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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극우·파시스트 폭력 물결은 어떻게 성장해 왔는가?

7월 27일 영국 런던의 극우 시위대. 이날 극우·파시스트 1만 5000명이 운집했다 ⓒ출처 Guy Smallman

극우의 폭력이 충격적이고 혐오스럽게 몰아치고 있다. 인종차별 반대자들과 사회주의자들, 노동운동은 매우 긴급하게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보는 극우 폭력의 분출을 놀라운 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소셜리스트 워커〉는 — 그리고 그 외에 다른 사람들도 —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매우 오랫동안 엄중히 경고해 왔다.

공식 정치가 인종차별과 희생양 만들기, 국가가 승인하는 이슬람 혐오에 한껏 물들어 있다면, 그런 환경이 극우를 키우고 파시스트 중핵을 배양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이런 식으로 말할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민자 유입 규모와 이슬람주의자들의 행태를 우려한다면서도 아무런 실질적 조처도 취하지 않는다. 따라서 극우가 몸소 행동에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 경고가 옳았다고 지적하는 것은 전혀 달가운 일이 아니다. 여러 면에서 지금 우리는 한 세기를 통틀어 가장 위협적인 파시스트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종차별이라는 오물은 사회 상층부로부터 끊임없이 내려 왔다.

보수당 선거 운동 전반이 “난민선을 멈춰라”라는 구호에 중점을 뒀고, 그 구호가 이제 극우 집회에서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비난받아야 할 것은 보수당만이 아니다.

모스크 공격과 이주민 숙소 방화 사태가 터지기 2주도 채 전에, 노동당 내무장관 이벳 쿠퍼는 〈선〉에 이민자 단속 계획을 발표하는 특별 기고문을 실었다.

〈선〉은 그 계획을 “수상쩍은 세차장과 네일샵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겨냥한 전격 여름철 이민자 단속”이라고 일컬었다.

쿠퍼는 이렇게 썼다. “보수당이 르완다 협력 사업[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이송하는 정책]에 공무원을 1000명이나 투입했다는 사실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인력을 새로운 ‘송환 및 강제 집행 계획’으로 전환해서 무자격 체류자의 송환을 확대하려 한다.”

말인즉슨, 노동당 정부는 낭비적이고 실효성 없는 반(反)이민 정책 대신 거리에서 이민자 탄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붙잡아서 추방시켜야 할 ‘불법 체류자’가 많다고 생각하는 자들[극우]에게 ‘당신들이 옳다’고 말한 셈이다.

총선 이틀 전 쿠퍼는 탬워스에 출마한 노동당 후보 새라 에드워즈의 유세를 지원했다.

지원 유세에 감사하며 에드워즈는 이렇게 말했다. “노동당은 지역 사회 치안을 회복하고, 국경을 통제하고, 난민 신청자 호텔을 폐쇄할 것이다.” 그 지역구에서 난민을 수용하는 데 사용된 호텔인 홀리데이 인을 폐쇄하겠다는 말이었다.[영국 정부는 난민을 호텔과 병영에 수용하고 있는데, 여기서 ‘호텔’은 호화 시설이 아니라 “낡고 허름하고 곰팡이 투성이인” 숙소다.]

쿠퍼는 에드워즈와 함께 찍은 영상에서 노동당이 “난민 신청 시스템의 혼란을 바로잡고 난민 신청자 호텔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의기양양하게 당선한 에드워즈가 의석에서 일어나 이렇게 발언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탬워스에서는 홀리데이 인이 수년간 난민 신청자 수용 목적으로 사용돼 왔다. 직시해야 할 간단명료한 진실은 주민들이 자신들의 호텔을 돌려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홀리데이 인은 휴가를 위한 곳이어야 한다. 따라서 ‘국경 안보 및 이민법’에 난민 신청자 호텔 운용 종료 계획이 포함된다는 발표를 환영한다.”

에드워즈는 발언은 극우가 사우스포트에서 이주민 폭행·살해와 모스크 파괴를 기도하기 시작한 시점에 나온 것이다. 며칠 후 파시스트가 이끄는 폭도가 탬워스 홀리데이 인의 창문을 부쉈고 불까지 지르려 했다. 에드워즈는 난민들로부터 호텔을 “되찾기” 위해 동원된 방법을 응당 비난했지만,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거나 그 발언이 사태에 미친 명백한 영향을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

이주민과 난민이 거주하는 숙소에 대한 공격은 전례 없는 일이 아니다. 지난해 2월 노즐리와 로더럼의 난민 신청자 호텔 인근에서 대규모 반(反)이민자 시위가 있었다. 지난 주말에 파시스트들은 그중 로더럼의 호텔에 불을 질렀다.

물론 이 최근 사례들은 대부분 수년간 가속화돼 온 이슬람 혐오와 반(反)이민자 인종차별에서 발전해 나온 것이다.

1970년대 중반 신자유주의 시대가 시작된 이래 노동당 정부와 보수당 정부는 노동계급의 삶을 유의미하게 개선하겠다는 시늉조차 거의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다양한 형태의 긴축과 예산 삭감 계획을 제시해 왔을 뿐이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들은 상위 1퍼센트의 끝 모를 축재를 주재해 왔다. 주요 공공 서비스가 악화되고 평범한 사람들이 자녀의 미래가 망가지는 것을 목격하는 동안 상위 1퍼센트는 엄청난 부를 쌓았다.

극심한 불평등과 지배층의 엄청난 특권에 대한 분노를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고 역대 정부들은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인종차별을 부추겼다. 때로는 공공연하게, 때로는 은밀하게 역대 정부들은 부자와 기업이 아닌 이주민과 무슬림을 향해 사람들이 증오를 터뜨리도록 유도했다.

정치인들이 반대자들을 분열시키는 데 써먹는 이런 유용한 도구는 인종차별을 더 부추기기 마련이었고, 결국에는 인종차별적 테러 조장을 목적으로 하는 네트워크들을 고무하기 마련이었다.

이슬람 혐오는 ‘테러와의 전쟁’과 조지 부시와 토니 블레어의 이라크 전쟁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그 전쟁은 이슬람 혐오를 크게 부추겼다. 중동과 그 밖의 지역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이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지독한 무슬림 혐오 구호를 외친 폭력배들은 21세기 제국주의를 뒷받침하는 데서 핵심적이었던 ‘문명의 충돌’ 이데올로기에 완전히 부합하는 노선에 있었다.

정치 색조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증오와 유대인 혐오의 온상이라고 비난해 왔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반대하는 이 놀라운 대중 집회에는 무슬림도 많이 참여해 왔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대한 공격은 더 광범위한 이슬람 혐오와 결합되기 쉽다.

극우 세력의 공격은 주되게 난민·이주민·이슬람을 공격하고자 하는 것이지, 친(親)시온주의 민병대가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파시스트 지도자] 토미 로빈슨이 7월 27일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연설을 시작하며 “팔레스타인 깃발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수도는 이래야 한다”라고 말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렇듯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대한 공격이 극우의 이슬람 혐오의 일부가 된 것이다.

현재 상황은 15년 전 파시스트 토미 로빈슨이 영국수호동맹(EDL)을 창설했을 때보다 더 위험하다.

영국수호동맹은 나치 정당인 영국국민당(BNP)과 연계된 위험하고 폭력적인 반(反)무슬림 거리 깡패 세력이었다. 이들은 용의주도한 반(反)무슬림 시위를 장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 진행했고, 때로는 반대자들과 경찰을 뚫고 거리에서 난동을 부렸다.

인종차별 반대자들은 5년간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여러 차례 대치를 벌인 끝에 영국수호동맹을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영국수호동맹도 최근 영국 전역의 도시들에서 반쯤은 자발적으로 분출한 살인적인 인종차별적 폭거를 꿈도 꾸지 못했다.

1970년대에는 나치 정당인 국민전선이 흑인들을 공포에 떨게 하며 공공연한 파시스트 운동을 구축하고자 했다. 그들은 때로 선거에서 많은 득표를 하기도 했고, 대규모 행진을 벌이며 살인과 화염 폭탄 공격을 조장했다.

하지만 그 국민전선도 우리가 지금 목격하는 것과 같은 공공연하고 대대적인 모스크 공격과 이주민 숙소 공격을 조직하지는 못했다.

또 다른 큰 차이점은 극우 정당 영국개혁당의 존재다. 나이절 퍼라지가 이끄는 그 당은 총선에서 400만 표를 얻었다. 영국의 선거 제도가 독일이나 스페인, 프랑스와 같았더라면 80석을 획득했을 것이다.

퍼라지는 [무차별 칼부림으로 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우스포트의 비극적인 살인 사건을 계기 삼아 혐오를 정당화하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퍼라지는 당국이 살인 용의자에 관해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널리 퍼뜨렸다. 그러면서 “확실한 것은 한때 아름다웠던 우리 나라가 뭔가 끔찍하게 잘못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우리 나라를 되찾자”는 극우 구호의 점잖은 버전이다.

퍼라지는 이제 자신이 폭력배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척할 필요성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경찰에 대한 공격을 비난하면서도 이렇게 덧붙인다. “경찰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이래, 경찰이 [극우 시위대에 — 역자]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인상이 줄곧 널리 퍼져 왔다.

“이민자가 합법이든 불법이든 대규모로 통제되지 않은 채 쏟아져 들어온 결과 우리 공동체에 금이 가고 있다는 것을 국민 대다수가 안다.”

이는 토미 로빈슨의 신조를 순화한 버전이다.

현 상황을 안이하게 여겨서도 안 되고, 공황 상태에 빠져서도 안 된다. 극우가 떠들썩하게 행동에 나섬과 동시에 수만 명의 사람들이 용감하게 나서서 극우에 맞서고 있다.

서로 연결된 여러 과제들이 노동계급 운동에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파시스트들과 그 동맹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되도록 크고 단호한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공격받는 난민과 무슬림에게 생사가 걸린 문제다. 동시에 노동계급 전체의 단결과 투쟁 능력에 결정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영국개혁당을 없는 셈 취급해서 약화시킬 수 없다. 그들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더 광범위한 계급적 접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정치의 위기와 와해, 많은 사람들의 삶을 망친 썩어빠진 체제에 대한 분노를 이용해서 득을 본다.

체제에 대한 분노는 좌경화할 수도 있고 우경화할 수도 있다. 우리는 분노가 좌경화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노동당 의원들의 무기력한 방법은 대중의 고난과 빈곤, 미래에 대한 좌절감, 전쟁, 환경 붕괴, 차별로 점철된 사회에서 먹힐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가 청중의 열정을 돋우기 위해 자주 써먹는 호소가 있다. “나는 당신들의 전사다. 내가 당신들의 정의다. 부당하게 대우받고 배신당한 이들이여, 내가 당신들의 복수다.”

세세한 경제 공약을 늘어놓는 것보다 월등히 효과적이고, 지배층의 부정직함과 거짓말에 대한 사람들의 정서에 가닿는 영리한 호소다.

우리는 거리를 휩쓸고 있는 인종차별주의자들에 대해 일말의 동정심도 없다. 그들은 우리가 반대하고 맞서 싸울 대상, 화해할 수 없는 적이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강경 파시스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부는 체제에 깊은 분노를 느끼는 더 광범한 정서를 유난히 왜곡된 형태로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파시스트들과 영국개혁당에 맞서는 동시에 자본주의에 맞서야 한다. 단결된 계급투쟁과 더 큰 혁명적 사회주의 세력의 건설이 지배층에 대한 진정한 복수로 제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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