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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극우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최일붕 글 모음 긴 글

영화평 힌드의 목소리:
팔레스타인 해방의 목소리로 울려 퍼질 것이다

335발

차는 기아(KIA)의 모닝이었다.

그 작은 차 한 대를 335발의 총탄이 뚫었다.

하지만 첫 번째 공격 후에도 차 안에는 아직 생존자들이 있었다.

팔레스타인 여자 아이 둘이었다. 이스라엘군은 이들을 확연히 알아볼 수 있었다.

반 시간 내지 한 시간여 뒤에 다시 탱크가 모닝을 뭉개며 공격했다.

2024년 1월 2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실제 이야기다.

힌드의 가족은 이스라엘군의 명령을 따라 가자지구 텔 알 하와를 떠나고 있었다.

삼촌과 숙모, 그들의 네 자녀와 힌드는 차에 탔고 힌드의 어머니와 남동생, 다른 가족들은 걸어갔다.

첫 번째 공격 후에 살아남은 힌드와 사촌 언니 한 명의 연락이 어렵사리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적신월사에 닿았다.

구조 요청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탱크가 바로 옆에 있어요! 우리한테 총을 쏘고 있어요!” 라는 외침이 총격 소리에 파묻히면서 통화는 끊기고 만다.

적신월사 측이 다시 전화를 걸지만, 이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생존자는 힌드밖에 없다.

총탄 구멍들로 벌집이 된 찌그러진 승용차 안에서 다섯 살 아이가 가족 여섯 명의 시신에 둘러싸여 살아 있는 (하지만 부상당한) 것이다.

영화 내내 우리는 힌드의 실제 음성을 듣게 된다. 힌드의 목소리는 배우가 하는 연기가 아니다.

적신월사 응급 콜 센터의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에게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고, 이대로 죽게 내버려두지 말라고, 필사적으로 구조를 요청하는 힌드의 목소리는 녹음된 실제 음성 그대로다.

콜 센터의 실존 인물들 역은 전문 연기자들이 연기한다. 힌드의 목소리에 배우들이 반응하고, 말하고, 외치고,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감독은 촬영을 시작하기 전까지 배우들이 힌드의 음성 녹음 파일을 듣지 못하게 했다.

적신월사 직원 오마르 역을 맡은 배우는 촬영 중에 공황 발작을 겪었다고 한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고.

배우들 모두 팔레스타인인들이니 애끓는 심정이 오죽했겠는가.

8분

힌드의 목소리는 5시간 가까이 지속됐다.

힌드는 구급차가 가는데 8분이면 충분한 거리에 있었다.

이스라엘 정부의 방해와 이스라엘 군대의 공격 때문에 갈 수 없었다.

나중에 밝혀진 대로 당시 이스라엘 탱크 12대가 있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을 구하려는 의료진들을 살해하기 위해 체계적인 전술을 구사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전투원과 교전하다 벌어지는 일이라고 발뺌하지만, 이스라엘이 쌓아 올린 거대한 거짓말의 산더미 위에 깃털 한 올 추가된 정도는 아니다.

두 달 뒤, 2024년 4월 미국 140개 대학 캠퍼스에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점거, 수업 거부, 연좌 시위가 벌어졌다. 5월에는 캘리포니아 대학 노동자들이 사상 최초로 팔레스타인 연대 파업을 벌였다.

제일 먼저 투쟁을 시작한 뉴욕 컬럼비아 대학 학생들은 점거한 대학 건물 이름을 “힌즈 홀”(Hind’s Hall)로 고쳐 불렀다. 이후 다른 대학 학생들도 힌드를 기리는 행동으로 점거한 대학 공간을 “힌즈 홀,” “힌즈 타워,” “힌즈 빌딩,” “힌즈 하우스”라 불렀다.

래퍼 맥클모어가 공개한 노래 ‘힌즈 홀’이 빌보드 디지털 음원 판매량 7위(R&B/힙합 3위)에 올랐다.

힌즈 홀

팔레스타인 영화들은, 이를테면 나크바를 다룬 훌륭한 영화 〈파르하〉(2021), 아카데미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노 어더 랜드〉(2024)처럼 힘겹게 제작에 성공해도 배급과 상영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곤 한다. 적반하장으로 ‘반유대주의’라는 공격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감독 22명이 찍은 22편의 단편영화 모음 〈그라운드제로로부터〉(2024)는 가자의 현실과 고통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좋은 영화지만, ‘이스라엘’과 ‘학살’이란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제작과 배급을 위한 조건으로 두 단어는 금지됐을 것이다.

〈힌드의 목소리〉의 배급과 홍보에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과 감독들의 도움이 있었다.

배우 브래드 피트, 호아킨 피닉스, 루니 마라 등과 감독 알폰소 쿠아론(〈칠드런 오브 맨〉), 조나단 글레이저(〈존 오브 더 인터레스트〉), 스파이크 리(〈로드니 킹〉), 마이클 무어(〈자본주의: 러브스토리〉) 등이 총괄 제작자로 참여해 배급과 홍보에 힘을 보탰다. 한국 상영을 위해선 배우 소지섭이 공동 제공에 나섰다. 이는 영화에 대한 지지 선언과도 같다.

영화는 베니스 영화제 역사상 가장 오래, 23분간 기립박수를 받았고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팔레스타인에서 점령과 학살과 비극이 끝나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힌드의 목소리〉는 훌륭한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무력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 자신의 말처럼 “행동을 촉구하는 외침”이다.

슬픔과 분노가 가슴을 짓누를 것이다. 그때 전 세계 거리와 일터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떠올리자.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2023년 10월 11일부터 한국에서도 매주 이스라엘의 공격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에 연대하는 집회(주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가 열리고 있다.

행진은 미국 대사관과 이스라엘 대사관 앞을 거쳐 간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벌이는 이란 전쟁 역시 그들이 벌여 온 팔레스타인 학살 전쟁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학살 국가들에게 외치는 저항의 목소리는 생명을 구하는 것이고 대중 행동이야말로 비극을 끝낼 수 있는 진정한 힘이다.

그들이 우리를 묻을 수는 있어도

결국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씨앗이었다는 것을

내 민족은 투쟁 속에서 백만 번은 죽어 왔지만

여전히 다시 일어난다, 밀려오는 파도처럼

무너진 잔해 속에서 피어나는 장미처럼

그러니 내게

“강에서 바다까지”라는 말이 금지된다면

나는 말하겠다

“껍질에서 씨앗까지 팔레스타인은 해방될 것이다”

— 노래 ‘힌즈 홀2’ 중에서

〈힌드의 목소리〉는 4월 15일 개봉한다. 몇몇 예술영화관은 4월 9일부터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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