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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왜 뼛속까지 인종차별 국가인가

서방에서 이슬람 혐오와 반유대주의가 늘어나고 있다. 그럴수록 이스라엘이 인종차별에 기초해 건국됐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팔레스타인 억압이 이 아파르트헤이트 국가의 본질적 일부라고 찰리 킴버가 설명한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벌이는 인종 학살은 인종차별과 깊이 연관돼 있다. 인종차별이 아니고서는 달리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엄청난 수의 민간인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학살하는 것이 그들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보지 않고서야 어찌 정당화될 수 있겠는가?

병사들에게 병원을 습격하고 학교를 폭격하고 아기들을 죽이라고 명령할 때, 적을 우리와 대등한 존재로 여기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있겠는가? 적이 야만적이고 교활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 문명화된 인간과는 거리가 멀고 완전히 종류가 다른, 거의 다른 종(種)처럼 묘사한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지난달 가자지구에 “전기도 물도 연료도 공급하지 않는 완전한 봉쇄”를 선언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는 인간 짐승과 싸우고 있다.”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번 공격이 “빛의 아이들과 어둠의 아이들 사이의 결투, 인간성과 정글의 법칙 사이의 결투”라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와 ‘저들’을 분리해야 할 필요는, 대서양 노예 무역 과정에서 인종차별을 발명하도록 한 원동력이었다. 새로 등장한 인종차별 이데올로기가 아프리카인들은 인간이 아닌 존재로 취급되는 것을 정당화했다. 그들은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그저 이익 창출을 위한 도구로 여겨도 된다는 것이었다.

시온주의는 “팔레스타인인이 짐승과 동격”이라는 사악한 표현을 자주 사용해 왔다. 1982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겨냥한] 레바논 전쟁 중에 이스라엘 총리 메나헴 베긴은 팔레스타인인을 “두 발로 걷는 짐승”으로 묘사했다.

다음 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라파엘 에이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그 나라[팔레스타인]를 식민화하고 나면, 아랍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약에 취해 병 속에 갇힌 바퀴벌레처럼 우왕좌왕하는 것뿐이다.” ‘바퀴벌레’는 1994년 르완다 종족 학살 때 [학살당한] 투치족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됐다.

2016년 가자와 이스라엘 사이의 분리 장벽 건설 현장에서 네타냐후는 장벽이 필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이 지역에서 야수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시온주의에 맞서 단결한 유대인들 ⓒ출처 Neturei Karta

잔인함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잔인함에 대한 비난을 달리 반박할 수 없을 때 종종 본능적으로 인종차별적 언사를 사용한다.

최근 [영국 방송국] 스카이 뉴스는 전 이스라엘 유엔 대사 댄 길러만에게 가자 주민을 공동처벌(연대책임 지우기)하는 것을 해명하라고 요청했다.

댄 길러만은 이렇게 말했다. “세계가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속적으로 염려하는 모습이 상당히 당황스럽습니다. 이 끔찍하고 비인간적인 짐승들이 금세기 최악의 잔혹 행위를 벌였는데 그들을 염려하고 있다니 말입니다.”

이 식민 정착민 국가의 핵심에는 아파르트헤이트와 인종 분리가 있다.

이스라엘 귀환법은 모든 유대인과 유대인 조부모가 있는 사람들을 받아들이도록 허용한다. 팔레스타인인은 1948년에 이스라엘이 추방한 부모나 조부모가 있더라도 시민권을 받을 수 없다.

이것은 구닥다리 편견 같은 것이 아니다. 2018년에도 이스라엘 국회는 ‘민족-국가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유대인들의 역사적 고향이며 유대인은 이스라엘 내 민족자결권을 행사할 배타적 권리를 가진다.”

또한 “이스라엘 국가는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국가적 가치로 보고, 정착촌 건설을 장려하고 촉진하도록 실천할 것이다”라고도 쓰여 있다. 인종 청소를 이룬 유대인만의 영토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스라엘 국가는 유대인들에게 땅을 빼앗고 정착촌을 세울 권한을 준다.

10월 7일 이전에도 서안과 동예루살렘에는 불법 정착민 70만 명이 있었고, 지난달에는 팔레스타인인 추방과 강탈 속도가 아주 크게 빨라졌다.

인종차별 이데올로기는,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의 생활 수준 격차라는 물질적인 것으로 강화된다. 이스라엘에서 일하는 팔레스타인인은 건설이나 초보적인 서비스업 같이 임금이 가장 낮은 부문, 그중에서도 가장 저임금 일자리에 집중돼 있다.

게다가 많은 팔레스타인인은 관련 허가증이 없는 미등록 노동자인 탓에, 더욱 임금이 낮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불안정한 처지에서 일해야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 안에서 일할 수 있는 팔레스타인인은 다른 지역의 팔레스타인인보다 그나마 처지가 나은 편이다.

이스라엘과 그 정착촌에서 일하는 팔레스타인인 노동자의 임금은 점령지 팔레스타인인 노동자보다 2.7배 높다. 서안지구 노동자보다 2.2배, 가자지구 노동자보다는 4.4배 높다.

이스라엘인 노동자는 자기 사장과 정치인들에게는 분노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팔레스타인인보다는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우월하다고 느낀다. 이스라엘인 노동자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자금 투입 없이는 자신의 삶이 지속될 수 없음을 느끼고 있다.

그들이 언젠가 네타냐후에 맞서 거리에 나설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수 반(反)시온주의 유대인을 제외하고는) 이스라엘 전체를 무너뜨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로 출근할 때마다 거쳐야 하는 검문소 ⓒ출처 Ahmed Al-Baz/ Activestills

배타적 유대인 국가

이스라엘 국가는 언제나 인종차별과 밀접하게 얽혀 있었다. 20세기 초, 초기 시온주의자들은 반유대주의(오로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혐오하는 것)는 영원하고 깨지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들은 유대인들이 억압받고 비유대인들의 지속적 폭력에 시달릴 운명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은 유대인만의 배타적 국가를 세우는 것이라고 봤다. 반유대주의 인종차별을 뿌리뽑는 것은 물론이고 격퇴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이런 시온주의 분석은 가장 끔찍한 반유대주의와 소름 끼치게 비슷한 점이 있었다. 두 관점 다 유대인이 다른 인종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시온주의는 소수의 견해였다. 대다수 유대인은 보수적,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적 접근법을 받아들였다.

보수주의자들은 유대인들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지배적인 자본주의 법과 가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고 주장했다.

이 체제에 적응하고 복종하기로 맹세한다면 유대인들이 명성을 얻고 엘리트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관점에는 단지 소수 부자만 귀를 기울였다.

자유주의자들도 더 넓은 사회에 섞여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유주의자들은 기존의 정치적 절차 내에서 압박을 가해 사회적·정치적 평등을 얻고 반유대주의적 조처를 없애길 바랐다.

사회주의자, 특히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반유대주의가 자본주의의 파괴적 효과 중 하나라고 여겼다. 반유대주의와 맞서 어디서든 유보 없이 싸워야 하지만, 결국에는 더 넓은 체제에 맞서지 않고서는 반유대주의를 없앨 수 없다고 봤다.

노동자들이 반유대주의를 뿌리 뽑는 길은 단결해 투쟁하고 자본주의를 전복하는 것이었다.

제국주의 살상 기계

시온주의자들이 전진하는 방법은 제국주의의 살상 기구에 자신들의 미래를 거는 것이었다.

그들은 강대국 우방들에게 중동에서 제국주의 전초 기지 구실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들은 유대인 국가의 꿈을 이룰 군사적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들은 동맹을 맺은 강대국들의 인종차별을 가져다 써야 했다. 시온주의는 인종차별에 대한 비뚤어지고 왜곡된 형태의 대응이었지만, 제국주의와 손잡자 그 자체로 인종차별의 한 형태가 됐다.

이스라엘은 1948년 살인, 협박, 의도적 폭력을 통해 아랍인들에게서 강탈한 땅에 세워졌다. 이것은 아랍인을 기껏해야 원시적이고 후진적 인간, 최악의 경우 인간이 아닌 존재로 여김으로써 정당화됐다.

어느 쪽이든 아랍인은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존재, “우월한 인종”이 번창할 수 있도록 쓸어 버려도 괜찮은 존재로 여겼다.

이것은 제국주의의 이론과 실천과 공명했다. 윈스턴 처칠이 이 점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냈다.

처칠은 1937년 유대인 국가에 관한 영국왕립조사위원회(필 위원회)에서 증언했는데, 이 증언이 비밀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팔레스타인의 아랍 주민들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개가 여물통 안에 아주 오래 누워 있었다고 해서 그 개가 여물통의 최종적 권리를 갖는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권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저는 미국 인디언이나 호주 흑인들에게 큰 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더 강한 인종, 더 우월한 인종, 세상의 이치를 더 잘 아는 인종이 들어와 그들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처칠은 시온주의자들의 주장을 옹호하려고 제국주의가 자행한 인종 학살을 사례로 들었던 것이다. 그 학살들은 인종차별적 거짓말을 내세웠다.

이런 생각이 일단 자리를 잡으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모든 규칙에서 예외로 간주된다. 그런 식으로 가자 주민 1만 2000명을 죽이는 것이 용인된다. 또 그들을 집에서 쫓아내 사막으로 내보내는 것이 용인된다.

그러나 모든 식민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인들도 자신들이 억압하는 대상을 경멸하면서도 두려워한다.

그들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경멸을 쏟아내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을 장벽과 철조망 뒤에 가둬야 한다고 여긴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반란을 일으킬 이유가 충분히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팔레스타인인이 저항하면 때리거나 죽여야 하고, 굽실거리고 쓸 만하게 굴 때만 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인종차별을 부정하려고 이스라엘인과 그 지지자들은 시온주의를 비난하는 것이 반유대주의라고 주장한다.

시온주의자들의 혐오에 맞서는 우리의 팔레스타인 지지 행진을 “혐오 행진”이라고 부른다.

이스라엘의 인종차별이 현실에서는 거꾸로 뒤집혀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운동은 이 모든 거짓말보다도 더 강력할 수 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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