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더 하우스》, 존 어빙, 문학동네(1권 12,500원. 2권 12,500원)
1930년대 대공황기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낙태가 금지된 시대를 이야기한다. 이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하나의 진리는, ‘여성이 원한다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출산이든 낙태든.
낙태가 금지된 세계를 존 어빙은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낙태를 하기 위해 독극물을 너무 먹어서 몸이 ‘문스터 치즈’처럼 물렁물렁해져서 죽어 가는 여성, 낙태 시술을 하기 위해 다른 마을에서 매춘을 하는 여성, 가난한데도 돈이 없어서 아이를 낳고 비참해져야만 하는 여성들.
이 여성들을 방치하는 건 과연 ‘옳은’ 일일까.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몇백 통씩 써도 답장이 오지 않자, 라치는 절규한다.
“아이를 책임지라고 할 거면 먼저 아이를 낳을지 말지 선택권을 줘야지. 우리가 원숭이들이야, 뭐야? 이게 민주사회야? 당신들은 그냥 미친 게 아냐, 당신들은 사람 잡아먹는 괴물들이야!”
한국 정부가 낙태 단속에 나서겠다고 한다. 라치의 시대에서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사람 잡아먹는 괴물들이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