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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미국의 대중·대러 세 모으기, 윤석열도 거든다

3월 29일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이 네덜란드·잠비아·코스타리카와 함께 공동 주최국으로 포함됐고, 지난 번보다 많은 120개국이 초청됐다.

그러나 그 면면을 보면, 이번 회의가 2021년 12월에 열린 지난 정상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관련 기사 본지 397호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민주주의와 관계없다’)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취임한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총리 조르자 멜로니가 초청됐다! 유럽에서 가장 권위주의적인 정부 중 하나인 폴란드의 극우 대통령 안제이 두다도 또 초청됐다. 둘 모두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매우 협조적인 정상들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인도의 극우 총리 나렌드라 모디가 또다시 초청됐다. 필리핀의 새 대통령 마르코스 주니어도 초청됐는데, 그는 악명 높은 두테르테 정권의 계승자로 친아버지인 마르코스의 독재를 찬양하는 자다. 두 인물 모두 민주주의에 친화적이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미국으로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벌이는 대(對)중국 경쟁에 인도와 필리핀을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

놀랄 일이 아니다. 미국이 자국에 반하는 국가를 비민주적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동맹국들의 비민주성을 눈감아 준 사례는 허다하다. 한국 독재 정부들에게 그러했다. 1973년 칠레에서처럼, 미국 자신이 우익 군사 쿠데타를 지원·조직한 사례도 많다.

이번에 초청국 명단을 짤 때도 미국의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자국의 이해관계였다. 예컨대 미국은, 최근 중국과 정식 수교한 온두라스 새 정부를 초청국 명단에 재빨리 추가했다. 회유하려는 의도일 테다.

미국의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사례는 우크라이나와 대만이다.

바이든은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러시아와의 경쟁에 협조할 국가들을 모으려 한다 ⓒ출처 백악관

미국은 아예 ‘우크라이나의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첫 번째 세션 주제로 잡고 젤렌스키에게 연설 기회를 줬다. 미국 국무부 장관 블링컨이 직접 이 세션을 주재한다. 이는 미국이 지난 1년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며 동맹들을 결집시킨 것의 연장이다.

한편, 미국은 자신이 주관하는 “기술 권위주의에 맞서 첨단 기술 생태계를 민주주의·인권 원칙에 따라 구성할 방안을 논의”하는 세션에서 대만 디지털 장관에게 특별 발언 기회를 줬다. 미중 갈등의 핵심적 일부인 반도체 경쟁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미국은 한국을 공동 주최국에 포함시키고 인도-태평양 세션을 주관하게 했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등 미국의 패권 전략에 적극 협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션의 주제는 공교롭게도 반(反)부패다. 온갖 부패와 특권으로 얼룩진 윤석열 정부가 부패 근절의 모범 사례라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연례 보고서에 한국 정부의 “형법을 동원한 표현의 자유 억압, 정부 부패 등의 사안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문제시하는 표현을 넣었다가 (아마도 한국 정부의 비공식 항의를 받고) 슬그머니 삭제했다.

부패 관련 지표는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주의’ 진영이 중국·러시아 등의 권위주의보다 우월하다는 증거로 종종 이용된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부패는 그저 덜 노골적 형태를 취할 뿐이다. 선진국들에도 만연한 회전문 인사나 어마어마한 미국 로비 산업의 규모가 단적인 사례다.

한편, 반(反)부패라는 세션 주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세션이 시작할 때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공동 행동 의지를 담은 공동 성명”을 발표한다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전 세계에서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국경을 넘어 민주주의 국가들을 위협하면서 자신의 모델이 우월하다는 거짓 주장을 퍼뜨리는” 것에 맞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집단 행동을 결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집단 행동”이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윤석열은 이 회의의 공동 주최자로 나서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 노력을 지원하려는 것이다.

미중 갈등

중국은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3월 20일에 중국 외교부는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세계를 민주 대 비민주 진영으로 갈라 놓으려 한다”고 비판하며, “어떤 나라가 민주주의인지는 그 나라 국민이 판단해야지 다른 소수 국가가 이러쿵저러쿵 할 일이 아니다 … 미국에는 미국식 민주주의가, 중국에는 중국식 민주주의가 있다”고 불평했다.

국내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주장과 행동을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소수민족을 가혹하게 억압하는 중국이 중국식 민주주의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중국이 하고자 하는 말에는 다른 뜻이 있다.

3월 15일 시진핑은 “중국은 서로 다른 문명의 가치와 의미를 포용한다”고 공언했다(“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 외교 상대국이 기본적 민주주의와 민주적 권리를 보장하든 말든 중국은 개의치 않고 우호적으로 지내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프레임에 맞서 우호국들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당근책인 것이다.

이를 보고 중국은 내정 불간섭과 상호 호혜에 기반한 포용적 외교 정책을 편다는 일각의 생각은 커다란 오산이다. 이미 2010년대부터 중국은 경제력·군사력을 모두 동원한 “늑대전사 외교”를 펴며 “자국의 핵심 이익을 두고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시진핑)임을 분명히 해 왔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대국이고 다른 나라는 소국인 것이 현실”(전 외교부장 양제츠)인데 “소국이 대국을 거슬러서야 되겠느냐”(전 외교부 부국장 천하이)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다.

요컨대 미국이 내세우는 ‘민주주의’와 중국이 내세우는 ‘다양한 문명의 가치’는 서로에 대한 경쟁을 포장하는 명분에 불과하다.

미국의 민주주의 운운이 위선일 뿐 아니라, 반대로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다극화 질서가 되는 것이 미국 패권 질서보다 진보적일 수 있다는 생각도 틀린 이유다.

두 나라 간 갈등은 제국주의 체제 안에서 우위를 다투는 것이다. 양측 누구를 편들 게 아니라 제국주의 체제 자체에 반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그중 미국 편을 지원해 득을 보려는 윤석열에게 반대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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