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국회에서 파병을 반대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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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민주당 정부는 모두 국내 반발을 무릅쓰고 미국의 파병 요청에 응했다. 김대중 정부(아프가니스탄 파병), 노무현 정부(이라크 파병), 문재인 정부(청해부대 파병) 모두 그랬다.(관련 기사: 본지 578호, ‘역대 민주당 정부들은 조삼모사를 일삼으며 파병했다’)
그런데 정부의 파병 추진에 반대하면서도 ‘정부가 파병 동의안을 내면’ 국회에서 부결시키자는 일각의 주장이 있다. 진보당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파병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면,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가 이를 거부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에게 그럴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물론 절차를 지키라는 요구는 정당하다. 헌법 제60조 제2항에 의해 국군의 해외 파견은 국회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월 21일 국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청해부대의 파견 지역을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과 아라비아·페르시아만 일대까지 넓힌 바 있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전해에 이미 청해부대 파견 연장 동의를 받았고, 해당 동의안이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논리를 폈다.(이재명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인 안규백이 당시 국회 국방위원장으로서 그런 주장을 폈다.) 한 번 받아 둔 동의를 백지위임으로 해석한 것이다.
‘국회를 통해 파병을 막을 수 있다’는 진술 자체는 틀린 것이 아니다. 국회가 거부하면 실제로 파병은 매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반전 운동의 역할을 단지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가 파병 동의안을 부결시키도록 보조하는 것으로 설정하면 운동이 길을 잃기 쉽다.
민주당의 파병 동조 역사
민주당은 국회에 상정된 파병 동의안을 부결시킨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12월 6일 국회 본회의에 아프가니스탄 전쟁 파병 동의안이 상정됐다. 정부가 동의안을 제출한 이후 여드레 만에 본회의까지 간 것이다. 본회의 처리도 속전속결이었다. 의장이 “이의 없으십니까?” 하고 물었고, 이의가 없다는 응답이 나오자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하고 의사봉을 두드렸다. 찬반 표결조차 거치지 않았다.
국회는 ‘동의권’을 행사했지만, 파병을 심의한 것이 아니라 이미 결정된 사안을 사후 승인해 준 것에 불과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파병 때는 반대가 있었고 표결도 거쳤다.
4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이 본회의 단상에 올라 이라크 파병 동의를 요청했다. “명분이 있고 없음에 관해서 논쟁을 하려 하지 않겠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표결 결과는 재석 256명 중 찬성 179명, 반대 68명, 기권 9명이었다.
당시 국회 밖 여론은 파병 반대가 압도적이었으나(미국의 전투병 파견 요청에 76퍼센트 반대), 민주당 주도의 국회는 정부 ‘견제’는커녕 한목소리로 여론을 거슬렀다(한국갤럽 2026년 3월 보고서).
국회는 그 뒤로도 연장 동의를 네 차례 더 해 줬고, 이라크에 파견된 자이툰부대에 4년 3개월 동안 연인원 1만 9,100여 명이 거쳐 갔다.
청해부대는 2009년부터, 아랍에미리트(UAE)에 주둔중인 아크부대는 2011년부터 파병돼 있다. 각각 17년, 15년째다. 그사이 정권은 네 차례 바뀌었다. 국회에서 파병 동의안이 부결된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올해 3월 20일 윤종오 진보당 의원 등 18명은 ‘대한민국 국군의 미국-이란 전쟁 및 호르무즈 해협 군사 파병 반대 결의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여당 의원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결의안은 8월 31일 국방위원회에 상정된 뒤 소위원회로 넘어갔으나 지금까지 계류 중이다.
그런데 이 결의안에 서명한 조국혁신당 의원의 다수도 넉 달 전 청해부대 파병 연장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일관된 반전 입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시 이라크전 파병 때로 돌아가면 2003년 3월, 파병 동의안 처리는 두 차례 미뤄졌다. 판세를 바꾼 힘은 국회 밖에서 나왔다(관련 기사: 격주간 〈다함께〉 5호, ‘한국 반전 운동이 거둔 소중한 첫 승리 - 파병안 통과를 두 차례 막아 내다). 당시 정부 자신이 인정한 사실이다(국정홍보처, ‘국회, 파병동의안 처리 연기’, 2003년 3월 25일).
그러나 결국 노무현 정부가 파병을 통과시키고 실행하자 당시 반전 운동은 사기가 급격히 저하됐다.
이란 전쟁 파병을 부결시키게 하려면 단지 민주당과 국회에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는 전혀 충분치 않을 것이다. 정부·여당 자체를 공격해 그들을 걱정과 두려움에 떨게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파병에 맞선 운동의 중심은 국회가 아니라 기층의 투쟁을 건설하는 데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