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충돌의 잠재적 발화 지점, 남중국해
〈노동자 연대〉 구독
미국은 이란 전쟁 와중에도 중국 견제에 소홀할 수 없다. 사실 이란 전쟁 자체와 미군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가 중국으로의 원유 공급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겨냥한 포석을 놓고 있다. 그 일환으로 4월 20일 남중국해에서 대중국 전쟁 연습인 ‘발리카탄’이 진행됐다.
중국 겨냥한 전쟁 연습
발리카탄은 미국과 필리핀의 연례 군사 훈련이다. 이번 훈련 개막식에서 미 해병원정군 사령관은 이렇게 연설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심과 필리핀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변함없다.”
올해 발리카탄 훈련은 특별했다. 우선, 역대 최대 규모였다. 미국은 이 훈련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병력인 12,200명을 파견했다. 필리핀군은 5,400명이 참가했다.
게다가 올해에는 일본이 미국과 필리핀에 이어 셋째로 많은 병력을 보냈다. 자위대 전투 병력 1,400명과 각종 군함, 상륙함, 군용기가 참가했다.
원래 일본은 발리카탄 훈련에 참관국으로만 참가했었는데, 지난해부터 자위대가 공식 참가하기 시작하더니 올해 처음으로 지상군까지 참가했다.(하단 박스 기사 참고)
중국군은 랴오닝 항공모함과 강습 상륙함 쓰촨함 등을 포함한 대규모 전력을 남중국해로 전개시키면서 발리카탄에 대한 맞불 훈련을 시행했다.
미·중 양측은 엄청난 긴장 속에서 말 그대로 실전 같은 훈련을 한 셈이다.
요충지
남중국해는 호르무즈 해협에 버금가는 경제적·지정학적 요충지다. 세계 해상 수송의 3분의 1이 말라카(믈라카) 해협과 남중국해를 연달아 지난다. 특히, 한·중·일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무역과 에너지 수송에서 이 항로에 결정적으로 의존한다.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잇는 믈라카 해협은 중국 경제·안보의 경동맥과 같다. 그래서 믈라카 해협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잠재적 안보 위험 요인이 되는 ‘믈라카 딜레마’ 때문에 중국 지배자들은 골머리를 앓아 왔다.
그토록 중요한 요충지인 탓에 확장하려는 중국과 그것을 막으려는 미국 모두 남중국해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남중국해에서 긴장이 점점 고조될수록 우발적 사고가 갑작스러운 위기로 발전할 위험도 커질 것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선임 연구원 헨리에타 레빈은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 어페어》에 실린 4월 24일 자 칼럼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대만처럼 남중국해도 미·중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는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군대, 선박, 항공기가 공격받으면 미국의 상호방위 의무가 발동될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따라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군인을 (설령 고의가 아니더라도) 사살할 경우 미국은 쉽게 분쟁 당사국이 될 수 있다.”
연쇄 충돌의 위험
중국은 남중국해의 수많은 섬들과 암초들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한편, 섬들을 군사기지화하거나 군사적 목적의 인공섬을 건설해 왔다.
미국은 미국대로 제1도련선의 남부 전선에 해당하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해 왔다. 특히, 필리핀을 남중국해에서 대중국 전초 기지로 삼고 있다. 필리핀과 꾸준히 군사 훈련을 해 왔고, 필리핀 수비크만에 대규모 군수 생산 거점을 건설하기로 했다.
미국·일본 입장에서 필리핀은 “대만 유사시”에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대만과 필리핀 간 최인접 해역 거리는 95킬로미터에 불과하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해 분쟁을 겪고 있는 필리핀은 미국과 더한층 밀착하고 있다. 중국 군경과 필리핀 군경 간 충돌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지난달만 해도 중국 군함과 필리핀 군함이 충돌 직전까지 대치한 일이 두 차례나 있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도 남중국해 긴장 고조에 한몫하고 있다. 필리핀에 군함과 전투기를 수출해 왔고, 2022년부터 필리핀 수비크 해군 기지에서 현대중공업이 유지·보수·정비 사업을 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필리핀과의 “방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3월 3일 한-필 정상회담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방산 기업이 필리핀군 현대화 사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즉, 한국도 남중국해 긴장 고조에 일정 부분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제국주의적 남진(南進)
4월 17일 발리카탄 훈련 참가를 명분으로 자위대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며 중국을 도발했다. 미군이 종종 대만해협을 통과하며 중국을 도발하는데, 지난 몇 년 동안 일본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이번 도발의 날짜는 의도적으로 선택된 듯하다. 4월 17일은 청일 전쟁의 결과로 시모노세키 조약이 체결된 날이다. 그 조약에 따라 일본은 대만을 빼앗았다.
물론 오늘날 중국은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는 세계 2위 제국주의 강대국이 돼 있다. 중국(인민해방군)은 “자신이 지른 불에 타 죽게 될 것”이라고 일본에 경고했다.
이렇듯 일본 자위대가 중국을 도발하고 대중국 군사 훈련에 대규모로 참가한 것은 최근 미일 동맹이 강화되는 것과 관련 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안보 부담을 분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그것에 적극 협력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에 팔 걷고 나서고 있다.
예컨대 중국을 겨냥해 각종 첨단 무기를 도입하고 배치하고 있다.(관련 기사: 본지 579호, ‘“대만 유사시 개입” 준비에 매진하고 있는 일본 제국주의’)
최근 일본 정부는 제2차세계대전 패전 이후 금지했던 살상 무기 수출 제한을 해제했다. 그것을 통해 미국과 무기 개발·생산 협력을 강화하고, 필리핀 등 역내 동맹국들의 군사력 증강을 지원하려 한다.
올해 초 일본과 필리핀은 일본이 자국 안보에 도움 되는 국가에 군수 장비를 지원하는 ‘방위장비 공여제도’(OSA)와 군수 물자를 상호 지원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런 행보는 일본의 제국주의적 영향력 확대와도 맞닿아 있다. 일본은 미국의 (패권 약화와) 안보 부담 분담 요구를 기회로 삼아 군비 증강과 ‘전쟁 가능 국가’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아시아·태평양에서 위상과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