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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제국주의 위기 심화와 한반도

제국주의의 “위기 심화”라는 말은 이제 너무 진부해서 현재 상황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듯하다. 새해 벽두에 트럼프의 미국 제국주의가 베네수엘라를 침공한 것은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규칙 기반 국제 질서”는 무너지고 있다.

“규칙 기반 국제 질서”는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이 자신의 지도 하에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을 결집시켜 세계를 지배하려고 구축한 것인데, 지난 20년 동안 분열됐고 근래에는 더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이라크 개입 실패로 미국의 패권이 타격을 입으면서 크게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최근 항모 전단이 이란에 배치된 것은 미국이 "서반구로 후퇴"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 준다 ⓒ출처 미 해군

미국은 왜 국가안보 전략 변화에 나섰나

트럼프는 “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전 세계 질서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고 미국은 “세계의 모든 지역과 모든 문제에 동등한 주의를 기울일 여유가 없다”며 국가안보전략을 고쳤다. 지난해 말에 발표된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은 미국의 핵심 이익을 4가지로 제시했는데, 그 첫 번째가 “안정되고 협력하는 서반구”이다.

트럼프판 먼로주의는 냉전 해체 이후 미국 정부들이 전략적 실책을 범하는 바람에 경쟁자들이 미국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방식으로 서반구에 침투를 해 왔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 “경쟁자들”은 중국과 (부차적으로) 러시아다.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은 “[경쟁자들이] 서반구에 병력이나 기타 위협적인 역량을 배치하거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산을 소유 또는 통제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 세계 군사력을 재조정”하고 “치명적 무기 사용”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침공은 서반구 지배에 대한 트럼프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서슬 퍼렇게 보여 준다. 규칙이고 나발이고, 주권이고 국제법이고 알 바 아니라는 태도는 유럽 지도자들조차 “제국주의”라는 말을 입에 올리게 했다. (물론 ‘규칙 기반 국제 질서’하에서도 미국 자신은 규칙에 크게 얽매이지 않았으니 위선을 내팽개쳤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수 있지만 말이다.)

연이은 그린란드 합병 위협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기존 동맹들과 우방국들을 협박하고 압박하는 것에도 아무 거리낌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준다. 나토 동맹국에 군사적 위협마저 하다니, 냉전 이후 유지되던 ‘경제적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의 부분적 분리 현상’은 이제 종말을 고하고 있다. 서방 제국주의 내부의 균열이 심대해지고 각국은 재무장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판 먼로주의는 세계 지배 포기가 아니다

베네수엘라 침공은 미국이 세계의 다극 질서를 인정하고 서반구로 후퇴한 것이라는 일부 자유주의자들과 일부 좌파의 국가안보전략 해석이 큰 오해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런 주장은 마치 이제 미국이 세계 깡패 노릇을 덜 할 것 같다거나, 적어도 중국과의 대결을 피하려 함으로써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위기가 완화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적 역할과 세계 지배를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침공 직후 군사 공격까지 위협하며 이란 국내 사태에 간섭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만 봐도 미국은 중동 지배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 미국은 항공모함 전단을 이란으로 이동시켰다. 가자 평화위원회를 신설한 것은 또 다른 사례다.

미국 우선주의는 고립 추구나 세계 지배 포기가 아니다.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은 “우리처럼 수많은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가 불개입주의를 엄격하게 고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한다. 그랬다가는 그 틈을 경쟁자들이 치고 들어와 미국의 지위를 한층 더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내년 국방비를 50퍼센트나 증액해 무려 1조 500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한다. “꿈의 군대를 구축”하겠다면서 말이다. 미국은 2021년부터 현재까지 5년간 이미 국방비를 1500억 달러나 증액했다. 그런데 그 4배에 달하는 6000억 달러를 1년 안에 증액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세계 패권을 포기한 국가가 하는 짓이겠는가.

오히려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마가 MAGA)의 외교안보 버전으로 봐야 한다. 트럼프 정부의 “설계자”라고 불리는 마가의 핵심 인물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은 최근 베네수엘라 마두로 납치와 그린란드 병합과 관련해 “힘과 강압, 권력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를 강조했고, “트럼프 하에서 미국은 초강대국의 위상을 보여 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자는 바로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일종의 이념적 군대로 활용하며 이민 단속을 총지휘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을 기초한 마이클 앤튼 국무부 정책기획국장도 마가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이다.

트럼프하의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도 물러설 뜻이 없다

트럼프가 서반구에 집중하면서 중국과의 대결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는 관측도 전혀 맞지 않다.

우선, 트럼프의 서반구 중시가 중국의 세계적 영향력 확대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을 봐야 한다. 2010년대 초 미국이 이라크 전쟁 실패와 세계 금융 위기로 위상이 흔들리는 동안 중국은 경제가 급성장하며 부상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의 경제적·지정학적 질서가 일정 정도 개편됐다.

일부 중남미 국가들이 중국과 맺고 있는 관계는 그런 대표적 사례이고, 트럼프는 이를 정조준하고 있다. 그린란드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러시아와 중국 선박들로 뒤덮여 있다”고 불평했다. 사실 중동에서도 트럼프는 이 문제, 즉 중국의 영향력 증대와 씨름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둘째,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은 서반구에서 중국을 밀어내려 하면서도 미국 자신은 결코 인도-태평양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드러낸다. 일각의 관측과는 달리, 중국의 세력권을 인정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밝힌다. “인도-태평양은 이미 주요 경제 및 지정학적 전장의 하나[이며] ... 국내에서 번영하려면 그곳에서 경쟁해야 한다.”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제적·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대규모 군사 분쟁을 억제하고 예방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군사 경쟁에 손 놓고 있겠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트럼프의 군사안보전략은 인도-태평양에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제1도련선 어디서든 침략을 거부할 수 있는 군대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대만의 중요성을 특별히 언급하면서, 현상 변경을 용납하지 않을 것임도 분명히 했다.

일본 총리 다카이치는 트럼프 전략에 적극 호응하면서 군사력 증강과 야욕을 키우고 있다 ⓒ출처 백악관

하위 동맹국에 부담 분담시키는 전략의 난점

이를 위해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은 경제와 안보를 긴밀히 연결하고 두 분야 모두에서 동맹들을 줄세우려 한다. 공급망과 첨단기술 등의 분야에서 동맹국 경제가 중국과 단절하도록 만들려 한다. 또,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위해 “동맹국들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고 요구한다. 소위 ‘부담 분담 네트워크’이다. 미국에 항구 및 기타 시설을 제공하고, 자체 방위는 스스로 하고, 침략 억제 역량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도,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한국 등을 지목했다.

그러나 하위 협력자들에게 부담을 넘기려는 전략에는 난점이 있다. 첫째, 그런 전략은 미국의 힘의 한계를 자인하는 것인데, 바로 그 때문에 해당 국가들이 미국 맘대로 움직여 주지 않을 수 있다. 가령 인도 모디 정부는 트럼프의 관세 압박 속에서도 러시아 석유를 수입하며 밀착을 지속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푸틴을 인도에 초청해 환대했다.

둘째, 강대국이 지역 국가들에게 지역 안보 책임을 좀 더 부여할 때 지역 국가들은 그 기회를 이용해 지역에서의 위상을 높이려 하고, 이는 지역 불안정을 오히려 고조시킨다. 가령 1969년 닉슨 독트린 이후 중동에서 이란의 샤 왕정과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그런 기회를 잡았는데, 지역 강국들의 등장과 각축은 갈등 격화와 전쟁들로 이어졌다. 박정희 정권이 미국 몰래 핵무장을 추진한 것도 닉슨 독트린의 후과였다.

현재 아시아에는 당시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 인구를 갖춘 나라들이 즐비하다. 인도는 핵 보유국에 극우가 집권하고 있는 나라다. 일본은 1990년대 말 이후 미국의 아시아 전략의 중심 협력자 구실을 하면서 군사력 증강과 야욕을 키워 왔다. 최근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이 대만 해협에서 중국을 억지하는 것을 동맹 전체의 과제로 제시하자 이렇게 말하며 즉각 호응하고 나섰다. “대만 해협 무력 충돌은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 “존립 위기 사태”는 단순한 상징적 표현이 아니라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허용되는 법적 개념이다. 일본은 2022년 국가안보전략을 개정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이미 공식화해 뒀고, 방위 3문서를 개정해 국방비를 높이고 비핵 3원칙도 깨려 하고 있다.

한국 국가도 핵 잠수함 추진과 군비 증강으로 독자적인 국익을 추구하려 애쓰고 있다 ⓒ출처 국방부

제국주의 위기 속에서 한국 좌파가 유념해야 할 것들

트럼프하의 미국이 중국 견제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다거나 중미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옳지 않다. 한반도 전문가의 상당수가 그런 오해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 곳곳에서 심화되는 지정학적 위기는 중국이 미국의 대등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이에 맞서 미국이 패권을 지키려 투쟁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레닌은 자본주의의 불균등 발전 때문에 경제 강국의 순위가 바뀌고 그에 따라 정치적 강국의 순위도 바뀌게 마련이라고 지적하면서, 그것이 가져오는 국가 간 갈등과 전쟁을 분석했다. 19세기 말, 당시 초강대국 영국은 새로 떠오르는 독일과 미국의 도전에 직면했고, 그런 변화는 20세기 전반부의 양차 대전(이른바 “현대의 ‘30년 전쟁’”)으로 이어졌다.

세계는 지금 20세기 초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한반도에 사는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긴밀하게 엮여 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는 한국을 폴란드만큼이나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나라로 꼽았다. 이런 조건 속에서 우리는 제국주의 문제와 그를 둘러싼 쟁점들에 대해 매우 명확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적 맥락에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⑴ 미국 제국주의의 하위 파트너로서 한국의 역할

미국 제국주의의 하위 파트너로서 한국의 역할 문제를 유념해야 한다. 한국은 제3세계 국가들 가운데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물론 한국의 성장 자체는 지정학적 이유로 안보를 미국에 의존해 오며 미국 시장 접근을 관대하게 허용받은 덕분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대미 종속의 근거로 든다면, 독일이나 일본도 별로 다르지 않다. 이 관계는 냉전 시기 미국 주도 서방 진영 질서의 특징이자 그 유산으로, (미국과 유럽의 갈등에서 보듯이) 현재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경제와 군사안보 분야의 한미 협상 문제를 놓고 미국의 압박이나 수탈 측면만 부각하는 것은 한국의 지위 변화라는 현실을 보지 않는 일면적인 시각이다. 한국은 여전히 안보를 미국에 의탁하는 현실 때문에라도 미국과의 협력을 선택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것을 기회로 독자적인 국익을 추구하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다.

핵 잠수함 추진이나 군사비 인상은 미국 측이 대중국 억지에 협력하며 자체 방위를 하라고 촉구한 것에 대한 응답인 동시에, ‘자강’ 차원에서 한국 국가도 바라 왔던 바이다. 미국의 군사적 날개 아래 있는 처지로서 핵이나 미사일 개발 등에서 제한을 받아 온 한국은 그 빗장을 풀고 싶어 한다. 이재명 정부는 2026년 국방 예산을 무려 7.5퍼센트나 인상했는데, 7년 만의 최대폭 인상이었다. 물론 미중 갈등 심화 속에서 이재명의 실용외교가 통하기는 어렵고 이 문제를 놓고 국내의 정치적 갈등도 첨예해질 것이다.

우리는 “전략적 유연성”처럼, 미국의 중국 견제에 한국이 노골적으로 협력하는 것에 반대해야 할 뿐 아니라, 그것을 기회 삼아 “자주국방” 명분으로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에도 반대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강해져야 원치 않는 지역 분쟁에 얽히게 되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며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나 자국국방이 그런 과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지역 갈등과 충돌의 위험을 줄이기는커녕 위험을 키울 뿐이다. 자원 낭비로 복지와 사회에 유용한 투자를 위협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⑵ 폐해를 거듭 드러내는 진영론의 문제점

트럼프하의 미국 제국주의가 워낙 끔찍하다 보니 중국이나 그 중심의 새로운 국제 질서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진영론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자본주의 세계 체제 안에서 한 강대국을 다른 강대국보다 진보적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제국주의는 단지 미국, 그것도 트럼프식 외교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는 몇몇 강대국들이 지역과 세계의 지배를 두고 다투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다. 중국은 반식민지 경험이 있고 그 역사를 상기시키곤 하지만 이제는 미국의 동등한 경쟁자로 떠오른 제국주의 국가다.

진영론은 최근에 이란 항쟁에서, 그 전에는 네팔 항쟁이나 홍콩 항쟁 같은 데서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반미자주파 경향은 그런 항쟁들을 미국과 이스라엘 등 서방의 사주나 개입에 의한 것으로 보면서 지지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의 경우에는, 미국에 맞서 로드리게스 정부와 대중이 단결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시각은 계급 정치를 지정학 문제에 종속시킴으로써, 세계사적 존재인 노동계급이 제국주의 갈등선에 따라 분열하게 만든다. 우리는 노동계급 국제주의 입장에서 제3세계 민중의 저항 지지와 제국주의적 개입 반대를 결합시켜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부상으로 북한은 지정학적 이점을 누리기 시작하고 있다 ⓒ출처 Kremlin.ru

⑶ 중국·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는 북한

북한이 중국, 특히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반미자주파는 북한이 미국 견제의 축 역할을 부분적으로 한다고 여긴다. 최근 장창준 〈민플러스〉 객원기자는 “미국의 신냉전 전략을 파탄내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조러 군사동맹이었고, 조선의 러시아 파병이었다”고 주장했다. 민족 자주를 외치는 북한 당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해 파병한 것을 칭송하다니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말은 핵을 포함한 북한의 무장력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으로 인한 불가피하고 방어적인 수단이기만 한 것은 아님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은 남한과 꼭 마찬가지로 지정학적 위기 심화의 한 플레이어인 것이다.

또, 반미자주파는 북한의 핵 무장력이 미국을 협상으로 끌어내 한반도와 지역 평화를 가져오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현재 역내 구도가 북미 대화 성사에 그렇게 우호적일 성싶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북한은 중국의 부상 덕에 어느 때보다 지정학적 이점을 누리고 있다. 몇 년 전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는데, 필자는 그것이 미중 갈등 심화 와중에 ‘한반도에서 현상 변경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북한이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또, 설사 북미대화가 성사된다 해도 그것은 지역 평화가 아니라 미국의 중국 견제 포석으로 이용될 공산이 훨씬 크다.

독립적인 반제국주의 운동의 필요성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여전히 단연 중요한 반제국주의 운동이다. 트럼프의 가자지구 ‘평화 구상’은 2년 간의 대량 학살 이후 영토를 강탈하려는 것이고,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중동을 재편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그러나 그 계획이 미국의 바람대로 잘 추진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2단계가 시작되면 여러 조건이 어그러지고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이스라엘의 반복되는 휴전 협정 위반과 서안지구에서의 공세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시리아와 이란 상황 등 중동 정세의 불안정도 지속되고 있다.

휴전이라는 다소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탄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전개되는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정치적 초점을 제공하려 노력하면서 운동의 기반을 다지는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가자 ‘평화 이사회’ 참가에 반대하고 이스라엘과의 협력에 대한 반대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트럼프 하에서 제국주의의 위기는 끔찍한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다. 베네수엘라 침공은 그런 사례였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즉각 항의 행동을 조직하고,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참가자들이 이런 행동과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국 제국주의 지원 정책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자체 군사력 강화에도 반대해야 한다 ⓒ유병규

또, 한국 정부가 미국 제국주의 정책에 협력하는 것과 자체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에 모두 반대해야 한다. “전략적 자율성”의 이름으로 추진되는 자주국방은 “전략적 유연성’의 대안이 못 된다. 둘은 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이른바 ‘자주’는 ‘숭미’의 진정한 대안이 아니다. 미국의 압박과 수탈을 주로 문제 삼는 민족주의·국익 접근법은 (좌파적 버전일지라도) 제국주의 하위 파트너인 한국 국가를 무고한 어린양으로 포장해 주어 국방비 인상 등에 대한 저항 잠재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우리는 한국 정부의 군사력 강화 반대를 생활고가 늘어난 노동계급의 삶과 연결시키고 ‘국방비 말고 복지와 교육 재정을 확충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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