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는 개혁은 안 하고 애먼 이주민 희생양 삼는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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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비난 망언이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이 빗발치는데도 이재명은 자신이 옳다고 거듭 강변하고 있다. 지지층 반발에 연연하지 않고 ‘중도우파 외연 확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10월 27일 이재명은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임금을 본국으로 송금하니까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CPTPP 가입 추진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을 무마하려고 내국인 농업 노동자 임금 보조 방안을 내놓으면서, 재정 지출에 대한 우파적 반발을 의식해 애꿎은 이주노동자를 비난한 것이다. 그러나 농민 단체들은 물론이고 농업 자본가들도 비현실적인 얘기라고 코웃음을 쳤다.
이에 대한 비판이 다방면에서 나오고, 특히 이주민 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이재명은 그다음 날 보란 듯이 엑스(옛 트위터)에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의 글을 “좋은 지적”이라며 공유했다. 이재명이 동조한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이 ‘내국인 역차별’이라는 주장은 극우들이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며 애용하는 논리다.
이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자 이번엔 ‘정치적 올바름’을 비난하고 나섰다(관련 기사: ‘펨코보다 정치적 올바름이 더 문제?: 이주민 혐오를 정상 담론으로 만들고 있는 이재명이 문제다’). 국힘 나경원은 즉각 이 말을 환영했다.
쿠데타 기도를 저지한 대중투쟁 덕분에 부상한 이재명은 내란 청산과 사회 개혁을 약속했지만, 국가기구의 안정성을 우선하며 쿠데타 세력 숙정을 단호하게 추진하지 않았다. 이는 노동계급의 삶을 개선할 개혁도 진지하게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재명의 ‘중도우파 외연 확장’, ‘중도 실용주의’는 이런 배신의 정치적 표현이다. 그리고 배신은 메가특구특별법, 이란 전쟁 파병 추진 등 더욱 오른쪽으로 기울어 왔다.
이번 이주민 비난 망언들은 중도우파 외연 확장이 차별 문제에서도 우파의 논리에 호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특히, 최근의 발언들은 극우의 배외주의 선동을 정당화하고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키우는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아주 고약하다.
이재명이 우파의 의제를 수용할수록 국힘 등 우파는 사기와 자신감이 오르고 개혁 염원층은 실망과 환멸로 돌아설 것이다.
다문화가족 지원이 내국인 ‘역차별’?
이재명은 다문화가족 지원이 필요한 건 맞다면서도, “어린이집 입소 시 가점 부여와 공공 산후조리원 우선 이용처럼 내국인가정보다 다문화가정을 예외 없이 우선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 우선권”은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후조리원 입소 우선 순위 기준에 소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문화가족 지원은 한국 사회 적응에 대한 지원 성격이다. 결혼이주민(다수는 여성이다)의 부모 등 친인척이 대부분 본국에 있어서 돌봄에 대한 도움을 청할 사람이 내국인가족에 비해 적은 점을 고려한 배려 정책이었다.
이는 맞벌이 가구에 어린이집 입소 가점을 주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게다가 정부는 상당수 이주민들에게 본국 가족을 한국에 초청하는 것에도 일정한 제약을 두고 있다.
정부는 출산율 감소에 대응해 2000년대 중반부터 결혼 이민자 유입을 유도했다. 그러면서 체류자격을 결혼 관계 유지나 한국 국적의 자녀 양육 여부와 연동시켜, 결혼 이주 여성이 노동력 재생산과 돌봄이라는 구실에 충실하도록 강요했다. 불안정한 체류 자격은 결혼 이주 여성이 차별을 겪는 중요한 원인이 됐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출산에 대한 조그만 지원을 두고 ‘과잉 특혜’라며 축소하려는 것은 가당찮다. 이재명이 문제 삼은 서울 산후조리원 지원에서 다문화가족은 10명에 불과했다.
이재명은 다문화가족이라고 반드시 저소득층은 아닐 수 있다며 지원 축소를 정당화한다. 다문화가족의 소득 수준이 내국인 가족에 비해 평균적으로 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예컨대 공공 산후조리원 우선순위에 포함된 셋째 자녀 출산에 대한 혜택도 소득 기준으로만 보면 불합리하다. 즉, 사회적 배려 정책은 다양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소득만이 유일한 기준인 듯 왜곡해 기계적 ‘공정성’을 따져 문제 삼는 것은 결국 기존 혜택을 늘릴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이는 복지 삭감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군비는 늘리고 메가특구 등 기업 지원에는 재정을 아낌없이 쏟아부으면서 복지를 대폭 늘리지 않는 것이 진정한 문제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면 우선순위 문제로 왜 보통 사람들끼리 갈등이 일어나겠는가. 계급 간 불평등을 따져야 한다.
이주노동자 본국 송금, 한국 경제에 도움 안 돼?
임금은 (이주)노동자가 생산한 가치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 나머지는 (한국인) 사용자가 가져가고, 그것이 이윤의 원천이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는 한국 경제에 사용될 재화와 서비스도 생산하고 자본 축적에도 기여한다. 이주 노동 자체가 한국 경제에 상당히 기여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임금을 어디에 쓰든 그것은 노동자의 자유다. 이주노동자들의 본국(가족) 송금을 죄악시한다면, 사실상 이주노동자 천대와 배척을 ‘국부 유출 저지’ 같은 명분 있는 일로 만들어 줘 배타적 민족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 사실 다수 이주노동자들이 가족을 데려와 한국에 정착하는 것을 막아 온 정부가 가족 송금을 타박하는 것은 적반하장일 뿐이다.
진정한 문제는 이주노동자냐 내국인 노동자냐가 아니라, 계급 불평등이다.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노동 몫’에 해당하는 피용자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41.1퍼센트로 2010년 이후 최저였다.(〈한겨레〉 11월 1일 자) 이재명 정부하에서 벌어진 최저임금 역대 최저 인상, 삼성전자 파업 예고에 긴급조정권 발동 시사, 홈플러스 사태 늑장 개입 등을 보면 아직 임기 1년 반도 안 됐다는 핑계는 안 대느니만 못할 것이다.
그래 놓고 이주노동자의 송금을 문제 삼는 것은 고물가, 생활고, 복지 부족에 대한 불만을 이주민에게 떠넘기는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