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최저임금을 정할 때 경영계는 8원이 오른 시급 4천1백8원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화를 냈다. 8원 올려 준다니, 누굴 놀리는 거냐고.
그리고 그 4천1백 원을 위해서 한 시간 동안 허리와 무릎이 망가지고, 손가락이 뭉개져 나가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4천원 인생》은 〈한겨레21〉에서 연재한 ‘노동 OTL’ 시리즈를 묶어서 낸 책이다. ‘OTL’은 쓰러져 있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모티콘이다. 절망적인 노동의 단면이라는 얘기다.
〈한겨레21〉 기자들이 ‘위장취업’해서 직접 경험하며 보여 준 세상은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마트에서 카트를 밀며 스쳐 지나가는 커다란 목소리들, ‘저기요’라고 지칭되는 감자탕 집의 지친 얼굴들, 폐쇄된 공장 안에서 숨죽여 일하는 ‘불법’ 사람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에서처럼 기계를 돌리는 손들. 이들은 이 시스템 안에서 눈을 또렷하게 뜨지 않으면 그저 투명하다. 그래서 절망적이다.
이들의 삶 곳곳에는 저렴함이 스며들어 있다. 문이 열리자마자 큰 소리로 ‘어서오세요’를 외쳐야 하고, 아무도 그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저렴함. 하루 살아가기도 버겁기 때문에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저렴함. 싸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을 돌아볼 수가 없다. 자본주의에선 언제나 ‘싼 게 비지떡’이다. 비싸다면 사람들은 그를 돌아보겠지만, 싸기 때문에 그들은 투명하다.
고기를 파는 회사가 마트에서 쫓겨나면 노동자도 함께 입에 풀칠할 일자리를 잃는다. 저렴한 사람들은 그 메커니즘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 “경쟁시키는 거죠. 세상은 먹고 먹히는 거니까.”
《4천원 인생》은 빈곤 노동의 현실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각기 다른 일에 종사하고 있지만 이들의 처지는 비슷하다.
투명한 사람들에게도 삶이 있다. 죽도록 일하고 나면 바로 집에 가서 쓰러질 수밖에 없지만 결혼하고 싶어하고, ‘불법 사람’이라 밤 9시 전까지는 밖에 못 나가지만 하루하루를 버티려고 소주를 마시는, 먹고 숨쉬고 춤추고 연애하는 영혼들이다. 이들은 분명히 살아 있다.
이 책의 필자인 기자들은 위장취업해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편지를 썼다. 조금 알린 것만으로도 희망의 씨앗이 생긴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돕겠다고 나서는 것에서 희망을 찾기도 한다. 나는 이 기자들이 ‘언니, 형, 동생’들에게 ‘소주 한 잔 하자, 존경과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내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쓴 편지에서 더욱 큰 희망을 느낀다.
그 지치고 젖은 손에 힘을 실어주고, 바꿔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할 수 있는 건 우리가 본질적으로는 같은 처지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