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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극우의 주류화를 보여 주는 영·프·독 정치

이번 영국 보수당 당대표 예비경선은 별로 주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보수당이 7월 선거에서 참패한 후 남은 의원 잔당들 사이에서 치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1차 투표에서 의원 28명의 표를 받은 로버트 젠릭이, 22표에 그친 유력 후보 케미 베이드녹을 2등으로 밀어낸 것에 무슨 의미를 둬야 할까 생각될 수 있다.

예상을 깨고 보수당 대표 예비경선 1등을 차지한 로버트 젠릭. 그의 부상은 보수당 내 극우 영향력이 커졌음을 보여 준다 ⓒ출처 Number 10 (플리커)

그러나 무명이었던 젠릭의 부상은 정치학자들이 “극우의 주류화”라고 부르는 패턴의 한 징후다. 여기서 “극우의 주류화’는 극우가 더 많은 표와 의석을 얻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기보다는(물론 이런 일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극우가 주류 정당들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성장하는 것을 주로 가리키는 말이다.

젠릭은 지난해 11월 리시 수낙이 수엘라 브래버먼을 내무장관에서 해임한 직후 차관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어쩌면 자신이 브래버먼을 대신해 내무장관에 임명되지 않은 것에 삐쳐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또 다른 당대표 예비경선 출마자인 제임스 클레벌리가 그 자리에 임명됐다.) 그러나 이후 젠릭의 대응은 브래버먼이 제기한 쟁점을 받아안아서 적극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주민 유입을 더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입국 심사를 통하지 않은 난민 신청자들을 르완다로 추방하는 계획(‘르완다 계획’)을 약화시키려는 시도 일체에 반대했다.

반발을 자극하는 언사를 쏟아낸 브래버먼에 비해 젠릭은 더 절제된 표현을 썼고 그래서 더 받아들여지기 쉬웠던 듯하다. 2월에 젠릭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거리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내주고 말았습니다.” 젠릭은 지난달 이슬람혐오적 깡패들이 난동을 부린 인종 반란 때,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알라후 아크바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모두 체포하라고 요구했다.

최근 젠릭은 그가 GB뉴스에서 몇 주 전에 한 말을 변호하고 있다. GB뉴스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미국 시민이라면 도널드 트럼프에 투표할 것입니다.” 호전적이고 보수적인 공화당원이자 조지 W 부시 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조차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막기 위해 카멀라 해리스에 투표하겠다고 하는 와중에 말이다.

이런 극우 행보로 젠릭은 득을 봤다. 분명 많은 보수당 의원들은 [인종차별적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이 지난 선거에서 하원 의석 5석을 얻고 보수당이 이긴 선거구에서도 많은 경우 2위를 한 것을 보며, 나이절 퍼라지의 정치를 베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젠릭이 보수당 당대표 선거 본선에서 실제로 베이드녹을 이길지는 내다보기 어렵다. 베이드녹은 당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더 많고, 최종 선출은 당원들이 한다. 보수당 내 자유주의자라는 상시적 희귀종에 속하는 인물인 피터 오본은 베이드녹도 거의 젠릭 만큼이나 나쁘다고 말한다. 오본이 젠릭의 성공을 두고 “보수당이 이주민에 반대하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와 비슷한 극우 운동으로 아주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고 한 것은 옳은 경고다.

이런 일이 실제로 유럽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독일의 취약한 현 연립정부는 AfD의 성공에 더 강경한 이민 정책을 약속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한 장관은 수낙과 브래버먼의 폐기된 ‘르완다 계획’을 인수하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극우의 주류화는 프랑스에서 더 뚜렷하다. 두 달 전, 총선 결선 투표에서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광범한 좌파연합인 신민중전선(NFP)과 손을 잡아 마린 르펜의 파시스트 정당 국민연합(RN)이 다수당이 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 이는 성공을 거뒀지만, 지난주 마크롱은 자신들이 정부를 구성하게 해달라는 신민중전선의 요구를 모멸스럽게 거부했다.

마크롱의 논리는 신민중전선이 가장 많은 의석을 가졌지만 원내 과반을 얻지는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 대신 마크롱은 미셸 바르니에를 총리로 임명했다. 바르니에가 속한 정당도 몰락한 중도우파 정당인 공화당(LR)으로 이번 선거에서 겨우 4위를 한 당이다! 신민중전선은 바르니에 임명에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바르니에가 총리로 살아남을 길은 파시스트들의 지지나 적어도 기권에 기대는 것이다.

석간 〈르몽드〉의 헤드라인은 이러했다: “미셸 바르니에 — RN의 지휘를 받는 총리.” 바르니에는 반동적 동성애 혐오자이고 2022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이주민 때리기에 몰두했다는 점에서 RN에게 점수를 딸 수 있을지 모른다. 르펜은 바르니에의 통치를 용납하겠지만 그에게서 대가를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독일 동부 지역에서 AfD가 성공을 거뒀듯이 바르니에의 총리 임명은 위험한 변화를 나타낸다. 파시스트들이 갈수록 국가 기구 내에서 그 기구의 일부로 정착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영국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의 휘발성으로 보건대, 몇 년 후 젠릭이 총리실에 앉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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