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해법, 노동시간 연장:
윤석열 정부, 위기에 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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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위기에 처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지지율은 30퍼센트대로 떨어졌고, 부정 평가는 60퍼센트대로 올랐다.
3월 6일에 발표한 두 방침이 발단이었다. 하나는 일제 강제동원 해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노동시간 연장안(주 69시간)이었다. 미·일 제국주의를 지원하려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를 내팽개치고, 노동시간을 늘려 사용자들에게 혜택을 주려던 것이 모두 커다란 반감을 사고 있다.
윤석열은 노동시간 연장안은 일단 뒤로 미루는 꼼수를 부리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기소 등 정치적 반대자를 공격해 난관을 벗어나려고 한다.
윤석열은 한일 관계 회복과 노동시간 연장이 모두 국익에 이롭고 특히 청년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라고 했다. 대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강제동원 해법 발표 전에, MZ세대가 한일 관계 회복을 지지한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청년들은 두 문제 모두에 크게 반발했다.
두 전선 모두에서 공세를 펼치기 어렵다고 본 윤석열은 주 69시간 방안을 일단 철회했다. 노동자들의 불만이 자칫 윤석열 퇴진 투쟁과 만날 가능성을 우려했을 것이다.
이재명 기소는 정적 제거 시도일 뿐
검찰이 2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대장동과 성남FC 건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재명은 최근 윤석열의 대일 외교를 맹공격해 왔다.
언론 보도들을 보면, 이재명 공소장은 확증 제시가 없던 이전 구속영장과 대동소이하다. 지난해 9월 대장동 비리 의혹을 새삼스럽게 증폭시켰던 이재명 대선 자금 의혹은 증거 부족으로 기소 혐의에서 제외됐다.
윤석열과 검찰은 직접적 증거의 제시 없이 야당 대표를 범죄자로 기정사실화하며, 정치적 경쟁자 압박에 검찰 기소권을 남용한 것이다.
이런 야비한 압박에도 윤석열의 정치적 위기가 쉽게 해소되진 않을 것이다.
한일 강제동원 합의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대학교수, 종교인 등이 윤석열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좌파 정당들이 민주당과의 전략적 야권연대를 위해 애국주의적 항의(“굴욕 외교”)나 총선 심판론에 머무는 것은 기회의 낭비다. 정부에 배신당했다는 정서가 반제국주의, 윤석열 퇴진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동참하고 특히 이를 노동자 투쟁들과 연결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책무다.
정치적 반대 세력 압박 강화
지난 30년간 진행된 한국과 중국의 경제적 상호 의존 증대 때문에 한국의 미국으로의 경도는 모순을 자아낼 것이다.
무역협회장 구자열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과의 협력 공고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지만, 우리 최대 교역국인 중국도 절대 버릴 수 없는 시장이다.”
이런 모순에도 불구하고, 또 이런 모순 때문에 한국 지배계급에게는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데 필요한 부담과 고통을 노동자 등 서민층에 전가하는 것이 사활적이다.
이를 위해 윤석열 정부는 반대 세력들에 대한 정치적 억압을 강화하려고 한다.
검찰은 민주노총 현직 간부들이 포함된 서울 지역 간첩단 혐의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23일 청구했다. 우파 언론들은 북한이 ‘반일 감정’을 부추기라는 지령을 내렸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관련 기사: “‘간첩 혐의’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 구속영장 청구: 노동운동가 4인에 대한 보안법 탄압 중단하라”)
윤석열은 2월에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격려한 데 이어 3월 22일 국군 방첩사령부(옛 기무사령부)를 방문했다. 윤석열은 “부대 명칭 개정 이후 방첩사령부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격려했다.
윤석열 정부의 단순한 고려
노동시간 연장 개악이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사용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그들 다수는 한일 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5대 재벌 총수들이 윤석열의 방일에 동행했다.
윤석열의 대일 외교는 한국 지배계급과 미국과 일본 등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강제동원 해법 발표 직후 주미대사 조태용은 이렇게 말했다.
“[강제동원 해법] 결정은 한국과 일본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이는 미국과 우리의 관계,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에서 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우리의 바람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일본의 제국주의 식민 강점 과거사를 덮고 한일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한미동맹과 관련돼 있고,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 질서의 유지에 기여해 이득을 얻겠다는 말이다.(👉관련 기사: “한일협정부터 강제동원 합의까지 — 민족주의 아닌 국제주의 관점으로 보기”)
미·중 제국주의간 갈등 속에서 미국은 동맹들과 경제적·안보적(지정학적) 관계를 강화해 중국을 포위·약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런 전선 구축(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일본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다.
일본 총리 기시다는 한일 정상회담 직후 도쿄에서 독일 총리를 만난 데 이어 인도·우크라이나·폴란드 등을 연달아 방문했다. 시진핑이 푸틴과 만난 바로 그 시점에 말이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의 껄끄러운 관계는 미국은 물론이고, 미국을 지원해 한국 자본주의의 위상을 높이고 활로를 찾으려 하는 윤석열 정부에게도 시급한 해결 과제였다.
미국은 이 과제를 빨리 해결하라고 한국 정부에 대한 회유와 압박을 동시에 수행했다.
윤석열 정부에게는, 특히 미국 중심의 새로운 반도체 동맹에서 한국이 자칫 소외될 수 있다는 압박이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 시장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천 기술과 소재·부품·장비 등은 여전히 미국과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전력을 고도화하는 한편, 중국·러시아와 점점 더 유착하는 것도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동맹을 강화할 필요성을 자극했을 것이다.
윤석열은 3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중 전략 경쟁,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북핵 위협의 고도화 등 복합 위기 속에서 한일 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윤석열의 이런 행보에 대한 보답으로 기시다는 올해 5월 G7 회의에 윤석열을 공식 초청했다.
미국은 한미 연합 군사 연습에 연일 최첨단 무기들을 선보여 한국 지배자들을 달래고 있다. 6월에는 첨단 전력을 총동원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합동화력격멸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미국은 한일 정상회담 일주일 만에 삼성·SK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대한 투자 규제를 완화해 주는 결정도 발표했다.
한국 지배계급의 핵심 부분들이 지지하는 대외 노선을 “굴욕 외교,” “매국,” “제2의 경술국치”라고 비판하는 것은 국가 담론 이면에 있는 진정한 계급 이익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미일 동맹 강화는 한미일 지배계급들에 이로울지라도,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평범한 대중을 큰 위험에 빠뜨린다. 애국심이 아니라 계급적인 국제주의 관점에서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