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노동시간 ‘보완’ 꼼수를 경계하라:
노동자들의 바람은 “주 60시간 아니라 3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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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노동시간 문제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큰 틀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압축적 장시간 노동, 임금 삭감을 동반한 유연노동 방향은 그대로 두겠다는 의미이다.
윤석열이 제시한 주 60시간은 지금도 긴 노동시간을 (특정 주에는) 더 길게 만들고, 연장근로 수당을 30퍼센트가량 깎는 효과를 내 안 그래도 고물가로 생계비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든다. 현행 고시로 봐도 12주 평균 주 60시간을 일하면 만성과로이다.
게다가 윤석열이 장시간 노동에 따른 보상, 휴가 보완책을 강조한 점을 보면 포장만 약간 바꾼 개악안 유지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정부·여당 안에서는 “프레임 바꾸기”에 주력하자거나 주당 노동시간 총량 규제를 없애자는 등의 주장이 많다.
윤석열 정부의 주 60시간 꼼수를 경계해야 할 이유다.
노동자들의 진정한 바람은 장시간 유연 노동이 아니라, 실노동시간을 대폭 줄이는 것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실제 노동자들이 원하는 노동시간은 평균 36.7시간이었다. 20대는 35시간을, 30대는 36시간을 원했다.
지난해 노동부 조사 결과에서는 20~30대 청년의 절반 가까이가 연장근무 수당을 지급해도 장시간 일하는 직장에 취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청년들이 노동시간 문제에 상당히 민감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런 점을 의식해 민주당은 최근 정의당, 한국노총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개악안을 막는 것에서 더 나아가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주 4.5일제 시행을 말했다.
그러나 이재명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이를 공약했다가 “장차 점진적으로 추구해 나가겠다는 것”이라며 한발 물러선 바 있다. 특히 노동시간 유연화, 임금 삭감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탄력근무제와 특별연장근로 확대로 주 52시간제조차 무력화하려고 시도해 온 점에 대해 침묵하는 것도 그런 문제점을 보여 준다.
사실 노동운동 안에서도 개혁주의 지도자들이나 진보적 학자 일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하면서도, 유연성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노동과 자본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고,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유연근무제로 여성들이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돼 양육 부담이 줄어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노동시간 선택권은 노동자들에게 있지 않고, 사용자들은 싼값에 여성 노동력을 쓰는 데 유연근무제를 활용했다. 저임금 저질 일자리를 강요한 것이다.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고,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임금 삭감과 노동조건(유연화, 강도 강화 등) 후퇴 없이 노동시간을 대폭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