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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에타〉
:
비애를 넘어, 부활에 대하여
이서영
레프트21 89호
2012. 9. 17
기억 속에서 엄마는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르든 언제나 내 편이었다. 〈피에타〉는 예수의 시신을 끌어안은 그의 어머니 마리아의 절망을 의미한다. 예수가 죽음으로써 퍼뜨린 한 가지 계명이 있다면, “서로 사랑하라”일 것이며,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라”일 것이다. 바로 엄마처럼. 주인공 강도는 비윤리적인 인간이다. 그는 타자의 절망에 주눅들지 않으며, 타자의 고통…
독자편지
카스테라 논란에 부쳐
이서영
레프트21 86호
2012. 8. 3
2006년에 맑시즘에 참가했던 한 연사가 연사비 대신에 카스테라를 받았다는 트윗을 올렸다. 이 연사는 딱히 맑시즘을 비판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교환가치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가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누군가가 쓴 트윗은 곧 일파만파 퍼졌다. 그 일이 있던 금요일, 나는 진행팀이었는데, 일…
침묵의 목소리 ? 〈두 개의 문〉
지면
이서영
레프트21 84호
2012. 6. 23
용산을 증언해 줄 수 있는 입은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더구나 이 정권은 지난 3년간 산 자들의 목소리에 대해서 올곧게도 “입을 먹는 입”이었다. 어쩔 수 없이 영화는 주변적 사실들만으로 현실을 재구성한다. 감독들은 인터뷰를 받을 수도 없고, 조사를 토대로 사건 당시를 CG로 재현할 수도 없다. 그녀들은 현실에 어떠한 가공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낙태금지법에 대한 헌재 공개변론
:
수정란보다 여성의 삶이 우선이다
지면
이서영
레프트21 69호
2011. 11. 17
11월 10일, 6주 된 태아를 낙태하는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조산사의 ‘낙태죄 헌법소원’ 공개변론이 헌법재판소에서 있었다. 형법 270조 1항은 의사 등 전문가가 여성의 청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를 도왔을 경우 2년 이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이 조항이 헌법의 신체 자율권, 행복 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청구인 쪽에서는 낙태 금지 …
독자편지
출교에 소극적인 이유가 정말 성폭력 개념 때문이었을까?
이서영
레프트21 68호
2011. 11. 3
김지윤/김영익 동지는 학생행진의 평가에 대해 ‘출교요구는 필요했다’는 글로 대답했다. 출교요구가 필요했다는 평가에 대해 대부분 공감하지만, 그럼에도 이 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일 처음 출교요구를 했던 사람들이 다함께가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 기억할 것이다. 출교요구는 학생기층에서 먼저 나왔고, 학교 밖에서 먼저 나왔다. 주목해야 할 경우는 …
Occupy Seoul 2차 대회
:
“99퍼센트를 모두 깨워서 세상을 바꾸자”
이서영
레프트21 67호
2011. 10. 23
‘1퍼센트에 맞서는 99퍼센트, 광장을 점령하라’ Occupy Seoul 2차 대회가 22일 7시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무대에는 “이건 아니다! 다른 삶의 방식을 요구한다”는 펼침막이 걸렸다. 이 집회에는 1천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다양한 사회단체, 진보 정당, 노동조합, 학생단체 등이 앞서 열린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치고 이 집회에도 …
영도, 85호 크레인 답사기
이서영
레프트21 61호
2011. 7. 15
1 사람들이 다 돌아가고 나서 김진숙 지도위원은 트위터에 웬 토마토 사진을 올렸다. “만 명이나 모인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꿈을 꾸다 같은 고통을 당하는 일. 그러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게 희망임을 오늘 작은 생명에게 배웁니다.” 사진 속의 방울토마토는 아직 빨간색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괜히 신이 났다. 빨갛게 익으려면 더 많은 햇빛과 비가…
명지대학교 재단 비리 규탄 집회
:
“등록금은 내리고, 비리재단은 퇴출시키자”
이서영
레프트21 59호
2011. 6. 17
지난 6월 10일,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에서는 명지대학교 재단비리 비상대책위원회의 주도로 ‘재단비리 규탄집회’가 열렸다. 시험기간인데다가 인문캠퍼스의 수업이 거의 없는 금요일인데도 학생회관 앞 계단에 9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였다. 명지대 재단비리 규모는 2천5백억 원이나 된다. 엄청나다. 지금껏 존재했던 사학비리 중 가장 큰 규모다. 유영구가 이사장이…
독자편지
세상의 뒷골목에 웅크린 성매매 여성들
지면
이서영
레프트21 59호
2011. 6. 16
그날, 영등포의 성매매 여성들은 마스크를 쓰고, 혹은 기괴한 분장을 하고 타임스퀘어 앞을 내달렸다. 어떤 여성은 분신을 하겠다고 하다가 석유를 들이마시고 병원에 실려갔고, 어떤 여성은 분장이 엉망이 되도록 울음을 터뜨렸다. 이들은 자신들을 쫓아내지 말라고, ‘성노동’을 직업으로 인정해 달라고 울부짖었다. 그녀들이 거리로 뛰쳐나올 만큼 성매매 단속이 강화된…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가 말하는 삶과 투쟁
지면
최미진, 이서영
레프트21 51호
2011. 2. 24
최근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이 사회적 지지를 받으며 부상하고 있다. 홍익대 투쟁의 바통을 이어받아 고려대, 고려대 병원, 이화여대, 연세대 미화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경륜·경정장에서 발매원·매점원으로 일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노동자들은 부당해고에 맞서 투쟁 중이다. 고려대학교 병원 김윤희 현장대표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노동…
홍익대 투쟁 승리를 위해 2천 명이 결집하다
이서영
레프트21 50호
2011. 2. 16
홍익대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이 44일째에 접어든 2월 15일, 집단 해고 철회 · 생활 임금 쟁취를 위한 공공운수노조 집중 결의대회가 열렸다. 무려 2천 명 가까이 되는 노동자들과 연대단체들이 홍익대학교 앞으로 모여들었다. 홍익대 투쟁이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였다. 다른 학교의 청소노동자들을 비롯해서 버스 노조, 공공서비스 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
독자편지
예술가를 굶겨 죽이는 체제
이서영
레프트21 50호
2011. 2. 9
영국의 혁명적 사회주의자이자, 포츠머스 대학 교수인 존 몰리뉴는 예술은 소외에서 자유로운 활동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분명 예술은 자기 결정적 활동이다. 예술이 자기 내적인 가치로 온전히 존재하기 위해서는 작가 자신의 결정에 의해서 구성돼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온전히 그럴 수 있는지는 논외로 두고서 말이다. 한 시나리오 작가가 굶어 죽었다. 2010…
홍익대 미화·경비 노동자들의 농성 현장 르포
:
가장 밑바닥에서 우리 모두를 지켜 온 사람들의 투쟁
이서영
레프트21 48호
2011. 1. 14
1월 11일 홍익대 미화 노동자 투쟁 연대 집회가 열렸다. 처음엔 그렇게 많아 보이진 않았던 대열은 집회가 진행될수록 점점 늘어났다. 연대 발언한 공공노조 서경지부 덕성여대 분회장이 소리쳤다. “홍대, 영하의 날씨에 이 사람들을 찬바닥으로 몰아넣고 잠이 옵니까?” 걸쭉한 사투리로, 성신여대 분회장은 말했다. “먹고 살겠다는디, 싸가지가 바가지여. 똘똘 …
독자편지
국가인권위는 인권 논문을 시상할 자격 없다
지면
이서영
레프트21 46호
2010. 12. 10
국가인권위원회는 동성애자인권연대의 〈보이지 않는 노동자, 일터에서의 성소수자 차별실태 분석〉에 인권 논문 일반부 우수상을 시상하려 했다. 하지만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가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우리가 과연 인권 논문 수상을 기뻐할 수 있겠는가” 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수상을 거부했다…
서평, 《4천원 인생: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
:
빈곤 노동의 현실
지면
이서영
레프트21 38호
2010. 8. 12
얼마 전, 최저임금을 정할 때 경영계는 8원이 오른 시급 4천1백8원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화를 냈다. 8원 올려 준다니, 누굴 놀리는 거냐고. 그리고 그 4천1백 원을 위해서 한 시간 동안 허리와 무릎이 망가지고, 손가락이 뭉개져 나가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4천원 인생》은 〈한겨레21〉에서 연재한 ‘노동 OTL’ 시리즈를 묶어서 낸 책…
《문제아》
:
아이들이 그렇게 멍청해 보이나요?
이서영
레프트21 31호
2010. 5. 8
페리 노들먼은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가 따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위험하다고 어린이 문학의 즐거움에서 1996년에 이야기했다. 그러나 박기범의 동화 《문제아》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지만,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문학을 현실 바깥에 둘 수는 없다. 어린이 문학 역시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 소설은 현실의 아름다운 모습, 아름답지 않은 모습을 어린…
《강은 살아 있다》
:
4대강 사업의 거짓과 진실
지면
이서영
레프트21 28호
2010. 3. 25
4대강 사업이 필요 없는 돈 낭비라는 인식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다. 22조 원이라는 큰 돈을 사회복지예산으로 돌린다면 유용하게 쓰일 거라고. 그러나 이 4대강 사업은 단순히 돈 낭비의 문제가 아니다. 보를 설치하고 강을 깊숙하게 파는 게 당연히 수질을 오염시킬 것임을 최병성 목사는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서 이야기한다. 이명박이 그토…
《위건부두로 가는 길》
:
오웰을 사회주의자로 만든 노동계급 현실
지면
이서영
레프트21 28호
2010. 3. 25
조지 오웰은 이 책을 쓰고 나서 파시즘과 싸우려고 스페인으로 갔다. 《카탈로니아 찬가》와 《동물농장》을 낳은 건, 사회주의가 대안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바로 이 책에 담겨진 경험들이었으리라. 《위건부두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 때문에 부두 노동자들의 얘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모양인데, 위건 부두엔 부두가 없다고 한다. 옛날에는 아름다운…
추천 소설
:
《사이더 하우스》
지면
이서영
레프트21 27호
2010. 3. 11
《사이더 하우스》, 존 어빙, 문학동네(1권 12,500원. 2권 12,500원) 1930년대 대공황기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낙태가 금지된 시대를 이야기한다. 이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하나의 진리는, ‘여성이 원한다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출산이든 낙태든. 낙태가 금지된 세계를 존 어빙은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낙…
독자편지
‘꿀벅지’의 잔혹한 유혹
지면
이서영
레프트21 16호
2009. 10. 8
요즘 ‘꿀벅지’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들린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여성 연예인들이 대체로 가느다란 다리를 과시하는데 반해, 이 ‘꿀벅지’라고 불리는 ‘아이돌’ 가수들은 탄탄한 허벅지가 특징이다. 삐쩍 마른 다리보단 오히려 이런 다리가 더 섹시하다는 거다. 그런데 최근 이 단어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한 여성 누리꾼이 ‘꿀벅지’라는 단어가, 여성의 신체를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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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연대〉 530호
2024.12.20 발행
최신호
지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