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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 국가 이스라엘 — “다운 다운 이스라엘”을 외치는 이유

‘프리 프리(독립하라) 팔레스타인!’ ‘다운 다운(타도하라) 이스라엘!’

10월 7일 팔레스타인인들이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에 한 방 먹이고부터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 저항을 지지하는 집회가 연거푸 열리고 있다. 흔히 한 쌍으로 외쳐지는 이 구호는 단연 가장 인기 있는 구호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스라엘은 너무 특수해서 사실 이례적인 국가다. 이스라엘의 존재와 팔레스타인 해방은 양립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시온주의 정착민들이 깡패처럼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인종청소를 벌여 탄생한 식민 국가다.

시온주의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에서 벌어진 끔찍한 반(反)유대주의 광풍을 극복할 수 없다는 절망에서 비롯한 운동이다. 시온주의는 유대인이 박해를 벗어날 방법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만의 배타적 민족 국가를 건설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 목표는 이미 팔레스타인에 살고 있던 아랍인들에게서 삶의 터전을 빼앗아야만 실현할 수 있었다. 1948년 시온주의 민병대가 아랍 주민 수백 명을 살해하고 85만 명을 고향에서 내쫓아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그때 이래 이스라엘의 모든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서 빼앗은 땅에 살고 있다. 이스라엘은 태생과 확장이 강탈 국가인 것이다.

재앙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직후 고향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 난민

만약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조금이라도 양보한다면,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있는 모든 토지의 권리가 문젯거리가 될 것이다. 1987년 1차 인티파다가 벌어졌을 때 당시 이스라엘 국방차관 다비드 레비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1948년에 이스라엘이 점령한] 갈릴리의 아랍인들 사이에서 소요 사태가 터진다면, 갈릴리 역시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인가? 도대체 어느 선에서 멈춰야 하는가?”

따라서 이스라엘은 자신이 쫓아낸 사람들과 끝없이 전쟁을 하며 살아야 한다. 이스라엘은 매우 군사화된 사회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 무렵 팔레스타인 지역의 모든 유대인 정착민 공동체가 시온주의 군사 조직에 편제돼 있었다. 영미조사위원회가 1946년에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정착민 공동체의 전체 유대인 59만 명 중 약 12만 명(20퍼센트)이 전투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들은 경‍·‍중화기를 모두 다룰 수 있었고 심지어 소형 항공기도 조종할 수 있었다.

바로 이런 자들이 지금도 때로 총기 살해와 방화도 서슴지 않으며 팔레스타인인들을 집에서 퇴거시키고 땅을 강탈하는 이스라엘 ‘민간인’들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끊임없는 저항을 총칼로 억누르고, 아랍 세계의 반감 속에 이스라엘 국가를 유지하려면 서방 제국주의의 지원을 등에 업어야 했다. 그래서 시온주의자들은 중동에서 처음에는 영국 제국주의,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미국 제국주의의 경비견 구실을 자임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아랍인들의 저항을 짓밟는 데 앞장섰고, 미국은 중동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해 막대한 군사적 지원으로 보답했다.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은 미국의 해외 군사 원조의 최대 수혜국이었다.

미국이 준 돈은 오늘날 이스라엘 경제의 핵심을 이루는 무기 산업과 하이테크 산업으로 직접‍·‍간접으로 흘러들어 가고, 이스라엘은 다시 미국과 전 세계에 무기 등을 수출한다.

2022년 기준 이스라엘은 인구 대비 국방비 지출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다. 노동인구의 10퍼센트 가까이가 첨단기술 부문에 고용돼 있다. 이스라엘의 사이버 보안 산업은 전 세계 관련 투자의 약 13퍼센트를 끌어들이고 있다.

한편, 점령지에 건설된 정착촌에는 군사 부문뿐 아니라 그곳에 필요한 온갖 서비스업이 성장했다.

거의 모든 투자가 전쟁과 점령, 무기 생산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치‍·‍경제 구조 속에서 유대인 정착민들은 이데올로기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시온주의 프로젝트에 매여 있다.

이런 이스라엘의 성격 때문에 ‘두 국가 방안’은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었)다. 또한 팔레스타인인들이 여느 나라에서처럼 “이스라엘 노동계급 내에서의 동맹”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할 수도 없다.

75년의 저항 10월 20일 오후 서울 이태원역 앞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이스라엘은 때때로 미국이 붙잡고 있는 리드줄을 끊고 달려 나갔을 만큼 매우 사나운 경비견이다.

미국은 중동에 있는 아랍 동맹국들을 달래기 위해 ‘두 국가 방안’을 채택했다. 1993년 체결된 오슬로협정은 이스라엘이 빼앗은 땅을 인정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형식적인 작은 국가를 인정해 주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그 후로도 정착촌 건설을 계속해 왔다. 네타냐후가 극우 시온주의 정당들을 끌어들여 결성한 이번 정부는 미국의 전략과 배치되는 목표를 이전보다 더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얼마 전 네타냐후의 극우 연정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대를 이끈 사람들은 시온주의 프로젝트를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방안을 놓고 네타냐후와 다퉜을 뿐이다. 이번 팔레스타인 저항이 시작되자 그들은 네타냐후와 거국 내각을 구성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서 아랍인을 몰아내고 중동에서 서방 제국주의의 경비견 노릇을 하는 것이 존재의 이유다. 주저없이 ‘다운 다운 이스라엘’을 외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