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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해야 할 ‘좌파’ 노조 지도부:
전교조는 연가 투쟁을 결정했어야 마땅하다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행동이 임박하자 교육부는 연가·병가를 사용할 경우 최대 파면 또는 해임의 징계가 가능하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정부의 징계 위협이 커지자 집회 운영팀 내에서 논쟁이 격화돼, 8월 26~27일 사이에 기존 집회 운영팀이 해산하고 다시 구성되는 일이 벌어졌다. 8월 25일 교총은 집단행동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교사노조연맹 중앙은 ‘공교육 멈춤의 날’을 허용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처럼 대규모로 터져나온 교사 운동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느냐를 두고 기로에 놓인 시점이었던 8월 26일에 전교조 대의원대회가 개최됐다. 여기서도 단연 중요한 쟁점은 9월 4일 행동에 어떻게 연계될 것이냐의 문제였다.

그런데 전교조 지도부가 대의원대회에 제출한 계획은 9월 4일 행동을 조합원 개인에게 “안내”한다는 지침이었다. ‘공교육 멈춤의 날’에 공식적·공개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아니었다. 또, 9월 4일에 조합원 중앙(서울) 대회와 지역 대회를 동시에 개최하는 계획을 내놓아, 서울에 집중해 힘을 보여 주려는 수많은 교사들의 의지를 분산시켰다.

이에 〈노동자 연대〉 신문 지지 대의원을 포함한 일부 대의원들이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 안은 전교조가 서울 집중 투쟁 방침을 세우고, 전 조합원 연가, 병가, 재량휴업 동참을 결정하고 대내외에 호소해 행동에 참가하려는 조합원·비조합원 교사들에게 힘을 주고 우산이 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의원들은 전교조가 갈림길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9월 4일 집단행동을 방해하는 세력 앞에서 침묵할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든 행동에 참가하려는 교사들에게 힘을 주고 운동의 확산에 이바지할 것인지 사이에서 말이다.

애석하게도 이 수정안은 대의원대회에서 과반을 못 얻어 부결됐다. 전교조 지도부에 설득된 다수 대의원들은 전교조가 대외적으로 조직적 참여를 발표하면 교사들의 반발을 살 것이라고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소심한 생각이다.

대부분 전교조가 배출한 진보 교육감들은 지금껏 학내의 다양한 갈등을 방임하고 모든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떠넘겨 온 데 한몫 했다. 그래서 교사들의 지탄을 받아 온 그들의 일부가 9월 4일 행동을 지지하자 교사들 사이에서 진보 교육감 비판 여론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반대로 교총은 9월 4일 공교육 멈춤 행동 반대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보수적 교사들을 결집시키려 했다.

그런데도 전교조는 9월 4일 행동에 조직적 참가를 결정하고 대외적으로 표명하기를 거부했다. 그럼으로써 운동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피하고 있다. 이런 소심함과 기회주의 때문에 지금 벌어지는 대규모 교사 운동에서 전교조의 영향력은 매우 미미한 상황이다.

전교조의 진보 교육감 동행이 낳은 후과

전교조의 영향력이 감소한 것은 한두 해 된 일이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전교조는 진보 교육감을 당선시키고 그들을 통해 교육을 개혁한다는 (개혁주의) 전략에 무게를 두면서 오히려 아래로부터의 운동에는 영향력이 점차 떨어져 왔다.

전교조는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자 (국가 기구인) 교육청을 활용해 교육을 바꿀 수 있다는 (허망한) 기대를 갖기 시작했다. 일부 활동가들은 진보 교육감을 도와 교육청을 바꾼다며 장학사, 보좌관 등으로 교육청에 들어갔지만 대개는 들어간 활동가들 자신이 바뀌었다.

진보 교육감들은 지지해 준 사람들의 개혁 염원을 배신하고 여느 국가 관료들과 별 차이 없이 처신했다. 교육청을 견인하라고 파견된 사람들이 역으로 노동조합을 통제하려 들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많은 투쟁적 교사들은 전교조를 진보 교육감과 함께 도매금으로 취급하기에 이르렀다.

전교조는 진보 교육감과의 전략적 협력을 우선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서도 거듭 후퇴했다. 진보 교육감들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 염원을 내팽개치는데도 전교조는 제대로 맞서지 않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화 요구를 거부했을 때 전교조도 보수적인 조합원들을 추수하며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요구를 거부한 것은 많은 기간제 교사들의 가슴에 응어리를 맺히게 했다.(임용고시를 둘러싼 허위의식이 핵심적 문제였다.)

그런데 진보 교육감과의 협력을 우선하는 전략은 자신의 조합원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표 사례가 2019년 광주에서 배이상헌 도덕교사가 성평등 수업을 했다가 직위해제 된 사건이다. 당시 광주교육감은 몇몇 학생이 수업 중에 불쾌감을 느꼈다는 이유로 배이상헌 교사를 파렴치한 성범죄자로 몰아 직위해제 했다.(배이상헌 교사가 개혁 약속을 안 지킨 교육감을 비판한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 있었다.)

하지만 전교조 본부는 광주교육감을 규탄하고 배이상헌 교사를 방어하는 데 나서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전교조 여성위원회는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독단적으로 왜곡된 ‘피해자 중심주의’를 내세우며 배이상헌 교사의 사과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비정규직 교직원에 대한 방어는 고사하고 정규 교사인 자신의 조합원마저 제대로 방어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일들이 누적되면서 많은 투쟁적 교사들이 전교조를 크게 신뢰하지 못하게 된 듯하다.

결국 투쟁을 멀리하고 진보 교육감(그리고 민주당 정부)과의 협력에 기대는 동안 노조의 진정한 힘인 조직력과 투쟁력은 점점 약해졌다.

지난 4차 집회 때 연단에 오른 전교조 전희영 위원장은 “이제 국회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더 키우고 그 운동 안에서 투쟁적 목소리를 키우려 노력하기보다 공을 국회로 넘기기에 급급한 것이다. 이런 개혁주의로는 약화된 투쟁력과 조직력을 만회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진보 교육감들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는다는 전교조의 방향은 전교조의 영향력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다.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전교조의 공식적 동참을 호소한 리플릿 ⓒ김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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