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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성황리에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주최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 참가자들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의의를 짚고 결의를 다지는 포럼이 9월 27일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렸다.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 저항의 2년 연대의 2년’이라는 제목의 이날 포럼은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팔연사)이 주최했다.

이날 포럼은 가자지구 현지에서 활동하는 기자들과, 서안지구 및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주요 활동가들이 연설해 개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포럼 시작 전부터 대강당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로 장내가 북적였다.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포럼이 시작됐다.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

첫 번째 시간은 김남일 작가의 강연 ‘소설로 보는 팔레스타인 근현대사’였다.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역임한 김남일 작가는 현재 문인들의 팔레스타인 산/책 모임 ‘기록과 기억’을 운영하고 있다.

김남일 작가가 ‘소설로 보는 팔레스타인 근현대사’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이미진

김남일 작가의 강연은 팔레스타인 문학을 한국에 알리고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기 위해 그가 쏟아 온 열정이 스며 나왔다. 김남일 작가가 소개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집단적 경험을 탁월하게 포착한 문학 작품들도 참가자들을 매료시켰다. 김남일 작가는 이런 문학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의 의의를 설명했다.

두 번째 시간에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현지의 목소리를 들었다.

가자지구의 기자 무함마드 알카티브 씨와 영상 통화가 연결되자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이스라엘이 250명이 넘는 기자를 표적 살해했음에도 목숨을 걸고 가자지구의 진실을 알려 온 알카티브 씨는 이렇게 호소했다.

팔레스타인은 굴복하지 않는다 가자지구 학살 현장을 취재하고 있는 영상 기자 무함마드 알카티브 씨 ⓒ이미진

“제 뒤에는 수많은 팔레스타인인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가자를 홀로 두지 마십시오. 세상을 속이려는 이스라엘의 서사에 맞서 목소리를 내 주십시오. 여러분의 연대는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거대한 힘이 될 수 있습니다. … 여러분은 이 투쟁의 진정한 동반자입니다.”

엄혹한 상황임에도 알카티브 씨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며 연설을 마쳤다.

가자시티에 있는 기자이자 영화 감독인 무함마드 사와프 씨는 이스라엘이 가자시티 공격을 시작한 첫날에 녹화한 영상을 미리 보내 왔다.

사와프 씨는 “통신이 끊길 것을 대비해 이 영상을 녹화합니다. 이 영상을 보내기 위해서도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하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연설 내내 드론 소음이 끊이지 않았고 이따금 멀리서 폭발음 같은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은 굴복하지 않는다 가자지구 영화 감독 무함마드 사와프 씨 ⓒ이미진

전쟁 발발 후 가족·친지 65명이 이스라엘에 살해됐다는 사와프 씨는, 가자지구의 진실을 알리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결기를 밝혔다. “이것은 저의 유언이기도 합니다. 제가 죽더라도 저희의 목소리를 전해 주십시오. 끝까지 굴복하지 않은 민족의 목소리를.”

사와프 씨의 굳건한 호소에 크게 영감받고 감동한 참가자들이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사와프 씨가 참가자들에게도 연대를 지속해 줄 것을 호소하자 장내는 결의의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사와프 씨는 최근 몇몇 서방 국가들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관해서도 이렇게 꼬집었다.

“최근 유엔에서 많은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겠다고 했지만, 이것은 단두대에 오른 사람에게 집을 마련해 주겠다고 하는 꼴입니다. ... 지금 저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학살을 멈추는 것입니다.”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와 모든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위한 국제 운동’의 대표이자 서안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파드와 바르구티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문제와 이스라엘의 인권 유린을 폭로했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위한 국제 캠페인 대표 파드와 바르구티 씨 ⓒ이미진

“1967년 전쟁 이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는 누적 100만 명이 넘습니다. 가자와 서안지구 인구의 1/5이 수감을 경험한 셈입니다. 이스라엘은 이들이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합니다. 인구의 25퍼센트가 테러리스트라는 게 말이 됩니까? 그들은 팔레스타인 민족을 대변하는 분들입니다.

“마르완 바르구티는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진정한 평화는 이스라엘이라는 존재가 종료되는 순간부터 온다. 이스라엘이 존재하는 한 평화는 불가능하다’”

혹독한 상황에서도 의지를 굽히지 않는 현지 팔레스타인인들의 호소에 많은 참가자들은 연대의 의미로 두 손가락 브이(V)를 치켜올렸다.

마지막 시간에는 저명한 팔레스타인인 작가이자 의사인 가다 카르미가 연설했다. 그녀는 예루살렘 태생으로 나크바를 겪고 영국으로 망명했다.

팔레스타인인 작가이자 의사인 가다 카르미 씨가 '팔레스타인의 대의와 글로벌 연대' 라는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이미진

카르미는 최근 몇몇 서방 정부들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한 것은 그 정부들이 대중의 압력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지적하며, 모든 사람들이 자국 정부에 이스라엘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카르미는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서는 두 국가 ‘해법’이 아닌, “팔레스타인인과 유대인, 그밖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두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단일한 민주적 국가”가 수립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중 토론도 활발하게 이어졌다.

한 발언자는 최근 영국·프랑스 등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대중의 압력에 밀린 것이지만, 상징적 조처에 불과하다는 점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재명 정부가 그런 상징적 조처조차 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며 이스라엘과의 단교, 무기 수출 금지 등 실질적인 요구를 제기하며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이집트인 참가자는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이 사우디 등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에 제동을 걸어 팔레스타인의 고립을 막았다고 지적하며 그 공격의 의의를 강조했다.

얼마 전 팔레스타인 연대 총파업이 일어난 이탈리아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보낸 영상 메시지도 상영돼 참가자들을 고무했다. 그들이 속한 노동조합 시코바스(SI Cobas)는 지난 2년 동안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적극 관여하며 이번 총파업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은 구실을 했다.

영상을 보낸 활동가들이 이탈리아에서 10월 3일에 또 한 번 총파업이 있을 것이라고 전하자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활동가들은 이런 행동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호소하며 영상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총파업을 조직한 이탈리아 노동자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 참가자들에게 연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미진

행사장 안팎의 다양한 전시·부스가 포럼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지난 2년간 팔연사의 다양한 활동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됐고, 장내에는 재한 팔레스타인인들이 팔레스타인 문화를 소개하는 부스를 차렸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교사들’은 자신들이 제작한 수업 자료를 전시했고, 이집트인 난민 인정 운동 활동가들도 부스를 차렸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리만 씨가 갈무리 발언을 했다. 나리만 씨는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건설에서 큰 구실을 해 왔다.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에서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리만 씨가 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지난 2년은 고통과 절망이 멈추지 않은 2년이기도 했지만, 세계를 놀라게 하고 우리 가슴에 희망을 되살린 끈질긴 저항의 2년이기도 했습니다. … 탄압과, 팔레스타인의 존재를 지우려는 시도가 거세지는 이 중대한 시기에 우리의 목소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나리만 씨는 참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10월 12일 오후 2시 서울 열린송현녹지광장 입구에서 열리는 집중 행동의 날에 참가할 것을 호소했다.

그에 앞서 오는 10월 1일 오후 6시 신촌역 3번 출구에서는 각 대학의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들이 ‘가자 학살 2년 대학생 연대 집회’를 연다.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 참가자들이 팔레스타인 전통 스카프 쿠피예를 흔들며 팔레스타인 연사들에게 연대를 표하고 있다 ⓒ이미진
팔레스타인, 삶과 예술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 저항의 2년 연대의 2년’이 열린 강당에 재한 팔레스타인인 리나 씨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미진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 저항의 2년 연대의 2년’이 열린 강당을 가득 채운 참가자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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