일 런던 거리에 10만 명의 파시스트와 인종차별주의자들을 동원해 영국 역사상 최대 극우 집회를 연 것의 여파 속에서 열렸다.
켄트주(州)에서 온 한 시위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파시즘이 우려스럽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벌이는 일이 우려스럽습니다.
“이 나라에도 우려스러운 것이 있죠. 나이절 퍼라지[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의 대표 — 역자]는 켄트주에서 몇몇 지방 의회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퍼라지는 유색 인종을 겨냥한 폭력을 부추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일들은 진작에 싹을 잘라 버려야 했는데, 이제는 막아 내기 매우 어려운 일들을 퍼라지가 촉발하는 것 같아 걱정됩니다.”
그녀는 스타머가 “심각한 실책”을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타머가 지지 기반을 잃어 두렵습니다. 스타머는 노동계급의 지지를 필요로 하지만, 그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죠.”
그녀는 영국에서 극우의 부상이 “스타머에게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트럼프의 단짝 퍼라지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가 핵심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행진이 시작되자 “누구를 감옥에 집어넣어야 하는가?” 하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에든버러에서 온 엘라 씨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시위에 참가한 핵심 동기는 가자입니다.”
“트럼프가 그 정도로 인종 학살을 돕는 것이 믿기지 않고 경악스럽고 충격적입니다. 스타머가 그 자를 초청한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몇몇 시위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의 무기 지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러시아 제국주의를 상대로 한 서방 제국주의의 대리전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서방 제국주의에 반대했다.
시위에 참가한 존 씨는 스타머가 트럼프를 환대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는 서로에게서 자양분을 얻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영국과 미국, 다른 모든 유럽 국가들이 나토의 일원이라는 것입니다.
“그들 모두 인종 학살의 협력자이자 공모자들입니다. 구성국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나토와 같은 조직의 목적은 무엇이겠습니까.”
“제가 보기에 이것은 나토라는 조직의 이데올로기적 기반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그들이 옹호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드러난 거죠. 그리고 그 가치는 인종학살과 조화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행진 대열이 의회 광장으로 들어오는 동안 모 씨는 본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문제의 핵심에는 인종차별이 있습니다. 한 어마어마한 부자가 폭력적인 인종차별을 부추겨서 그와 그의 부유한 친구들이 더 재산을 쌓을 수 있게 하려는 거죠.
“미국에서 ICE가 벌이는 일은 영국으로도 수입될 수 있습니다. 퍼라지 같은 자들이 뜻을 이룬다면요.
“인종차별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난민들을 증오하는 것이 이제 정치에서 ‘정상’ 취급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극우의 국제적 부상을 이끌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미국에서 벌이는 일은 이곳과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트럼프에 반대해야 하는 것입니다.”
‘극우에 맞서는 여성들’ 활동가 소피아 비치는 이렇게 말했다. “여성과 여아에 대한 위협은 추방 위협에 직면한 남성이 아니라, 추방을 요구하는 남성에게서 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에 퍼진 거짓말에 맞서고자 합니다. 전쟁을 피해 도망쳐 온 사람들이 여성과 여아를 가장 위협한다는 거짓말, 난민들이 여성과 여아에 대한 폭력을 낳는다는 거짓말, 트랜스젠더가 여성을 위협한다는 거짓말에 맞서고자 합니다.
“이것이 지난 토요일 토미 로빈슨의 시위대가 퍼뜨린 인종차별적·트랜스혐오적 거짓말들입니다.
“지난 토요일 극우 시위는 경종을 울릴 일입니다. 로빈슨과 트럼프의 거짓말에 맞서려면 우리는 더 커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