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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5개월:
이스라엘은 전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벌써 5개월이 됐다.

이 전쟁의 성격은 일찍부터 명약관화했다. 민간인 공격 등 하마스의 “테러”에 맞서 “정당방위”를 하고 있다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입장은 완전히 파산했다.

이스라엘은 자국에 맞서는 저항은 무엇이든 “테러”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폭격, 처형, 도시 봉쇄, 군 병력 투입, 검문소를 설치해 이동 제한하기, 토지 강탈, 팔레스타인인 가옥을 부수고 그 자리에 시온주의자 정착촌 건설하기, 팔레스타인인에게 모욕감 주기 등에 저항하는 투쟁은 결코 “테러”가 아니다.

10월 7일 공격은 이스라엘의 억압에 맞선 정당한 팔레스타인 민족 해방 투쟁의 일환이었다.

아파라트헤이트 국가 이스라엘에 맞선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이미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은 “정당방위”이기는커녕 잔인한 국가 테러의 전형을 보여 준다.

이스라엘은 난민촌·병원·학교 등 가자지구의 건물들을 남김없이 파괴하고, 여성·어린이를 비롯해 민간인들을 대량 학살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2월 29일(현지 시각) 현재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숨진 팔레스타인인이 3만 35명이고 부상자는 7만 457명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인들을 굴복시키지도, 하마스를 제거하지도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스라엘이 UN에서조차 고립돼 오로지 미국의 거부권 행사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것은 외교적·군사적 면에서 미국 제국주의의 난점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전에만 해도 중동은 미국의 세계 영향력 유지 전략에서 우선순위에 있지 않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대리전을 벌여 왔고, 인도·태평양에서 중국과 경제적·지정학적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생겨날 중동에서의 군사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은 이스라엘과 아랍 정권들 간의 관계 ‘정상화’(소위 ‘아브라함 협정’)를 원했다. 특히 걸프 연안의 ‘형님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정이 중요했다.

지난해 9월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모하메드 빈 살만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협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매일매일 가까워지고 있다. …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큰 역사적 거래[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이런 구상은 나날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의 저항을 분쇄하지 못한 채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지속하자,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중동 지역에서 군사 작전을 늘리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와 이라크를 폭격하고, 홍해에서 예멘 후티 정부의 공격으로부터 서방 선박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국적 군대를 구성해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벌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썼다(2023년 12월 22일 자).

“10월 7일 공격은 바이든이 그 지역에 군사적·전략적으로 집중하도록 잡아당겼다. 아프가니스탄 철수로 미국이 떠났다고 바이든이 생각했던 그곳에 말이다. 예멘 후티 반군이 많은 서방 기업이 지나는 홍해를 막아 해상 공급망을 방해하겠다고 위협하는데, 이것은 백악관의 뇌리를 사로잡고 있는 충돌에 상업적 면을 더한 것이다.”

광란의 도가니

상황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네타냐후의 행보는 더욱 잔인해질 위험성이 있다.

지난주 목요일(2월 29일) 새벽 이스라엘군이 구호 식량을 받으려던 가자 주민 870여 명을 죽이거나 다치게 만든 것은 최근의 사례다.

또, 이스라엘 정부는 이르면 3월 10일 라파흐 지상전을 벌이겠다고 위협을 가하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점 하나는 지난해 10월 7일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 군대와 정착자들이 서안지구에서도 자그마치 40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했다는 사실이다! 공식적인 전쟁 상태도 아니고 하마스가 통제하지 않는 곳에서 말이다.

극우가 핵심에 포진해 있는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서안지구에 더 많은 정착자들을 보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한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공격도 확대하고 있다.

2월 26일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거점이라며 바알벡을 공습했다. 바알벡은 수도 베이루트에서 동북쪽으로 70킬로미터 떨어진 도시다.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시작 이후 레바논 영토 가장 깊숙한 곳을 겨냥한 것이었다.

미국 국방정보국은 이스라엘이 늦봄쯤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는 2006년 헤즈볼라에 당한 패배를 설욕하고 싶어 한다. 또, 이스라엘 북부에서 시온주의자 공동체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내부의 불만을 달래야 하는 처지다.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 북부(대부분 갈릴리)에서 자택을 떠나 대피한 이스라엘인이 12만 명이다.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 타결 가능성이 언론에서 흘러나오지만 이스라엘은 살인적 광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소수의 정직한 역사가와 기자 등을 제외하면 이스라엘인 다수는 팔레스타인 점령과 공격을 지지한다. 평화는 이스라엘 국가와 국민의 어젠다에 없다.

유럽연합의 위선적인 호소와 미국 정부의 교활한 논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스라엘 정부 각료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파괴와 학살을 자랑한다.

병사들은 불타는 주택 사진을 찍어 X(옛 트위터)에 올리며 전과를 축하한다.

2월 25일 이스라엘의 한 병사는 가자시티 인근 자이툰의 한 가옥이 불타는 장면을 폰 카메라로 찍은 뒤 “작은 바비큐가 아주 재미있다”고 틱톡에 올렸다.

이 모든 것은 이스라엘이 태생부터 정착민 테러 국가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착자 식민 국가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고 중동에서 미국 등 서방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를 지키고 그 지역 대중의 혁명적 분출을 억제하기 위해 수립됐다.

이스라엘 국가 기구를 철저하게 해체하는 것 말고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

이스라엘의 정치 시스템, 사법제도, 군대, 정착자는 모두 팔레스타인인들에게서 땅을 빼앗고 추방하는 것이 자기들 생존과 직결돼 있다고 본다. 모든 면에서 인종격리적인 아파르트헤이트 국가가 중동에서 “유일한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것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본질적 한계를 보여 주는 듯하다.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와 국제적 양심을 계속 표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